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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608 vote 0 2004.04.03 (16:06:01)

‘정동영이 건수 잡았다’고 말한 것은 사기진작 차원에서 한 말이지만, 선거공학적으로 보아도 건수잡은 건 맞습니다. 문제는 정동영에게 그 건수를 활용할 능력이 있느냐지요. 지금부터 하기에 달렸습니다.  

『 이라크에서 홍싸덕 빨리 오라고 난리군요. 원판은 디시인사이드 』

요는 존재감입니다. 탄핵정국 이후 한동안 정동영의 존재감이 소멸되었지요. 그 틈에 김근태가 부상한 점도 있습니다. 지금 대통령이 청와대 밖으로 한발짝도 안나오고 있는데.. 묘수지요. 존재감입니다. 한동안 안보이다가 ‘까꿍’ 하고 나타날 때 존재감이 배가됩니다.

2002년 노무현이 YS 찾아간 일이 있지요. 지지율 폭락했습니다. YS를 만났기 때문에 폭락한 것이 아니에요. 원래 폭락하게끔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노무현과 유권자를 연결해줄 고리가 없었기 때문이죠. 노무현의 존재감이 실종된 겁니다.

작아보이는 거지요. 듬직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YS 앞에서 재롱이나 떠는 어린애로 여겨지기 시작합니다. 유권자는 사람보고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자신을 연결해줄 고리들을 보고 찍는 것입니다. 그 고리가 없으면 작아보입니다. 마치 박찬종처럼..

박찬종.. 작지 않습니까? 아주 작지요.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라이벌 구도를 만드는 겁니다. 예컨대 정동영과 강금실이 팀을 이루되, 약간 거리를 벌려 서로 견제하는 형태가 된다면 존재감이 두배로 증폭됩니다. 이때 둘의 사이가 너무 가까워도 안됩니다.

하여간 정동영은 지금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 효과는 일주일 정도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나타납니다. 이제부터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회수를 늘리기만 하면 됩니다.

“앗 정동영이 있었군.”

이런 거죠. 원래 표는 이런 데서 나옵니다. 치고받고 하는 여러 논란거리들은 그 존재들로 인도하는 고리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보폭을 넓혀라.' '동선을 넓혀라' 하는 것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함입니다. 정동영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

 


추미애의 3보 1배
추미애는 어떻게든 부활합니다. 선거에서 낙선해도 부활합니다. 지금 3보1배 하고 있다는데 민주당 살리기 선거운동은 아닙니다. 추미애 개인 부활운동입니다. 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몸값 올라갑니다. 민주당은 죽어도 추미애는 살아납니다.

당이야 죽든 말든 나 혼자라도 살아보겠다고 벌이는 일이니까 어떻게든 살아나겠지요.

 


민주당이 망한 이유
된장 또 김당이군요. 오마이뉴스에 제로섬게임이니 시너지게임이니 하는 논쟁이 있습니다. 민주당이 왜 망했느냐 이건데.. 김당 말처럼 제로섬이라서 망한 것이 아니고, 실은 가부장제라서 망한 겁니다.

민주당지지자들은 내심 우리당과 합당하기를 바랬습니다. 합당하려면 누군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누가 형이고 누가 아우냐가 문제가 됩니다. 민주당이 정통성을 주장하는 것은 자기네가 형님이라는 말입니다.

조순형.. ‘형님 체면에 먼저 손을 내밀기도 그러하니 아우인 우리당 네가 항복하고 기어들어와라’

근데 이런 문제는 원래 형님이 양보해야 해결이 됩니다. 아우는 젊으니까 한번 더 도전해 보고 나중 결정하려 듭니다. 우리당은 아쉬울거 없다 이거죠. 결국 민주당이 굽히는 수 밖에 없는데 추미애의 읍소는 이런 겁니다.

추미애.. ‘노무현 네가 권력을 잡았으니 네가 형님이 아닌가? 민주당 아우들을 거두지 않고 언제까지 팽개쳐 둘 작정인가?’

이렇게 꼬였습니다. 누가 형님인지 불분명하죠. 민주당의 전략은 형님과 아우 사이를 분명히 하자는 거죠. 민주당이 형님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유권자들이 우리당에 압력을 넣어 합당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사태가 꼬여서 누가 형님인지 알수 없게 되었으므로 답이 안나오죠.

상대방이 양보하기만을 바라는데 우리당은 아쉬울 것 없으니 민주당이 망할 밖에요.

결론은 조순형, 추미애는 애초부터 트로이의 목마였습니다. 두 사람의 잔류는 처음부터 합당을 전제로 한 포지셔닝이었습니다. 그들의 원래 목적은 일단 민주당의 당권을 접수한 다음, 우리당과 합당할 때 지분을 챙기자는 것이었습니다.

조순형과 추미애는 명백히 사심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엉큼하게도 지분을 노리고 남은 것이고.. 우리당에 20명 미만으로 넘어갔다면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밀어붙여 합당할 수 있을걸로 계산했죠. 합당이 여의치 않자 이판사판이다 하고 노무현을 탄핵해버린 거.

 


이번 총선의 대의는 고학력사회로의 중심이동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또한 본질을 봐야죠. 우리사회가 저학력사회에서 고학력사회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딱 70년대입니다. 70년대 이전에 학창시절을 보낸 분들은 평균학력이 중졸을 넘지 않아요.

실제로 8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 성인유권자의 평균학력이 중학교 2학년 수준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권위주의는 가능해도 민주주의 하기는 버겁죠.

지금은 어떨까요? 20~40대 평균학력은 고 3에서 대 1쯤 되겠지요.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고학력사회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거대한 변화가 10년이라는 짧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는 겁니다. 누구도 이 거대한 갭을 극복할 수 없어요.

엄청난 사회문제입니다. 잃어버린 고리와 같지요. 파멸적인 대충돌을 낳습니다. 이러한 모순된 구조가 패러다임의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만약 우리사회가 서서히 고학력사회로 접어들었다면 이런 커다란 충격파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 총선의 대의는 저학력사회에서 고학력사회로의 무게중심 이동입니다.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이건 근본적인 변화에요. 시민사회가 공론을 창출하고 의사를 결집하는 방식이 밑바닥에서부터 변하고 있는 거에요.

초등학교 졸업한 재벌회장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 은퇴하려고 합니다. 고등학교 졸업한 아들과 외국유학까지 갔다온 손자를 두고 있다면 누구에게 회사를 물려주겠습니까? 지금 우리사회는 딱 이 상황에 와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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