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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에서.. ‘선거 후에 통합이 되면 정동영이 굳었고, 선거 전에 통합이 되면 김근태에게도 한번의 기회가 온다’고 말한 바 있다. 당의장을 포기한 김근태가 아뜨거라 싶었는지 당 바깥에서 이상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DJ를 대북특사로 보내자’는 오마이뉴스 기고가 그것이다.

『 장금이도 가고.. 한상궁도 가고.. 최상궁만 살판이 났구나.. 재합성된 그림 원판은 한국일보』

DJ에게 말을 거는 척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에 보내는 메세지다. 통합하자는 거다.(우리당 경선후보들이 모두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나, 출마를 포기한 김근태가 그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나 원리는 같다. 또한 ‘나와바리의 법칙’이다.)

속보인다. 속보여! DJ 핑계 대지 말고 그냥 조순형대표에게 대놓고 말해라.

‘할 말 다 했거든 걍 우리당으로 기어들어오셔.’

추미애와 조순형의 공통점은 오로지 발언권을 얻기 위해.. 사회자 마이크 한번 잡아보겠다고 삐친척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 ‘추미애, 조순형의원님, 이미 소원성취 했는데 거기서 뭘 더하겠다고 그러슈?’

유권자의 역할을 빼앗는 김근태식 정치
김근태.. 바깥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찾아보겠다는데.. 뭐 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그러한 ‘김근태식 정치’의 불건전성이다. 아래에서 할 일이 있고, 위에서 할 일이 있다. 앞으로 할 일이 있고 뒤로 할 일이 있다. 알 만한 사람이 이런 식이라면 좋지 않다.

막말로.. DJ가 김근태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사람인가?

정치의 요체는 ‘역할의 분배’이다. DJ에게 공개적으로 구애의 편지를 보낸다는건.. 역할을 빼앗는거다. 누구의? DJ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노무현도 아니고 김근태도 아니고 조순형도 아니다. 국민이다. 오직 유권자만이 DJ를 움직일 수 있다.

유권자들 입에서 '아이고 죽겠다'는 소리가 나와야 한다. DJ는 움직여도 그때 가서 움직인다. 아직은 아니다.

인간심리를 몰라도 유분수지 원! 어쨌든 ‘김근태식 정치’는 네티즌들의, 유권자들의, 국민들의 역할을 빼앗으므로 좋지 않다. 유권자들은 선과 악을 칼처럼 가르고, 선은 밀어주고 악은 응징하기를 원한다. 그것이 유권자가 개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자기네끼리 쑥덕쑥덕 해서 .. ‘좋은게 좋은거지’ 하고 어깨동무 해버리면.. 결정적으로 유권자의 몫이 없어진다. ‘김근태식 정치’는 유권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소외감을 심어준다. 유권자를 왕따시키면서 실제로는 자기 자신이 왕따가 되는 것이다.

김근태가 진정으로 DJ와 노무현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고 싶었다면.. 앞에서 생색내지 말고.. 뒤에서 보이지 않게 일해주어야 한다. 아무도 알지 못했는데 나중 '알고보니 김근태가 DJ와 노무현 사이에서 고생 많이 했구나’ 하는 감동스토리가 밝혀져서 갈채가 돌아가는 식이어야 한다. 그게 정치다.

4년전 노무현이 알토란 같은 종로를 내버려두고 부산으로 내려갔을 때 DJ가 말했다고 한다.

“정치는 노무현이처럼 하는 거야!”

이 말의 의미를 깨달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치인들이 죽기살기로 싸워야 유권자들이 그 싸움 말리면서 심판관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노무현은 그러한 방식으로 유권자들에게 역할을 준다. 정치인들이 형님,동생 하면서 선배님,후배님 하면서 자기네끼리 쑥덕쑥덕 해버리면 유권자 소외감 느낀다.

그걸 그렇게도 모르겠는지 원.

하여간 김근태의 수상한 행보가 보여주는 것은.. 이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통합의 에너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합을 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정치집단이 있다. 그런 숨은 힘들을 표면에 드러나게 해야 한다. 뒷구멍으로 수작하지 못하게 말이다.

민주당의 끝을 보았느뇨?
네티즌들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서프를 떠났던 사람들이 ‘민주당의 끝’을 확인하고 대거 돌아오고 있다. 작년 11월 한때 정몽준에게 기대했다가.. 벼라별 치사한 수법에 골몰하는 ’몽의 끝’을 보고 다시 노무현에게로 돌아왔듯이 말이다.

물론 그냥 돌아오지는 않는다. 서프의 속좁음을 비판하면서, 한마디씩 욕을 하고 퉁을 놓으면서, 삐친척 하면서.. ‘나 아직 화 덜풀렸어’.. 하면서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안아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잘못은 추미애, 조순형에 있지 그들 서프를 떠났던 독자들에게는 없다. 아니 추미애 조순형의 잘못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DJ의 잘못이다. 1월 1일 새해 아침부터 공당의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세배를 드리는 .. 이런 이상한 풍경은 DJ 선에서 끝내야 한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십리에 이어지고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거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제발 노무현은 퇴임 후에라도.. 세배받고, 문상하고, 주례서고.. 이런 왕조시대의 정치는 말았으면 좋겠다. 미풍양속은 아니라고 본다.

하여간 우리당과 민주당은 박터지게 싸우더라도 우리 네티즌들은 통합을 해야한다. 적어도 서프로 돌아오고 싶은 네티즌들은 대문간에서 쭈뼛거릴 거 없이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놨으니 그냥 안방으로 사랑채로 쓰윽 들어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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