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55 vote 0 2019.05.28 (22:53:53)


    카리스마가 힘이다


    인간은 힘을 추구한다. 카리스마가 힘이다. 만나고 싶게 하는 힘이 카리스마다.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저장강박증 환자는 쓰레기를 주워 모아 집에 바리케이드를 친다.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옛날에는 쓰레기를 모으는 사람이 없었다. 이웃집 사람이 놀러와서 한마디씩 하기 때문이다. 공동체가 파괴되면서 환자가 늘었다.


    만나게 하는 것이 에너지다. 단순하면 만날 수 있다. 복잡하면 만날 수 없다. 비우면 만날 수 있다. 채우면 만날 수 없다. 영화제의 레드카펫 행사에 서는 배우들의 의상은 단순하다. 그 공간은 만남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맞선을 볼 때 복잡한 옷을 입고 가면 안 된다. 체크무늬 안 된다.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무대에 서는 연주자가 결혼식 드레스와 같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왔다면 보나 마나 중국 학생이다. 그런 데서 수준을 들키는 거다. 콩쿠르에 나서는 연주자는 단순한 의상을 입어야 한다. 다른 걸로 본전을 뽑으려 한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그게 감점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무당들은 현란한 의상을 입는다. 무당은 만나지 않는다. 


    무당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 왕비는 현란한 의상을 입는다. 왕비는 아무나 만나주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지배한다. 거기에 쌍방향 소통은 없다. 에너지도 없고 매력도 없고 카리스마도 없다. 요즘 공주들은 대중에게 미움받을까 봐 단순한 의상을 입고 있더라마는. 단순해야 한다. 물론 홀딱 벗고 나오면 안 된다. 


    질서 있는 단순함이어야 한다. 만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카리스마는 질서 있는 단순함에서 나온다. 능력이 있다면, 매력이 있고 지성이 있다면 질서있는 단순함이 연출되는 것이며 비로소 만날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거기에 에너지가 있다. 반대로 채우면 어수선해진다. 질서가 사라져 버린다. 대칭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비우면 대칭이 드러난다. 토대의 공유가 드러난다. 사건이 치고 나가는 방향성이 드러난다. 그럴 때 질서있는 단순함에 도달한다. 레드 카펫 의상에서 대칭을 드러내고 질서를 드러내고 단순함을 드러내고 토대의 공유를 드러내고 방향성을 드러내야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그래야 대중이 가담하기 때문이다.


    대칭이 드러나고 방향성이 드러날 때 대중이 신규로 가담해 온다. 나무는 밑동이 단순하고 가지 끝이 복잡하다. 여기에 방향성이 있다. 대중은 어디에 링크를 걸어야 사건에 가담할 수 있는지 알아챈다. 토대의 공유가 없고 대칭이 없고 방향성이 없으면 겉돌게 된다. 무당의 화려한 의상과 같다. 그래서 어쩌라고? 자기소개다.


    왕비의 현란한 의상은 나 이런 사람이야 하는 자기소개다. 박근혜의 올림머리나 세운 칼라나 메이총리의 왕방울 목걸이나 김정은의 패션은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목에 힘주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라고? 자기소개 곤란하다. 대중이 가담할 수 없다. 링크를 걸 수 없다. 방향성이 없다. 대칭이 없다. 구조가 없다. 다가갈 수 없다.


    비우면 대칭이 드러나고 합치면 대칭이 감추어진다. 그럴 때 원하는 카리스마는 얻어진다. 박근혜와 메이와 김정은은 채워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남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다. 머리꼭지 위에 불룩하게 채우고 목의 칼라를 세워서 채우고 왕방울 목걸이로 채우고 괴상한 귀두컷으로 채운다.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5.29 (03:49:21)

"인간은 힘을 추구한다. 카리스마가 힘이다. 만나고 싶게 하는 힘이 카리스마다."

http://gujoron.com/xe/1093016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383 구조는 왜 다섯인가? 김동렬 2023-07-06 3025
6382 사냥꾼의 관점 김동렬 2023-07-06 2693
6381 역사의 고통 김동렬 2023-07-06 2737
6380 지능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23-07-05 2879
6379 전쟁을 막은게 성과다 1 김동렬 2023-07-04 3339
6378 존재는 액션이다 김동렬 2023-07-03 3222
6377 진보냐 폭력이냐 1 김동렬 2023-07-03 3508
6376 장미란 최윤희 추미애 2 김동렬 2023-07-02 3390
6375 에너지의 초대 김동렬 2023-06-29 3698
6374 윤씨의 폭언정치 1 김동렬 2023-06-28 3895
6373 이순신 장도 진품 맞다 3 김동렬 2023-06-27 3734
6372 모든 것의 어머니 김동렬 2023-06-26 3935
6371 푸틴의 실패와 좌파의 각성 김동렬 2023-06-25 4169
6370 인간은 왜 멍청한가? 김동렬 2023-06-25 3781
6369 구조의 빌드업 김동렬 2023-06-22 3994
6368 최성봉의 죽음 김동렬 2023-06-21 4064
6367 상대성이론이 이상해? 1 김동렬 2023-06-21 3539
6366 원자폭탄 맞은 일본 1 김동렬 2023-06-20 4183
6365 보편원리[도서 확인 부탁) image 김동렬 2023-06-20 3295
6364 과학의 눈 1 김동렬 2023-06-19 3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