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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106 vote 0 2004.01.30 (16:14:59)

장마철을 앞둔 6월 초가 되면 개미들은 마른 하천바닥에서 전쟁을 벌인다. 수만마리의 병정개미들이 새카맣게 죽어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지구상에서 개미와 인간 외에도 대규모의 전쟁을 벌여 동족을 학살하는 종이 있는지 모르겠다.

『 정>뷁, 대부분의 문제는 의사소통에서 발생한다. 정당이 운동권사투리로 언어의 장벽을 만드는 순간 종교집단화 한다. 』

벌들은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 땅은 좁아서 부대끼지만 하늘은 넓어서 공존이 가능하다. 요는 2차원 평면인가 아니면 3차원 입체공간인가이다. 국회는 1차원이다. 그들은 하나뿐인 선로에서 대가리 박고 싸운다. 그나마 우리당은 2차원이다. 옆으로 슬쩍 비켜서서 민생에 전념하는 지혜를 보이곤 한다.

인터넷은 3차원 혹은 4차원의 세계이다. 벌들은 동족을 할살하지 않는다. 꿀벌이 서로 벌집을 따로 하여 동족간에 마찰을 일으키지 않듯이, 네티즌들은 각기 다른 공간에서 분리 공존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것이 바람직한 모델이다.

스탠딩이나 브레이크뉴스가 ‘한테 몰켜서 치고박고 싸우자’며 개미집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어리석은 일이다. 네티즌들은 지혜롭다. 진중권 말벌이 가끔 침투하여 서프 꿀벌집을 휘저어놓곤 하지만, 서프와 동남쪽 식솔들은 꿀벌처럼 분리공존의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여름이 되어 꿀이 넘쳐나면 분봉을 한다. 여왕벌이 한떼를 이끌고 나가 별도로 동프나, 남프를 건설한다. 겨울이 오고 꿀이 바닥나면 꿀벌들은 다시 합봉을 하기도 한다. 세가 약한 군집은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지 못해서 전멸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적은 한나라당인가?
공희준님의 글을 읽고 생각한다. 우리의 주적은 민주당이 아니고 한나라당인가? 서프라이즈에 존재하지도 않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맹공격을 퍼부어야 하는 것일까? 말벌특공대를 편성하여 조독마에 상륙하고 서프를 흉내낸 '좋은나라닷컴'을 토벌해야 하는 것일까?

1차원적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 하늘은 넓고 꿀을 채취할 수 있는 꽃들은 많다. (공희준님 글에 대한 반론 아님.. 오해 없으시길) 민주당의 패인은 노무현을 공격했기 때문이 아니라, 노무현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노무현에 종속되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공격했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떻게 했어야 했나? 정답은 없다.

겨울을 날 벌꿀이 부족하면 분봉이 아니라 합봉을 해야한다. 원초적으로 민주당의 살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민주당과 우리당이 개혁경쟁을 벌이며 힘을 합쳐서 한나라당을 공격했다면? 우리당과 민주당은 친해졌을 것이다. 친해지면 반드시 이탈자 나온다. 우리당에 흡수된다.

촛불은 타도 심지는 타지 않는다. 초가 바닥나면 불이 꺼지기 직전에 심지를 태운다. 그 순간 일시적으로 촛불은 환하게 밝아진다. 그리고는 완전히 꺼져버린다.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마지막 심지태우기였다. 그리고 민주당에 암흑이 도래했다.

우리의 주적은 누구일까?
없다. 있다면 우리 자신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시험받고 있는 것은 우리가 과연 우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이다. 요는 '옳은가 그른가'가 아니라 '유능한가 아니면 무능한가'이다. 명분이 아니라 실력으로 말이다.

1라운드는 명분싸움이다. 명분의 깃발은 하나 뿐이므로 적을 타격하여 그 깃발을 뺏어와야 한다. 1라운드는 우리의 승리로 끝이 났다. 2라운드는 실력의 검증이다. 적도 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유능함을 증명해야 한다.

두가지 임무가 있다. 하나는 서프에서 이탈한 세력을 흡수하는 일이다. 둘은 민노당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일이다. 그러한 방법으로 바깥에서 지켜보는 유권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전투는 종료되었다. 적은 깃발을 잃었다. 김경재들의 난동은 청산절차에 불과하다.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 합봉을 하는데도 수순이 있다. 먼저 꿀벌들이 들고 일어나서 무위도식자인 수벌들을 모두 죽인다. 그 다음 양봉업자가 직접 여왕벌을 제거하고 꿀벌들만 모아온다.

수벌들인 추미애, 김경재, 김영환, 조순형들은 민주당 당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처리해야 한다. 다음 여왕벌인 정균환, 박상천은 외부의 힘을 동원하여 물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자력으로 수벌들을 처리하도록 응원하는 일 정도가 아닐까.

민노당 무엇이 문제인가?
동남쪽 식솔들과의 명분싸움은 끝이 났지만 민노당과는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자기네들이 명분에 있어서 우월하다고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일부 그러한 측면이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권영길의 인터뷰는 실망스럽다. 연합공천론도 문제가 있지만 고작 15석을 목표로 잡은 것도 한심하다. 한나라당이 붕괴하고 있는 지금 잘 하면 30석을 얻을 수 있다. 권영길이 아닌 제 3의 인물로 세대교체가 된다면 말이다.

서구식 사민주의가 우리의 전통에 맞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유교주의의 잔재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혹은 중국에서 민노당식 정당개혁을 하면, 세대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밑에서 신인이 크고 올라올 수가 없다.

민노당 지도부는 고령화 되어 있다. 말은 진보를 외치지만 내용은 철저하게 ‘보수적’ 성향이다.

일본에서 사회당이 몰락한 이유는 하나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것이다. 유교주의의 잔재가 남은 상황에서 게르만의 종사제도 전통에 바탕한 서구식 사민주의를 이식하려 하는 한 절대로 세대교체를 할 수 없다. 서구의 방식은 서구에서나 먹히는 것이다.

사회주의와 유교주의가 결합하여 최악의 괴물을 만들고 있다. 이념은 사회주의를 따르고 행동은 유교주의를 따르는 식이다. 지금 민노당 안에는 이 본질에서의 모순을 지적하는 용기있는 당원이 없다. 이대로 가면 권영길은 100살까지 해먹을 것이다.

우리당은 신당을 만드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렸다. 이건 민주적인 절차가 아니고 혁명적인 절차이다. 부작용이 있음을 알면서도 무리를 한 것이다. 민노당도 우리당과 같은 과감한 세대교체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당이 그러했듯이 당을 깰 각오를 해야한다.

개혁당에 잠시 참여해 본 경험
유권자가 정당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개입하여 참여하는 것이고 하나는 발을 빼고 안티하는 것이다. 참여하면 당비를 내고 당원으로 활동해야 한다. 그 반대급부는 내부에서 끼리끼리 돌아가는 폐쇄적인 의사소통그룹에 참여하는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그 내부에 폐쇄적인 의사소통의 그룹이 있고 그 밖으로는 차단벽이 있고 문턱이 있다. 비당원이나 신입당원은 기본적인 의사소통에서 막히고 소외되고 만다. 구조적인 문제이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유교주의가 작용하여 그 폐쇄구조를 더욱 철벽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평범한 유권자가 정당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안티하는 것 뿐이다. 당이 내세우는 공약을 가지고 당과 흥정을 하고 거래를 하는 것이다.  

서구식 사민주의는 전자의 방법에 기울어 있고 미국식은 후자의 방법에 기울어 있다. 당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가 비당원의 입장을 반영하는가이다. 당원도 하나의 기득권이다. 비당원에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필자가 개혁당에 잠시 참여해보고 느낀 것이 그렇다.

당원 역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의사소통그룹에 불과하다. 그 벽은 의외로 높고 견고하다. 가만 놔두면 점점 종교집단처럼 변해가는 것이다. 외부인들은 서먹해지고 만다. (민노당이 서프에서 현학적인 운동권사투리를 구사하며 잘난척 하는 것이, 외부인이 볼 때는 그게 다 주기도문이고 사도신경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거 없애지 않는 한 민노당에 미래는 없다.)

당원과 당료의 기득권도 철저하게 부인해야 한다. 더 나아가 당원이라는 개념조차 넘 어서야 한다. 당원이 모여서 당비를 내고 당을 만든다는 발상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특히 유교주의 잔재가 남은 한국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민노당을 넘어서서 대안을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잘 하는 짓을 하게 마련이다. 자신의 존재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현재로서 내가 민노당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우리당을 위해서는 약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변한다.

총선에서 우리당이 압승하면 필자가 우리당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질 수 있다. 우리당은 장기집권체제로 간다. 개혁드라이브도 끝이 날것이고 우리당은 점점 보수화될 것이다. 진보세력의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말은 사회주의로 하고 행동은 유교주의로 가는 민노당 방식은 장로정치에 불과하다. 희망이 없다.(까놓고 이야기 해서.. 선배니 후배니 이런 말 나오면 게임 끝난거다. 그게 다 정당을 종교집단화 하는 것이다.)

아마 우리는 100년 후에도 유교주의의 잔재를 청산할 수 없을 것이다. 전통이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안고가는 수 밖에 없다. 유교주의의 잔재를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룰을 개발해야 한다. 여성에게는 우선권을 주어야 함과 마찬가지로 연장자에게는 핸디캡을 줘야 한다.

장로는 배척되어야 하고 선수는 외부에서 스카웃되어야 한다. 상하간의 결속력은 느슨할수록 좋다. 간단히 말해서.. 50살 넘은 사람은 다 찍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덧글..
우리당이 넘 잘 나가서 글감도 없소이다. 이럴수록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봐야지요. 마케터님 말씀도 있지만 저학력일수록..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곧 국가와 국민을 공격하는 거죠. 야당은 곧 죽어도 동정표 밖에 없는 건데.. 거꾸로 여당을 탄압하는 인상을 주고 있으니 그 동정표도 안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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