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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74 vote 0 2021.04.10 (22:08:37)

    예정설과 선택설


    칼뱅의 예정설은 모든 것이 신의 계획에 달려 있으며 인간의 행위로는 구원될지 심판될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무시무시한 주장이다. '너희들은 이제 싹 죽었어.' 이런 거다. 진화론의 자연선택설은 모든 것이 우연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자연이 무엇을 선택할지 인간은 알 수 없다. 이는 과학의 부정이다. 알 수 없다는건 과학이 아니다. 아는게 과학이다. 구원은 인간의 행위가 아니라 신의 은총에 달려 있다는 말은 인간의 부정이다. 인간은 신의 일부를 구성한다. 인간은 신의 머리카락과도 같다. 


    그날 신의 기분에 따라 머리모양이 바뀐다. 어떤 머리카락이 잘려 나갈지는 알 수 없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어쨌거나 예정설은 매력적이다. 은총은 랜덤이기 때이다. 게임의 랜덤박스가 인기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인간은 노력의 보상보다 행운을 좋아한다. 


    과학은 동일한 것을 재현하거나 미래를 예측해야만 한다. 알아야 재현하고 알아야 예측한다. 모든 존재는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조절장치가 반드시 있다. 그것을 알아내야 한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고 스스로 구원할 수 있는 능동적 존재다. 랜덤박스 사지 마라.


    과학은 미래를 예견할 수 있고 자연은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다. 하느님도 수학을 바꿀 수 없다. 1+1 = 2다. 하느님 할배가 와도 이건 못 바꾼다. 물체는 코어가 있고 무게중심이 있고 심이 있고 핵이 있다. 알맹이가 있다. 그게 없으면 존재가 깨져서 무로 돌아간다. 


    외력의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고 그 반작용의 시작점이 반드시 있다. 보통은 가운데가 시작점이다. 외력이 작용하면 가운데서부터 반작용을 시작한다. 그 가운데는 수학적으로 도출된다. 가운데서 방향이 바뀌므로 가운데가 깨지기 쉽다. 관성력의 작용 때문이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 다친다. 버스 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승객이 자빠진다. 그러므로 가운데가 보강된다. 가운데가 약한 물체는 깨지고 가운데가 강하거나 혹은 가운데가 보강된 물체만 남는다. 가장자리가 떨어져 나가서 결과적으로 가운데 위주로 남게 된다.


    생물은 단단한 부분이 가운데로 이동하거나 혹은 약한 부분이 단단한 척추뼈 뒤에 숨는다. 사건에도 그러한 조절장치가 있다. 외력이 작용하면 힘이 가운데로 모여든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 권력의 진보와 보수, 사회성의 선과 악에도 그러한 균형원리가 작용한다. 


    사건은 대칭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진보와 보수가 대결하면서 동시에 진보와 보수를 합친 전체가 외부의 또 다른 것과 대결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산력이다. 생산력이 진보와 보수를 대결시킨다. 생산력이 낮은 북한은 대결이 없다. 후진국이 독재하는 이유다.


    생산력이 낮으면 내부의 대칭이 소멸한다. 사회성이 낮은 부족민은 선악이 없다. 선도 없고 악도 없이 그냥 산다. 집단의 규모가 커져서 개인이 집단의 방향성에 맞추어야 하므로 선과 악이 생겼다. 원시사회는 선악도 없고 진보보수도 없고 수요공급도 없이 산다. 


    남북한이 대립하면서 동시에 외부의 일본과 맞서려고 한다. 이는 역으로 외부의 일본이 남북한의 통일을 막는다는 말이다. 영국은 대륙에서 패자가 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수요가 공급을 이기고, 진보가 보수를 이기고, 선이 악을 이기려면 외부와 상대해야 한다. 


    북한을 이기려면 일본을 때려야 한다. 일본이 남북통일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도 때려야 한다. 동서독 통일 때 영국의 대처가 얼마나 악랄하게 방해했는지는 진작에 폭로되었다. 동독에 돈을 퍼부어서 통일을 막으려고 했는데 장벽이 무너져서 망했다.


    말뚝을 옮기려면 밀거나 당길게 아니라 말뚝을 뽑아야 한다. 상대를 이기려면 심판을 때리고 관중을 쫓아내야 한다. 게임의 주최측을 공략해야 한다. 주최측이 판을 안정시키려고 약자 편을 들기 때문이다. 브라질이 매회 우승을 독식하면 피파가 망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공급을 이기려면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진보가 보수를 이기려면 생산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고양이 두 마리가 싸우면 개가 끼어들어 말린다. 독일과 프랑스가 싸우면 영국이 끼어들어 중재한다. 영국이 없었다면 유럽은 진작에 중국처럼 되었을 것이다. 


    고려가 강할 때 중국이 쪼개졌는데 영토가 작아서 중국의 통일을 막지 못했다. 우리는 대신 중국과 일본을 이간질해야 한다. 물질에 조절장치가 있고 사건에도 조절장치가 있다. 그것이 원인이다. 조절장치가 망가졌거나 약하거나 움직인 것이 모든 이유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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