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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570 vote 0 2002.11.03 (20:32:11)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진출하고 안도감에 도취하여 터키전에 패한 것처럼 LG가 2위로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 냉정하게 보아 삼성의 전력이 앞서 있다.

개인적으로 LG편을 들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듯해서 결과는 예측하지 않기로 하고 대신 게임의 법칙을 살펴보고자 한다.

큰 경기에서는 실력있는 선수가 죽을 쑤고 대신 엉뚱한 선수가 미치는(?) 경우가 많다. 미친다는 표현은 실력없는 선수가 돌연 괴력을 발휘하므로 미쳤다고 하는 것이다.

코리언시리즈에서는 상대 선수의 장단점을 철저히 연구하고 경기에 임한다. 이 경우 대형선수들은 더욱 철저히 연구되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나 노장은 해당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선수는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연구하고 있는지까지 염두에 두고 이를 역으로 찔러가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이른바 받쳐놓고 치는 것이다. 노리는 공을 기다리며 파울볼을 계속 걷어내고 투수를 지치게 만든다. 이 방법 때문에 코리언시리즈와 같은 소문난 잔치에 멋진 투수전이 잘 없다. 타자들이 무조건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실력있는 투수도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신 평소에 주목받지 않고 있던 선수가 사고를 친다. 주목받지 않아서 상대방이 미처 연구하지 못한 것이다. 대신 이쪽은 상대방 투수를 철저하게 연구하게 들어간다.

그렇다면 여기서 필승의 전략은?

절대적으로 선수를 넓게 써야 한다. 신인과 고참에게 폭넓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점 LG 김성근감독의 결정이 돋보인다. 기아 김성한은 반대다.

과거 김영덕감독이 번번이 패배한 이유는 선수를 좁게 썼기 때문이다. 한 두명의 에이스에 집착한다. 그 에이스는 너무 많이 연구되었다. 결국 숨겨둔 플러스 알파가 없어져서 이길 수가 없다. 매번 한 점 차이로 진다.

그 숨겨둔 플러스 알파는 감독도 모른다. 확률에 기회를 주어야 한다. 미치고자 하는 신인과 고참에게 미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상대방이 연구하지 못한 투수와 타자를 사용해야 한다. 기아 김성한감독은 이강철, 오봉옥, 강철민 등 미치고 싶어 근질근질 하는 선수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긴 막판에 이강철이 나와도 졌을 것이다. 대신 한 두점 차이로 지지 않았을까?

결론적으로 단기전은 선동렬, 최동원 같은 한 두명의 에이스가 대세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경기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그 반대로 간다.

물론 선동렬이나 최동원이 나오면 당연히 이기겠지만 대개의 경우 에이스 믿다가 조진다. 에이스는 철저하게 연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막강 해태도 코리언시리즈의 사나이 까치 김정수 등 의외의 선수가 선전해서 승리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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