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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070 vote 0 2003.09.03 (17:12:47)

한국일보.. 재미있는 신문이다. 노대통령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는가 하면, 노무현의 최대 원군이라 할 강준만이 ‘쓴소리’를 해대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는 강준만의 숙적(?) 이라할  손호철이 ‘인상주의 소묘’를 날리고 있다.

『네티즌은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

앗! 오해하기 없기 바란다. 나는 강준만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인터넷과 종이신문의 차이점에 대해서 논하려는 거다. 무엇인가?

손호철의 헛소리가 재미있다. 손호철에 의하면 노무현 취임 6개월의 성적표가 낮게 나온 것은 ‘냉철한 분석’ 때문이 아니라 ‘인상주의 소묘’ 때문이라는 거다. 물론 그 인상의 90프로는 노무현의 가벼운 언행에 있단다.

좋다. 접수할건 접수하기로 하고.. 그렇다치고.. 문제는 신문에 칼럼을 쓴다는 대학교수가 왜 ‘인상주의 소묘’ 따위에 매몰되어 있는가이다. 상식적으로 보자. 경박한(?) 네티즌들이 ‘인상주의 소묘’를 해대고 있으면, 점잖은 종이신문은 반대로 심도있는 분석을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근데 거꾸로 되어 있다. 조중동을 위시하여 종이신문이 인상주의 소묘를 날리고 있고 네티즌들이 냉철한 자세로 심도있는 분석을 해주고 있다.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문제는 경박 손호철이 한술 더 떠서 노무현에게 “거 냉철한 분석에만 매달리지 말고 인상주의 소묘에도 신경 좀 쓰슈!” 하고 거꾸로된 충고를 하고 있다는 거다. 손호철은 명색이 학문을 한다는 학자다. 학자라면 인상주의 소묘에 매달리는 조중동을 비판하고 본인은 냉철한 분석을 해줘야 하는데, 본인부터 인상주의 소묘에 신경쓰라고 거꾸로된 주문을 늘어놓고 있다.

이는 그야말로 경박하기가 하느님의 똥꼬를 찌르는 기자출신 김용옥이 “경박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그래도 그만큼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하고 역성드는 것과 같다.

“예끼 이 사람 도올! 경박하기로 치면 김용옥 자네보다 더 경박한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누?”

이쯤에서 필자가 얘기하려는 것이 뭔지 대충 감을 잡았을 거다. 강준만은 경박한 사람이 아니다. 인터넷세태에 맞게 가벼운 언행을 일삼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심도있는 분석을 잘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러나 한국일보에 연재되는 강준만의 ‘쓴소리’는 너무 가볍다.

일단 그의 칼럼을 발췌 검토하기로 하자.

예컨대, 이혼율 상승이나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 구조의 변화와 그에 따른 경제 생활의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떻다’는 식으로 사람 탓을 하는 게 그런 경우일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에 밑줄 쫙.. ‘요즘 젊은 사람’ 이거 나왔다. 이거 나왔다면 알쪼 아닌가? 계속 검토하기로 하자.

인터넷의 힘이 막강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인터넷이 어떤 질적 변화를 가져 오고 있는지 그걸 따져 보아야 할 것 같다. (중략) 인터넷은 분열을 촉진시킨다. 인터넷은 무정부주의 그 자체다. 고립된 개인들을 통합시킨 가상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면 반드시 분열이 일어나고 딴 살림을 차리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가상 공간에서의 딴 살림 차리기는 아주 쉽기 때문에 타협과 통합을 위한 노력은 사실상 배제된다. 인터넷은 무정부주의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 앞날을 예측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건 분열에 대한 의연함이다.

인터넷이 분열의 촉매제라고? 누가 분열했지? 저 시대소리인가 남프라이즈인가 하는 동네 말인가? 그게 분열이라고? 소가 웃다가 코뚜레가 터질 일이다. 강준만은 인터넷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무엇인가? 우리는 거꾸로 알고 있다. 참 위에 ‘요즘 젊은 사람’ 거기 밑줄 쳤습니까? 이거 편견이다. 강준만은 기성세대의 그런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가? ‘요즘 세태’, ‘요즘 젊은이들’ 운운하는 노인네들의 그 편견을 극복하고 구조와 시스템을 꿰뚫고 있는가 말이다.

조중동은 경박하다. 왜? 종이신문은 그 매체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경박할 수 밖에 없다. 인터넷은 다르다. 인터넷에서 심층분석의 첫 장을 연 매체는 ‘딴지일보’다. 딴지의 이른바 ‘디비주마’ 시리즈를 기억하는가? LG플래트론과 삼성제품 사이에 있었던 진짜평면브라운관 논쟁을 다룬 것이 그 시초가 될만하다.

심층분석은 인터넷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오마이뉴스가 인터넷에서 조중동을 압도한 이유는 심층분석과 후속기사를 무제한 서비스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은 언제나 일과성이다. 그들은 반짝 하고 지나간다. 대책없이 퍼질러놓고 달아난다.

인터넷은 다르다. 한번 걸렸다하면 아주 뽕을 뽑는다. 아래로 스크롤이 끝없이 이어지는 오마이뉴스 기사가 그렇다. 조선일보식 ‘라면사설’, ‘아니면 말고’ 식 촌평 .. 이거 인터넷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서프라이즈만 봐도 알 수 있다. 진중권식 가볍고 짧은 글은 잘 먹히지 않는다. 우선하고 독자들이 읽어주지도 않는다.

지면이 제한된 종이신문과 지면이 무제한인 인터넷은 본질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대책없이 늘어지는 서프라이즈 칼럼은 원고지 8매 내외로 승부하는 종이신문의 칼럼과는 본질에서 차이가 있다. 이거 알아야 한다.

강준만은 지금 분열을 말하고 있다. 그런 면이 없잖아 있다. 그러나 네가 알고 내가 알 듯이 인터넷은 절대로 소수가 독과점하는 시장이다. 인터넷에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순식간에 갈라진다. 개인의 취향따라 골고루 분산한다는 식의 개념에 입각하여 인터넷 벤처사업 벌인 회사는 다 망했다.

인터넷은 철저하게 ‘선택과 집중’이다. 어차피 한 넘이 다먹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한우물을 집요하게 파야 살아남는다. 제 2의 오마이뉴스나 제 2의 딴지일보는 물리적으로 불능이다. 마찬가지로 제 2의 서프라이즈도 가능하지 않다. 인터넷에서 메이저리그는 단 하나 뿐이다.

강준만의 글을 이렇게 맺고 있다.

인터넷은 무정부주의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 앞날을 예측할 수는 없다.

광야에서 소리쳐 부르는 예언자가 되어야 할 사람이 '예측할 수 없다' 이따위 죽는 소리를 하고 있다. 강준만이 예측을 못하겠다고 두손 들어버리면 도무지 누가 예측하란 말인가?

‘걱정’ 하면 손호철, ‘우려’하면 송복 아닌가? 강준만도 예측이 안되어서 걱정과 우려를 일삼는다는 손호철과 송복을 닮아가기 시작했단 말인가? 조로다. 산삼이라도 한뿌리 자시고 얼릉 회춘하기 바란다.

인터넷? 예측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정보의 품질은 순식간에 차별화된다. 고급정보와 허접정보는 네티즌의 펌질을 통해 초단위로 구분된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는 조회수라는 절대적인 평가기준에 의해 확연히 드러난다.

인터넷은 철저하게 80 대 20의 법칙이 지배한다. 상위 20프로가 80을 먹고 나머지 80이 20을 나눠먹는다. 인터넷에서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은 일은 없다시피 하다. 풍부한 쪽글이 이슈를 선점한 글의 정보품질을 가속적으로 높여주는 인터넷 특유의 쏠림현상 때문이다.

강준만이 거듭 오판하는 이유는 네티즌과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도 딴지일보와 오마이뉴스가 뜬 진짜이유를 모른다. 딴지일보와 오마이뉴스와 서프라이즈는 공통적으로 심층분석을 통한 ‘정보품질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면이 제한된 조중동과는 본질에서 차이가 있다.

인터넷과 종이신문의 뒤바뀐 위상
인터넷과 네티즌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조중동을 비롯한 종이신문들이 '인상주의 소묘'에 매달리며 조급한 단기승부를 주문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네티즌들은 끈기있게 기다리며 3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전을 주문하고 있다. 이건 완전히 뒤집어진 거다.

왜 네티즌은 장기전을 주문하는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읽기에 능한 이창호가 뒷심이 좋듯이, 예측이 안될 때는 유창혁식 난타전으로 가는 것이 맞고, 예측이 될 때는 돌부처 이창호식으로 신중하게 가는 것이 맞다. 노무현은 누가 뭐래도 꿈쩍않는 돌부처여야 한다.

강준만! 인터넷에 글 쓰지 않으면서 어깨너머로 기웃거리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조와 시스템을 꿰뚫어야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이런 식이라면 그는 영영 뒤처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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