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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073 vote 0 2003.10.02 (14:33:35)

길을 가다가 잘못된 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원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겠습니까 아니면 바로 그 위치에서 산을 넘고 내를 건너 바른 길을 찾아내겠습니까? 진보누리를 비롯한 좌파사이트들의 가지치기를 염두에 두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소군작 - 마르크스부터 다시.. 아이다 플라톤부터 재검토를.. 안되면 공자붕알이라도..
진중건 -
저 길이 우리가 찾는 그 길이라카이 .. 요 산만 넘으면 된다카이..
평감사 -
니들은 다 나가라. 나는 요길로 끝꺼정 가볼란다..

위의 거명한 이름들은 걍 재미로 붙여본 것이고.. 사실과 맞지 않겠습니다만 보통 이런 식의 논란 끝에 갈라지곤 하는 거죠. 어쨌든 스탈린과 모택동이 좌파를 근본에서 허물었고, 체 게바라가 희화화 했으며, 주사파가 한국의 좌파를 뿌리부터 병들게 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길은 뚫릴 때보다 막힐 때 그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법이다. 이념이나 철학도 마찬가지.. 그 용도(쓰임새)를 버릴 때 참다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황장엽 송두율은 지식인인가?
군인과 지식인이 합작하면 대개 군인이 이깁니다. 지식인은 모욕받고 내팽겨쳐지곤 하죠. 군인은 김일성이고 지식인은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황장엽, 송두율입니다. 군인은 조조이고 지식인은 그의 식객들이죠. 제갈량은 지식인이 군인과 대등해진 케이스인데, 역사에 이런 일은 잘없죠.

결론부터 말하면 잘 해야 여포 따라다닌 진궁 정도 됩니다. 그들은 ‘군인은 뇌가 비었으므로’ 정치목적을 달성한 후 군인을 제거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역사상 그런 식으로 지식인이 군인을 이용하고 팽 시킨 전례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군인이 지식인을 이용하고 팽하지요.

황장엽은 곧 송두율입니다. 먼저 배신한 자와 늦게 배신한 자의 차이 뿐이죠. 그들은 먼저 겨레를 배신했고, 다음 자기가 섬기던 주군을 배신했습니다. 우리에게 이용가치는 있을지 몰라도 그들을 지식인으로 대접한다는건 어불성설입니다.

지식인은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주군을 모시는 즉 지식인이 아니죠. 군인과 주종관계를 맺는 즉 집 지키는 개가 된거죠. 아직도 황장엽, 송두율을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 대접하겠다거나 혹은 둘이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위치에 서서 대립하고 있다고 본다면 개가 웃을 일입니다.

여포를 섬겼든, 조조를 섬겼든 간에 모사꾼은 모사꾼에 불과합니다. 주군은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겁니다. 섬기던 장수가 조조에게 죽으면 재빨리 조조편에 붙어서 살아남는 사람이 가후죠. 동탁과, 이각과, 장수와, 조조를 두루 섬긴 생존의 귀재 가후 말입니다.

황장엽과 송두율.. 많이 봐줘도 가후보다 나은 사람은 아닙니다. 물론 항복한 마당에 야박하게 대접할 수 있느냐고 생각하는 동정론도 있지만, 살아서 치욕을 더하기 보다 깨끗하게 자결해서 명예를 지키는 만 못하지요.

조조가 진궁을 죽인 것이 옛 친구에 대한 최고의 대접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습니다. 친구의 개가 되느니 친구의 칼에 죽는 것이 훨 낫죠.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상황은 진궁이 구차하게 조조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상황입니다.

군인에게 투신한 황태연류 모사꾼이 지식인 행세하며 지식인을 모욕하고 있는거죠. 물론 원조인 황장엽이 더 나쁜 넘이고.

이땅의 좌판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제가 좌판들 걱정해주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크게 보면 또 그렇지 않지요. 위에 예시한 세가지 길 중에서 정답은 없습니다. 정답은 없어도 진행하는 코스는 또 있습니다.

소공작류 - 마르크스부터 다시.. -> 강단으로..
진종권류 - 저 길이 우리가 찾는 그 길이라카이 .. -> 정계로..
평곰사류 - 니들은 다 나가라.. -> NGO로..
(여기서 닉은 재미로 붙여논 것, 특별한 의미 없음)

길은 없습니다. 강단에서, 혹은 정계에서, 혹은 NGO에서 각자의 주어진 역할이 있을 뿐이지요.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특정한 길이 있다고 믿는 즉 군인에게 투신한 모사꾼입니다. 그 순간부터 지식인이 아닌 거죠.

진리는 공변된 것이니 임자가 따로 없습니다. 진리는 공기와 같고 물과 같은 것입니다. 공기는 어디에 있든 그 빈 곳을 찾아 메우며, 물은 어디에 있든 한사코 아래로만 흐릅니다. 물이 길을 못 찾아 헤매는 일이 없고, 공기가 길을 못 찾아 헤매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특정한 길을 찾는다는 즉 이미 진리에서 멀어진 것이며, 도(道)에서 어긋난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좌파적 관점과, 태도와, 철학은 여전히 유의미한 것이며, 이걸 주워모아서 억지로 프레임을 세우고자 하는 즉 왜곡되고 진리에서 멀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진리는 금과 같은 것입니다. 금은 변하지 않으므로 신용을 담보하는 가치로서 금이지, 금반지나 금목걸이로 가공되어 유용하게 쓰여지기 때문이 아닙니다. 좌파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보는 오직 역사와 함께하는 그 자체로서 가치있는 것이지, 그것이 현실에서 유용하게 가공되어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쓰여지는 것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금도 여러 용도로 쓰여지기도 하나 그것이 금의 본질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좌판들도 강단에서, NGO에서, 정계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부여받으나 그것이 좌파의 본질은 아닙니다.

바람이 빈 곳을 메우지 못할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결국 바다에 이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진리의 차원에서 좌파의 본질적 가치를 의심할 이유는 없습니다. 의심많은 겁쟁이들이 지름길 찾는답시고 군인에게 투신하여 황장엽소동, 송두율소동 같은 넌센스를 연출할 뿐이죠.


칼날 위를 걷는 지식인
송두율은 '경계인' 운운하며 변명하고 있지만 나는 그가 박정희와 김일성 둘 중에서 김일성을 주군으로 선택했다고 봅니다. 오염(汚染)은 1프로나 10프로나 본질에서 차이가 없습니다. 그의 '내재적 접근론'이란 박정희의 '유신사상'을 김일성 입맛에 맞게 변조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가 용서되어야 한다면 황장엽도 용서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가지 말한다면 나는 황장엽을 결단코 용서하지 않습니다.

물론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본다면 황장엽도 용서되어야 하고, 송두율도 따뜻하게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저 또한 송두율을 처벌하려 한다든가 하는 한나라당의 횡포에는 분명히 반대합니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를 지식인으로 여긴다면 구차하게 사느니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지식인에게 걸맞는 대접입니다. 구차하게 삶을 택한다면 그는 더 이상 지식인은 아닌 거죠.

이상 저의 견해를 정치적 판단으로 보지 마시고 지식과 비지식의 관점에서 보아주기 바랍니다. 자연인 송두율과 지식인 송두율은 구분하여 생각해야 합니다. '자결', '죽음' 등 상징적 표현에 대해서도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생물학적 죽음이 아니라 '명예'로서의 죽음을 뜻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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