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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016 vote 0 2003.08.14 (15:33:22)

중국이야기는 해봤자 본전도 못건지게 되어있다. 미둥님을 비롯해서 네티즌들 중에 중국통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치만 요한님이 책을 냈다고 하니 모른척 하기도 그렇고 해서 한번 엉겨보기로 한다.

『중국에서는 노숙자도 이 정도의 햏력을 가지고 있다하오. 나는 중국이 무섭소.』

얼마전 중국의 WTO 가입으로 한바탕 중국바람이 몰아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놀랐던 것 중에 하나는 중국에 가서 사업한다는 양반들이 왜 이렇게 많으냐는 것이었다.

나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그냥 호기심일 뿐이다. 내가 중국에 가서 장사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주변에 중국에 가서 일 벌여놓은 사람도 없다. 중국은 땅이 넓어서 걷기 좋겠다는 정도의 관심이 있을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동서남북 어디로 가도 열흘만 걸으면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하여간 사람들은 정색하고 말하곤 하는 것이었다.

“상하이 푸동신구 높이 421m짜리 진마오타워 쳐다보고 헤롱거리지 마시오. 거기 빌딩군에 사무실 절반이 텅텅 비어 있소. 중국의 환상에서 얼릉 깨어나시오!”

쳇! 누가 중국에 환상을 가지고나 있기나 하대나?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자. 우리나라가 일본에 내준 시장이라고는 마산수출자유지역 하나 뿐이다. 마산수출자유지역은 담장이 둘러쳐진 것이 게토를 연상시킨다.

“왜넘들 니놈들이 감히 한국을 먹어치우겠다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지. 니들은 금을 딱 그어줄테니 요 안에서만 놀아!”

한국의 사정이 이럴진대 중국이라서 알짜배기를 한국에 호락호락 내어줄 리가 없는 것이다. 중국에 쏟아지는 엄청난 투자라는 것도 화교자본이 제집으로 돌아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콧김을 빵빵하게 넣고 ‘엄청난’이라는 단어를 1분에 다섯 번씩

『진마오타워가 디따 높소. 쳐다보다가 목이 부러진 시골관광객을 위한 앰블런스가 상시대기라오.』

하여간 WTO바람 이후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떠들기를 좋아했고, 말을 꺼낼 때는 콧김을 빵빵하게 넣고 '어마어마'라는 단어를 1분에 다섯 번씩 사용하면서 썰을 풀어대곤 했던 것이다.

결론은 필자가 모르는 사이에 중국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었더라는 말이다.

주변에 미국 가 있는 친지 한두 사람쯤 있듯이, 둘러보면 주위에 중국에 가 있는 사람 한 둘 쯤은 있을 정도로 중국은 우리와 가까와졌다.

중국 이야기만 나오면 열띤 논쟁이 오가는데 대개 두가지 파로 나눠진다. 중국에 넌더리가 난다는 파와 좌우지간 중국을 배워야 한다는 파다. 요한3장3절님은 후자에 해당하겠다.  

세상 무슨 일이 다 그렇듯이 어떤 붐이 일면, 광야에서 소리쳐 부르는 선구자가 있고 덩달아 날뛰는 얼간이들도 있고 그 와중에 약삭빠르게 본전을 챙기는 부류도 있다. 세상 일이란 원래 그런 거다.

미국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19세기 영국인들은 다투어 미국에 투자했다. 서부에 가서 금이라도 찾아보자. 안되면 석유라도 파보자 이거다. 돈 번 사람은 극소수고 대다수는 망했다. 노다지 붐이 꺼지자 5대호 주변에 운하붐이 일었고 그 다음엔 철도 붐이 일었다.

그때마다 영국인들은 투자한답시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넣었지만 운하사업 다 망했고, 철도사업도 상당히 깨졌다. 자동차와 비행기가 연이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벤처가 원래 그렇다. 극소수는 벌고 대다수는 망한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남는 장사다. 그렇다면 돈 있는 사람이 투자를 망설일 이유는 없다. (돈 없는 사람은 나처럼 입맛만 다시면 되는거고..)

금광을 찾은 극소수는 부자가 되고, 금광을 못찾은 대다수는 광부로 취직하면 된다. 그 와중에도 눈치 빠르게 돈 버는 넘은 청바지장사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극소수는 대박을 낼 것이고 대다수는 쪽박을 찰 것이고, 그 와중에도 요한3장3절님은 발빠르게 책장사로 버는 것이다. ^ ^;;

문화혁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요한님의 저서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부분은 문화혁명에 관한 거다. 러시아는 어땠는가? 혁명에 반대하는 백군과의 전투에서 수천만이 희생되었다. 혁명을 내세웠으나 본질에서는 민족분쟁에 가까운 거다. 러시아 안에서 러시아 아닌 것들과의 충돌이었다.

인도는 어땠는가? 인도는 결국 나라를 쪼갰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가 먼저 떨어져 나갔다. 그러고도 인도는 아직까지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통일되지 못하고 있다. 즉 커다란 인도 안에 무수하게 많은 작은 봉건국가와 그 전통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서 인도의 발전에 장애가 되는 것이다.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서 보자. 러시아는 결국 쪼개지고 말았다는 점에서 레닌은 실패한 거다. 우크라이나이니 카자흐스탄이니 하여 다들 독립하고 말았다. 반명 중국은?

중국도 물론 대만이 떨어져 나간 점이 아프긴 하지만, 적어도 인도나 러시아와 달리 하나의 단일시장을 창출하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 이 점이 특별히 평가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문화혁명의 와중에서 2천만명이 굶어죽었긴 하지만, 아주 손해만 본 것은 아니더라는 야그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중국의 꿈은 ‘하나의 중국’이었으며, 그 와중에 필연적으로 피를 흘려야 했는데, 그나마 피를 적게 흘렸다는 말이다. 문혁기간 중에 2천만명의 엘리트가 소수민족이 사는 중국의 오지에 뿔뿔이 흩어져서 교육을 하므로서 그들을 중화문화권에 동화시켰던 것이다.

문화혁명은 통일된 중국 안에서 재통일작업이었다. 물론 부정적 측면도 만만치 않다. 소수민족은 위축되었고 문화유산은 파괴되었다. 대신 중국은 하나의 시장으로 통일되었고, 그 결과 인도를 추월하고 러시아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발판을 얻었던 것이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어쩌면 중국과 같이 큰 나라 치고는 값싸게 얻어낸 성과인지도 모른다. 하여간 역사는 미묘한 것이다. 민주적으로 좋게 해결되면 물론 좋겠지만 그게 마음 같이 잘 안된다. 인도는 민주주의가 잘 안되고 있고, 러시아는 통일이 잘안되고 있다. 모택동의 무식한 방법이 당시의 중국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덧글..
내는 요기까지만, 더 자세한 것은 요한3장3절님의 신간 CEO를 위한 중국보고서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서평이랍시고 쓰면 재미가 없을거 같아 내맘대로 썼습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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