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부아가 치밀어서 어제 했던 이야기 더 해야겠다. 이렇게도 개념이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정치개혁이 어린애 소꿉장난으로 보인단 말인가? 노무현은 정말로 권력을 내놓을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겠는가?

『 닭벼슬? 5공청산 때 전두환이 인권타령 다음으로 개념없는 소리다. 』

돌이켜 보라. 우리는 많이 변해왔다. 철옹성 같은 군부독재도 끝장냈고, 50년만의 정권교체도 이루어냈다. 꿈만 같던 월드컵 4강도 해냈다. 이건 대단한 거다.

생각하면 언제나 그래왔다. 1985년을 기준으로 5년 안에 군부독재가 끝장날 수 있다고 믿은 사람은 대한민국 안에 5프로를 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들을 향해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들’이라고 쑤군거렸다. 그 소수의 철부지들이 세상을 바꾼 것이다.   

2001년을 기준으로 월드컵에서 4강에 들 수 있다고 믿은 사람은 대한민국 안에서 5프로를 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두고 ‘축구도 모르는 바보들’이라 생각했을 터이다. 그러나 꿈은 이루어졌다. 우리는 부단히 꿈을 이루어왔다.

노무현은 그냥 한 사람의 정치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리더가 임무를 부여받아 목표를 정하고 단 위에 서면 달라지는 것이다. 그때 부터 인간 노무현은 간곳이 없고, 역사의 노무현, 시대의 노무현, 백성의 노무현만, 대한민국의 노무현만이 남는다.

여전히 상고 나온 ‘인간 노무현’으로만 보인다는 작자들은 그 눈깔을 뽑아라!

노무현 뒤에 역사가 보이지 않고, 시대가 보이지 않고, 백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자들은 그 아가리를 꿰매라! 당신들은 말할 자격이 없다. 하늘 아래 존재의 이유가 없다. 여전히 ‘미션’을 모르겠다는 자는 그 위치에서 끌어내려져야 한다.

노무현은 없고 미션이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을 여즉 모르겠는가?

‘롤러코스터’는 동력이 없다. 그냥 가는 것이다. 설명할 필요도 없다. 때로는 오르고 때로는 추락하지만 이유는 묻지 마라! 때로는 빨라지고 때로는 느려지지만 까닭을 묻지 마라. 노무현선장은 브레이크를 밟은 적이 없고 엑셀레이터를 밟은 적도 없고 기어를 조작한 일도 없다.

그 코스가 끝날 때 까지 계속 간다. 노무현은 이미 우리 모두를 그 코스 안으로 밀어넣었다. 모두는 그 노무현프레임이라는 롤러코스터 안에 갖혀버린 것이다. 멀미를 하든, 지랄을 하든, 염병을 하든, 까무러치든 그대의 자유이다.

허나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그 정해진 역사의 궤도 바깥으로 이탈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누구도 그 주어진 노무현프레임 바깥으로는 단 한걸음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미션’이다. 그래도 모르겠는가?


권력은 총구가 아니라 미션에서 나온다
어제 써먹은 오륜서의 미야모도 무사시를 한번 더 인용하겠다.

다른 유파에서 칼의 사용법을 여럿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은 초심자에게 위세를 떨쳐 탄복을 얻어내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이는 병법에서 가장 배척해야 할 태도이다. 사람을 베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잘못이기 때문이다.

무예를 아는 자이건 모르는 자건, 여자이건 애들이건 다를 바 없다. 오직 적을 베어넘기기에 집중할 뿐이다. 굳이 방법이 있다면 찌르거나 후려쳐 베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손을 뒤튼다든가, 혹은 몸을 굽힌다든가, 혹은 공중으로 뛴다든가 하여 적을 베려는 따위는 진실한 병법의 도가 아니다.

사람을 베는 데 있어서 스스로 몸을 비틀거리거나 구부리거나 해서 적을 벨 수는 없다. 나의 병법에 있어서는 마음도 자세도 똑바로 한 상태에서, 적을 비틀리고 일그러뜨리고 구부러지게 하여 상대의 마음이 흐트러진 때를 노리고 공격해 들어가 승리를 거둘 뿐이다.

다른 유파에서는 또 큰 칼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것을 나약한 태도로 본다. 반드시 실력으로 이겨야만 한다는 도리를 터득하지 않고, 칼의 길이에 의지하여 되도록 적과의 거리가 먼 곳에서 이기려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세상에서는 '한 치라도 이득'이라고 하지만 이는 병법을 모르는 자의 이야기다. 적과 몸이 맞붙어 싸울 경우에는 칼이 길수록 휘두르기 어렵다. 또 장소에 따라 상하, 좌우가 막혀 있을 경우에도 긴 칼을 쓰려고 한다면 그것은 병법의 도를 깨우치지 못한 것이다.

나 또한 무턱대고 긴 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칼의 길이에만 의지하려는 마음이 싫다는 것이다. 전투에 적용시켜 본다면, 긴 칼은 많은 병력과 같고 짧은 칼은 적은 병력과 같다.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병력과 싸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병력을 이긴 예는 수 없이 많다.  

미야모도 무사시는 두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는 본질에서 이겨야 이기는 것이지 자잘한 꽁수로 이기는 것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둘은 칼의 길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노무현의 11억짜리 칼과 한나라당의 1000억짜리 칼 중 누구 칼이 더 길까? 노무현의 칼이 더 길거나 혹은 더 짧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본질은 칼의 길이가 아니라는 말이다. 노무현은 한 번도 칼의 길이로 이기려하지 않았다.

‘한치라도 이득’이 아니라는 말이다. ‘미야모도 무사시’가 지적했듯이 칼의 길이로 승리를 얻으려고 한다면 이는 전투를 회피하려는 나약한 마음자세이다.

노무현의 여러 발언을 꽁수로 보는 사람이 있다.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기자들이 있다. 심지어 정운현 편집국장까지 노무현 무사시에게 검술을 가르치려 들고 있다. 장난하자는 건가?

참으로 개념없는 인간들이다. 노무현은 정치기술을 구사하고 있지 않다. 손자병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은 대한민국을 통째로 롤러코스터에 태워버렸다. 노무현프레임에 갖혀버린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노무현은 이미 선수(先手)를 잡아버린 것이다. 후수로 반격하며 따라와봤자 노무현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닐 뿐이다.

그것이 무엇인가? 정치개혁이다.

노무현의 여러발언들은 이회창을, 혹은 최병렬을, 혹은 한나라당을, 혹은 민주당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 오직 국민을 겨냥하고 있다. 노무현은 국민을 계몽하려는 것이며, 국민들에게 미션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미 '정치개혁이라는 롤러코스터' 안에 갖혀버렸다는 사실을 깨우쳐주려는 것이다.

노무현의 발언을 ‘정치술의 구사‘로 보고 노무현을 흉내내려거나(추미애) 혹은 되받아치려는(최병렬) 것은 무사가 칼을 사용함에 있어서 손목을 뒤튼다든가, 혹은 몸을 굽힌다든가, 혹은 공중으로 뛴다든가 하여 적을 베려는 따위와 같다. 이는 진실한 병법의 도가 아니다.

미야모도 무사시가 말했듯이 검의 사용법은 하나 뿐이다. 그것은 적을 베는 것이다. 이쪽은 공(空)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적을 움직이게 하고, 적으로 하여금 구부리거나 뒤틀거나 혹은 뛰게 하여 적의 호흡을 흐트려놓은 다음에 베어넘기는 것이다.

‘1/10’ 발언 말이다. 노무현이 어디선가 장검을 구해 와서 칼의 길이를 논하고 있다고 보는 자들이 많다. 참으로 아둔한 자들이다. 그래! 어디 가서 노무현보다 더 긴 칼을 구해와서 덤벼보라! 노무현이 긴 칼을 들었다고 착각하고 대장간으로 달려간 자들은 노무현의 접근전에 베일 것이다.

'미야모도 무사시'가 말하고 있듯이 병법의 도는 오직 하나 뿐이다. 그것은 선수(先手)를 잡는 것이다. 롤러코스터에 태워버리기다. 노무현프레임에 가둬버리기다. 링컨은 국가통합프레임을 벌여 공화당 30년 독재를 이끌어내었고, 루즈벨트는 치수사업을 벌여 무려 16년을 해먹었고, 모택동은 서기동수니 남수북조니 하는 대토목사업을 일으켜 공산당의 100년권력을 보장해놓았다.  

이것이 무엇인가? '미션'이다.

박정희는 조국근대화프레임으로 20년을 해먹었고 김일성은 혁명사업을 벌여 부자간에 해먹고 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미션’에서 나온다. 노무현의 ‘미션’은 정치개혁이다. 노무현의 발언들을 정치기술의 구사로 보고, 계가바둑으로 본다면 참으로 헛다리 짚은 것이다.

노무현은 단 한번도 추미애들에게, 최병렬들에게, 김경재들에게, 김근태들에게 말을 걸어준 적이 없다. 오직 국민들에게 말을 걸 뿐이다. 실정이 이러하거늘 그대는 아직도 노무현의 ‘1/10’이 칼의 길이를 논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가?  

덧글 ..
우리는 본래 후미에 섰었다. 우리는 그저 뒤에서 구경하는 박수부대에 불과했다. 앞에는 강준만이 섰었고 혹자는 진중권을 쳐다보았다. 앞에는 오마이뉴스가 있었고 혹자는 프레시안으로 눈을 돌렸다. 그들 선두에 선 자들은 모두 자신이 노무현보다 더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노무현의 미션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하나 둘씩 대열에서 이탈했다. 우리가 남았다.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위에 선 셈이 되었다. 시대가 우리의 등을 떠민다. 저 험한 곳을 향하여. 어쩔 것인가?

국가통합 링컨의 깃발은 공화당독재의 30년을 열었고, 대토목 루즈벨트의 깃발은 16년을 갔다. 서기동수 모택동의 깃발도 50년은 갈 것이다. 혁명이 끝났어도 레닌의 깃발은 여전히 내려지지 않고 있다.

노무현이 깃발을 꽂았다.
우리는 계속 간다.
가야만 한다.

길이 다하는 곳에서 다시 그대를 만날 수 있기를.

노무현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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