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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020 vote 0 2004.01.03 (19:09:13)

이름쟁이님의 의도가 통합론을 쟁점화 하는데 있다면 이미 성공했다. 다수가 반대하지만 그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다들 그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예의주시하게 된다.

『 이런 식으로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순리대로 풀어가자구요. 』

댐의 수문을 열어 물을 빼 버린 사람
2002년 대선직후 서프 출판기념회 때의 일이다. 돌아가면서 한번씩 발언할 기회가 주어졌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간다’는 요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자연스러운 흐름을 쫓아가기가 참으로 어렵다.

사람들은 나더러 ‘오바한다’고 말한다. 오해다.나는 열심히 흐름을 관찰하였다.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흐름을 앞서간 적도 없고 뒤처진 적도 없다. 나름대로 중심을 잡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파병문제의 경우 반대해서 얻은 것이 없으므로 오바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결코 그렇지 않다. 파병문제는 조만간 한번 더 쟁점이 된다. 단지 지금은 타이밍이 아닐 뿐이다.

파장이 긴 이슈가 있고 짧은 이슈가 있다. 파병문제에 있어서 그 파장의 1사이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두고두고 우려먹을 건수가 된다.    

광화문 촛불시위의 그 거대한 에너지가 문득 소멸해버린 것은 아니다. 단지 잠복기가 길어서 드러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반미의 에너지는 간헐천이고 휴화산이다. 그 휴화산 조만간 다시 한번 분출한다는 사실 알아야 한다.

곳곳에 지뢰와 암초가 숨어있다. 게시판에 드러난 독자들의 의견이 전부는 아니다. 곳곳에 감추어진 그 숨은 힘들을 폭로해야 한다. 양치기 개가 양떼를 몰아갈 때처럼 좌우로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겨우 그 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

『 정동영과 추미애의 치열한 어깨싸움. 추미애 어깨가 앞으로 나왔으므로 추미애 승! 노무현이 추미애를 옆자리에 앉혔다면 역사가 달라졌을 터. 정몽준이 옆자리에 못앉은 이유로 자폭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음. 』

절대로 논객들 믿지 마세요.
‘논객들 믿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논객들이 속임수를 쓰는가? 아니다. 필진들이 여론을 강제하고 있는가? 그건 아니다. 단지 알고있는 정보를 그대로 전달할 뿐이다. 쉽지 않다. 코드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오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고급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서영석님 정도다. 서영석님이 우리에게 뭔가 알려준 일은 없다. 서기자님도 여러 곳에서 주워모은 첩보들을 취합하고 온갖 눈치와 통밥과 경험으로 분석하여 스스로 결론을 도출할 뿐 누군가가 전화로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캠프와 서프라이즈가 코드가 맞았던 것은 100프로 우연의 일치이다. 아무도 우리에게 정보를 주지 않았다. 후보단일화의 과정은 ‘1+1=2’와 같다. 너무나 단순하다.

게임의 법칙이다. 각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필자가 단일화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은, 노무현이나 몽이나 각자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150억씩 갖다바친 재벌회사 구조본의 천재들과, 제 정당의 고수들과, 조중동의 신문기자들과, 지식인들은 오판을 했는가?

그들은 과거의 경험을 떠올린 것이다. 과거에 실패했으니 이번에도 실패할 거라는 미신.. 이건 종교적인 미신이다.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본다면 후보단일화는 초등학생도 예상할 수 있다.

‘두 번 생각하면 노무현’이라는 구호가 있었다. 두 번 생각해보면 단일화는 100프로 예정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서프가 노캠프와 내통하여 고급정보를 취득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당시 노캠프는 서프의 존재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는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객관적으로 보고 있었을 뿐인데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들이 종교적 미신에 빠져 오판을 저지른 것이다.(글 배운 사람이라면.. 후보단일화실패전망, 이회창승리전망은 사이비종교에 미혹된 자가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쫓아가자
지금 나는 통합론을 거론하고자 한다. 이름쟁이님 때문이다. 나는 그저 자연스런 흐름을 따라갈 뿐이다. 누군가가 막힌 물꼬를 트면 그 물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그 거센 흐름을 인정해야 한다. 이름쟁이님이 막혀있는 물꼬를 터버렸기 때문에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통합에 반대하는 서프는 통합에 대해서는 거론하지도 말자’는 식의 묵시적 담합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 식의 의도가 오히려 여론을 강제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예컨대 ‘추미애 욕해봤자 도와줄 뿐’이라는 논리가 있다. 추미애를 반대하는 서프는 추미애 이야기는 거론도 말자는 주장이다. 옳지 않다. 자연스럽지 않다. 그래도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추미애를 거론하게 되어 있다.

추미애는 욕을 먹으며 큰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추미애를 욕하는 것이 추미애를 키워줄 뿐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추미애를 욕하는 방법으로 추미애를 키워주게 되어 있다. 왜? 우리는 군중이기 때문이다. 담합은 불가하다.

우리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추미애가 영악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녕 답은 없는가? 아니다. 대마는 키워서 먹으라 했다. 추미애는 나무에 올려놓고 흔드는 것이 맞다. 구조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 인정해야 한다.

필자는 앞으로도 추미애를 욕하는 방법으로 그를 키워줄 것이다. 추미애가 흔들면 떨어지는 그 나무의 꼭대기에 다다를 때 까지.

역사는 역사의 방법을 쓴다
역사는 부단한 시행착오를 감수하면서 피드백에 따른 오류시정의 방법으로 전진한다. 추미애가 악이라면 세상의 모든 악을 추미애가 독점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추미애를 키워준 다음 그 분명해진 하나의 표적을 타격하는 것이 역사의 방법이다.

정균환과 박상천이 원래부터 악당은 아니었다. 우리가 정과 박을 욕하는 방법으로 그들을 키워주어 그들이 세상의 모든 악을 독점하게 한 것이다. 그러한 방법으로 우리는 상대해야 할 타겟을 하나로 압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마찬가지다. ‘추미애는 거론도 말자’는 묵시적 담합은 물꼬를 막아 댐에 물을 가두는 결과를 낳는다. 누군가가 미친 척 하고 그 물꼬를 터버린다. 독자들은 물벼락을 맞는다. 옳지 않다.

진실을 말하자. 서프가 여론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눈을 똑바로 뜨고 그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통합에 반대하고 있지만 통합론이 주요한 이슈임은 분명하다. 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통합론은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댐에 물을 가두어서 안된다. 차라리 통합론을 거론하므로서 그 댐에 가둔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 버려야 한다.

그 물은 지역주의의 망령일 수 있다. 짚어주고 넘어가야 한다. 역사의 반동일 수도 있다. 또한 한번은 거르고 넘어가야 한다. 앙시앙 레짐일 수 있다. 그 홍역을 앓고서야 진도 나갈 수 있다.

정치는 역설이다.
정치는 단점을 숨기고 장점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말 잘하는 유시민은 떨어지고 눌변인 정동영이 당선되는 식의 역설이 일어나는 세계가 정치다. 정치는 단점을 장점으로 역이용하는 것이며 장점은 숨겼다가 기습할 때 딱 한번만 써먹는 것이다.

유권자 다수의 염원이라는 형태로 실재하는 통합론을 애써 무시하는 것이 오히려 서프가 여론을 강제하고 있는 셈이 된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 다수는 실제로 통합을 원한다. 명백한 우리당의 약점이다. 병을 숨겨서 안된다. 이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지역주의도 해결하면서 동시에 통합을 원하는 여론의 지지도 이끌어내는 방법은 없는가?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답은 있다. 단지 쉽지 않을 뿐이다. 나는 노무현이 그러한 길을 가기 위해 룰을 바꾸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까지 적시한 바 있다.

서프의 역할
서프 때문에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서프는 단지 사태를 예고하는 방법으로 독자들이 심리적 충격을 덜 받도록 중간에서 쿠션 역할을 했을 뿐이다. 중간에 끼여서 그 쿠션노릇 힘들다는 사실 알아야 한다.

서프가 여론을 만들어서 통합이 되거나 혹은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된다면, 혹은 안된다면 심리적 충격을 덜 받기를 원한다.

오늘 노무현이 적극적인 선거개입을 선언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충격 받았을 것이다. 필자는 일주일 전에 ‘민주당이 핵폭탄을 맞았다’는 표현으로 이를 예고한 바 있다. 서프라이저들은 심리적 충격을 덜 받았기를 희망한다. 고작 이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의 전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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