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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126 vote 0 2003.12.21 (22:20:25)

태종 이방원이 1차 왕자의 난을 성공시키고 나서 함께 일어섰던 아우들을 다 쫓아보냈습니다. 한자리 돌아올 줄 알고 거들먹거리다가 찬밥신세가 된 아우들은 이방원의 배신에 치를 떨며 다시는 형님 일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 여의도 집회에 참여하므로서 노무현은 스스로 주군의 위치에서 형님의 위치로 내려섰다. 사진 상단 좌측이 필자 』

그들은 뿔뿔이 흩어졌지요. 그러던 차에 다시 곤경에 처한 이방원이 옛 아우들에게 소집명령을 내립니다. 물론 그들은 콧방귀를 뀌죠.

“형님이 먼저 우리를 배신했어! 옛날에 형님이지 이젠 형님도 아니야. 대가리에 총 맞았냐? 내가 이방원을 돕게.”  

이렇게 투덜거립니다. 그러나 날짜는 하루 이틀 다가오고..

“한솥밥 먹으며 우정을 키웠던 그때 그 녀석들.. 아마 한넘도 안나오겠지. 하긴 형님이 먼저 우리를 배신했으니.. 그치만 형님이 우리를 믿고 소집명령을 내렸는데.. 형님이 지금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데.. 한 넘도 안나오면 형님이 너무 불쌍하잖아. 그래 내 혼자 나가서 형님과 최후를 함께 하자.”

마지 못해서.. 이런 비장한 기분으로 약속장소에 나갑니다. 근데 어럅쇼. 이게 모야.. 다시는 형님이 계신 대궐 쪽으로는 오줌도 안싸겠다고 맹세했던 그 인간들이 .. 한 넘도 빠짐없이 죄다 나온 겁니다. 형님 얼굴에 침 뱉고 등 돌린 그 인간들이 다 나왔다니깐요. 형님과 같이 죽기 위해서 말입니다.

감동만땅.. 눈물콧물.. 부둥켜 안고 하나가 되는 옛 동지들.. 뭐 이런거죠. TV드라마 이야깁니다. 사실 저는 TV를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5년전 방영했던 드라마 ‘용의 눈물’에 대략 이런 내용이 전개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들이 먼저 배신때린 형님을 비난하고 등을 돌렸을 때 형님과 그들의 위상이 어떻게 변했는가입니다.

1) 이방원 형님과 그를 돕던 아우들은 말 그대로 형제였다.

2) 왕자의 난 이후 이방원은 주군이 되고 아우들은 신하가 되었으며 그 거리는 까마득히 멀다.

3) 2차 왕자의 난을 앞두고 이방원이 다시 옛 아우들을 소집했을 때 이때의 그들의 위상관계는 주군과 신하의 관계에서 형과 아우의 관계로 되돌아갔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노무현대통령이 여의도에 와서 시민혁명을 외친 것은 이방원이 옛 아우들을 소집한 것과 같습니다. 이는 노무현이 대통령의 위치에서 형님의 위치로 강등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즉 스스로 권위를 버리고 아래로 내려선거죠.

치명적입니다. 밖에서 보면 ‘최후의 발악’이지요. 제갈공명이 준 세 개의 주머니 중 세 번째 주머니까지 풀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일은 선거 한달 앞두고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  2차 왕자의 난을 앞두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할 일입니다.

근데 노무현이 벌써 그 일을 해버렸다니깐요. 그저께 여의도를 다녀와서 어제 오늘 많이 우울했습니다.

“형님이 벌써 그렇게 까지 추락했습니까?”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설사 형님이 먼저 우리를 버렸더라도, 형님이 어려운 입장에 있다면 달려가서 함께 싸우다가 죽는 길을 택하는 것이 ‘강호의 의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방원의 아우들이 그랬듯이 어려워진 형님을 저희가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글쟁이입니다. 글쟁이의 소임은 비판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형님이 어려워졌어도 저는 형님의 잘못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건 저희가 해야만 되는 일이라니깐요.

노무현형님의 두가지 잘못
노무현의 잘못은 크게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관료들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점이고 둘은 ‘지는 싸움’을 너무 일찍 회피했다는 점입니다.

관료문제부터 이야기하지요. 공희준님의 말씀에 따르면(공희준님께는 미안하지만 써먹어야겠습니다) YS가 그랬듯이 집권 초에 엄중한 사정을 해서 공무원들을 복지부동하게 해놓아야 나라가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공무원이 일한다고 설치면 나라가 망한다’ 이런 규칙이 있답니다. 파병, 네이스, 부안 .. 전부 권위주의에 찌든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대책없이 퍼질러 놓은 결과 일을 망친 케이스입니다.

공무원들 일 못하게 해야 합니다. 제발 일하지 말고 걍 디비자세요. 이 양반들이 일하라고 하면 몸을 굽혀서 현장에 가보기는 커녕, 과거 권위주의 버릇 가지고 책상머리에서 대책없이 일을 벌인다는 겁니다. 단적인 예로 네이스 문제 하나만 예로 들죠.

전교조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부장관과 차관은 일선교사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데, 그 밑에 관료들이 장차관 말을 안듣고 있다는 겁니다. 윤덕홍교육부총리가 관료를 장악하지 못했는데 .. 그 때문에 전교조와 교총에서 윤덕홍부총리 사임 반대운동까지 했습니다.

장차관들은 일선교사들 말을 듣는데 공무원들이 막무가내랍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정보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서버를 학교별로 독립시켜 두자는데(전교조 주장) 무려 4조원의 예산이 들므로 안된다는 것입니다.(교육부 입장) 이게 미친 소리입니다.

호스팅이 500원이고 쇼핑몰은 무료로 제공하는 저희 회사(cafe24.com)에서 하면 단돈 40만원에 될 일을 학교당 1억 몇천씩 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게 우리나라 교육부 공무원들입니다. 세상에 일선에서 40만원짜리가 어떻게 교육부 관료들 책상에 올라가면 1억 5천짜리가 됩니까?

안봐도 삼천리죠. 이나라 공무원이 이렇게 까지 썩은 것입니다. 하긴 우리회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쇼핑몰을 30만원에 제공하는 악덕업자들(?)도 있으니까 공무원들이 그런 악덕업자에게 속으면 학교마다 독립서버 두는데 1억 2천인지, 1억 5천인지 들 수도 있겠지요.

노무현대통령님! 공무원이 어떤 존재인지 아셔야 합니다. 그 인간들은 안된다니깐요. 공무원들은 강하게 사정해서 복지부동 시켜야 합니다. 공무원이 일하면 단돈 40만원짜리가 1억 2천이 된다 말입니다. 그들이 일하면 나라 예산이 거덜난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부안, 네이스, 파병.. 전부 관료주의에 찌든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서 일을 벌여 망친 경우입니다. 근데 노무현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초기부터 공무원들 간뎅이를 너무 키워줬어요. 공무원들 간뎅이 키워서 유일한 성공케이스가 검찰개혁인데, 사실 검찰은 일단 잘하고 있다고 보지만 그 외에는 전부 사정해서 싹 갈아야 합니다. 그 인간들 그대로 두면 대통령 임기가 우려됩니다. 이거 아셔야 합니다.

노무현대통령의 두 번째 잘못은 .. 제가 한 동안 연재하다가 파병결정 이후 중단하고 있는 ‘노무현의 전략’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엘리뜨 지도자와 서민출신 지도자의 차이인데 서민출신 지도자의 단점이 뭔가 하면 ‘지는 게임’을 너무 일찍 포기하는 경향입니다.

엘리트는 체면 때문에, 혹은 패배해도 주위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므로 지더라도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비해, 서민출신 지도자는 한번 꺾어지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기 때문에 승산이 전무한 싸움은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1프로라도 승산이 있다면 두들겨 맞으면서도 두 번 세 번 집요하게 달려들지만 전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면 너무 일찍 고개를 숙여버리는 것입니다. 파병이 그 예입니다. 이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부시와 맞서서 최소한 비길 수 있는데 너무 일찍 꼬리를 내린 것입니다.

막말로 하면 상고출신 지도자의 한계에요.(제가 오늘은 대통령의 아픈 곳을 찌르기로 작심을 하고 씁니다.) DJ라면 대한민국 7000만 겨레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함부로 부시에게 고개 숙이지 않습니다. 근데 노무현은 합니다. 왜? 상고나온 사람은 원래 그렇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서러운 것입니다. 노무현은 더더욱 그래서 안됩니다. 다른건 몰라도 부시에게는 숙여서 안됩니다. 최대한 버텨서 무승부를 얻어냈어야지요. '지는 게임'으로 보고 서둘러 회피한건 잘못입니다. 그럴줄 알았지만 그래도 용서 못합니다. 왜? '상고출신이니까 지는 게임은 회피할 것이라는 대다수의 예단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그래서 안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대통령은 이나라 4500만 중 3000만 쯤 되는 못배운 사람의 대표선수입니다. 대표선수는 그래서 안됩니다. 왜? 노무현 혼자가 아니라 못배워서 서러운 3000만을 대표하고 있으므로 그래서 안됩니다. 다른건 몰라도 그것만은 절대로 안됩니다.

강호의 의리는 남아있는가?
노무현대통령이 어려운 지경에 몰려 옛 아우들에게 소집명령을 내렸습니다. 맞습니다. 배신자 노무현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쪽으로는 오줌도 안싸겠다고 맹세한 사람이라도 ‘강호의 의리’를 안다면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어려운 지경에 처한 노무현을 도와야 합니다.

왜? 노무현이 스스로 주군의 높은 자리를 버리고 형님의 낮은 자리로 내려섰기 때문입니다. 찬바람 부는 여의도에서 시민혁명 주장한 것은, 까놓고 말하면 빤스까지 홀딱 벗고 속을 내보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외면한다면 .. 의리가 아니지요.

그러나 한번 삐딱하게 먹은 마음을 다시 고쳐먹으려면.. 형님이 최소한 두가지 잘못을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하나는 공무원들 다잡지 않고 그들에게 벌벌 기어서 끌려다니다가 파병, 네이스, 부안 다 죽 쑨 것입니다. 이거 인정해야 합니다.

이 나라 공무원들은 다 관료주의에 찌들었으므로 사정검법으로 조져서 복지부동 시켜야 합니다. 공희준님 말대로라면 ‘공무원이 일한다고 설치면 나라가 망한다’입니다.

둘째는 파병문제인데 ‘지는 게임’이라고 회피한 것은 이나라 3000만 서민출신의 대표선수 답지 않은 비겁한 결정입니다. 이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최소한 이 두가지 잘못을 인정하는 정도의 성의는 보여줘야 저희들이 '미우나 고우나 우리 형님인데 함께 싸우다 죽어야지'하고 모이는 것입니다.

시대소리가 된 열린우리당
또 이야기를 보태자면 ‘열린우리당’의 부진인데.. 사실은 서프라이즈가 난닝구부대에 가깝고 시대소리가 먹물사이트지요. 뭐냐면 열린우리당은 그 먹물놀음에서 볼 때 딱 시대소리마인드라 이거에요. 우리당이 왜 부진한가? 그건 시대소리가 왜 장사가 안되는가와 같은 질문입니다.(이 비유도 사실은 예리하기로 소문난 공희준님께 들은 이야기임)

원래 먹물은 안됩니다. 차라리 난닝구부대가 낫습니다. 물론 난닝구부대의 단점도 있지요. 눈이 없으므로 어문데서 길잃고 해맨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최선의 조합은 몸통은 난닝구마인드로 가되 머리는 이념과 철학과 지식으로 무장한 형태여야 합니다.  

근데 우리당은 몸통에서 머리까지 죄다 먹물이에요. 이거 안됩니다. 난닝구부대가 옳지는 않지만 적어도 존중은 해주어야 합니다. 남프라이즈 판단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옳지 않지만 그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정치라는 것의 근본이 붕괴되는 수가 있습니다.

먹물 진중권들과 저희가 갈라지는 지점이 거기에요. 저는 남프들이 옳지는 않지만 그 사람들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던요. 적어도 존중은 해줘야 한다 이겁니다. 그게 정치에요. 옳으냐 그르냐 이전에 '누가 이 배의 임자냐' 이런 논리가 있다 말입니다.

우리당이 총선에서 이기려면(저는 우리당이 패배를 감수해야 한다고 보지만) 노무현이 딱 한번은 민주당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포용을 해야한다 이거지요.(그게 옳다는 말은 아님. 끝까지 싸우다가 선거에 지는 길로 가는게 옳지요)

선거 한달쯤 앞두고 최소한 한번은 우리당의 먹물마인드를 버리고, 민주당의 서민마인드를 인정해서 민주당을 포용하는 제스처를 취해야합니다. 여전히 노무현을 지지하지만 그래도 민주당당원이 되겠다는 자갈치 아지매 마음을 알아줘야 합니다.

그 다음은 강금실, 이창동, 노무현을 순차적으로 투입해서 우리당의 먹물색을 탈색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저는 여기까지 세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1) 공무원들 사정해서 복지부동 시켜야 한다.
2) 파병문제는 ‘서민출신’의 한계를 보인 예로 비겁한 결정이다.
3) 선거에서 지는게 옳지만 이기려면 최소한 한번은 민주당을 포용하는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

이상 제 이야기는 물론 곳곳에 의도적인 과장과 오버를 포함하고 있지만, 행간을 잘 들여다보시면 중요한 진실들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각설하고.. 노무현대통령의 여의도 연설은 막말로 ..개쪽을 각오하고 속을 내보인 것..입니다.

어쩌겠습니까? 형님이 밉더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생사를 함께 하는 것이 또한 ‘강호의 의리’인 거슬. 잘난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한겨레의 먹물들은 노무현이 다죽어가도 그 틈에 제 몫을 챙기는 민첩함을 과시하지만 우직한 서민마인드의 서프라이즈는 곧 죽어도 노무현 뿐인거슬.

노무현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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