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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를 주름잡는 일류 프로골퍼에게 억만장자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30센티 앞에서 퍼팅을 성공시키면 100억을 주겠다. 대신 실패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프로골퍼는 이를 거절했다 한다.

30센티 앞에서 퍼팅을 성공시키기는 쉽지만, 목숨을 내놓기로 하면 그것도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만큼 골프는 어려운 스포츠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보기로 하자. 그 30센티 퍼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이 정치가를 할 자격이 있다. 정치는 배짱으로 하는 것이다. 가볍게 목숨을 걸어야 한다.

삼인시호(三人是虎)라는 말이 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호랑이를 보았다면 믿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와서 거듭 증언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 번째 사람이 와서 증언하면 임금님도 속아넘어간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그 거짓말에 끝까지 속아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정치가를 할 자격이 있다. 역시 배짱이다. 아닌건 곧 죽어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그만치 약한 존재이다. 강해져야 한다. 사소한 일에 가볍게 목숨을 걸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할 자격이 있다.

개구리 소년(실은 도롱뇽알 소년)이 11년 만에 발견되었다. 미스테리다. 지도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이다.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상식은 무엇인가?

서울 시내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듯이, 소년이 실종되었다면 실종된 그 자리에 있다. 이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흔들린다. 인간은 약하기 때문에 흔들린다. 상식이 흔들리는 것이다.

박노항원사도 그러하다. 상식의 범위 안에서 발견되었다. 그는 그의 자택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 상식을 찾지 않았다. 모두들 박노항원사는 특별하므로 상식의 범위 밖으로 달아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잡지 못한다.

신창원의 경우도 그러하다. 그 역시 상식의 범위 안에서 체포되었다. 좀도둑질로 연명했던 것이다. 그는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이므로 벌써 외국으로 달아났을 것이라든가 하는 비상식적 생각 때문에 잡는데 애를 먹는다.

개구리소년도 그러하다. 와룡산에 갔다는 증언이 나왔다면 그 증언을 끝까지 믿어야 한다. 그 증언을 끝까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정치가를 할 자격이 있다.

찾아보았는데 와룡산에 없다. 그렇다면 외계인이 데려갔을 지도 모른다. 북한의 납치가 틀림없다. 인신매매조직에 의해 외딴 섬에 팔려갔다. 이런 비상식적인 사고 때문에 찾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가 개구리소년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이러한 측면에서 필자의 판단이 과연 옳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예컨데 이런 것이다.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첫 인상이 좋지 않다. 사기꾼 같다. 나쁜 사람 같다. 그러나 필자의 인생경험은 길지 않다. 대인관계가 서투르다. 어쩌면 내 판단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세월이 지나면 결국 첫 번째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된다. 나쁜 사람은 꼭 나쁜 짓을 하더라는 것이다. 사기꾼 같이 생긴 사람은 결국 사기를 치더라는 것이다.

이회창 같은 사람은 척 보고 아는 것이다. 정몽준 같은 인간도 척 보면 안다. 이건 상식이다. 그러나 인간은 약한 존재이다. 많은 경우에서 그 상식을 의심하게 된다. 비상식에 집착한다.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정치를 할 자격이 있다. 상식적으로 내 판단이 옳으면 그걸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하면 나도 많이 흔들렸다.

"설마! 내 판단이 틀렸겠지."

인생에 있어서 많은 설마들을 만나게 된다. 설마를 조심해야 한다. 피 보기 전에.

필자는 처음부터 개구리소년이 와룡산에 있을 걸로 판단했다. 박노항원사가 가까운 주변인물의 도움을 받고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건 상식적 판단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상식대로 되지 않으므로 마침내 상식을 의심하게도 되었다.

언제 한번 와룡산을 뒤져보고 싶었다. 열차로 대구를 지날 때 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생각은 내내 그렇게 하면서도 와룡산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상식대로 되지 않으면 그 상식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노무현의 경우도 그러하다. 유권자들이 내린 노무현에 대한 첫 번째 판단이 옳았다. 첫 번째 판단은 순수한 자기 판단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내린 두 번째 판단은 상식적 판단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한때 60프로의 지지율을 구가했던 순수한 자기의 판단을 버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권위있는 타인의 판단을 빌리려 하며, 그 타인의 판단은 대개 서울 한 복판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식의 비상식적 판단이다.

그대가 어떤 불행을 당하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말하면 그건 그냥 우연한 사고다. 비상식적으로 말하면 원한관계에 의한 누군가의 소행이거나, 귀신이 씌었거나, 부정을 탔거나,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안드로메다 성운에 사는 외계인의 모략이거나다.

문제는 이런 상식적인 문제에서조차 대부분의 인간은 비상식적인 해답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냥 우연이라고 말하면 화를 낸다. 귀신에 씌었다하면 좋아한다. 그러므로 이 경우 무속인들은 고객이 원하는대로 귀신이 씌었거나 부정을 탔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우연이면 아무런 대처방법이 없지만, 귀신 때문이라면 푸닥거리라는 처방전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이 대명천지에 얼마나 많은 삼인시호(三人是虎)들이 서울 한복한을 배회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라. 상식으로 돌아가라. 타인의 권위를 빌리지 않고 그대 자신이 내린 순수했던 첫 번째 판단으로 돌아가라!



덧붙이는 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이 상식대로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때는 상식을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뒤집는 위치는 절대로 상식의 범위 안쪽이어야한다.

예컨데 그대가 문득 콘텍트렌즈를 잃어버렸다. 렌즈는 절대로 그대의 눈에서 50센티 범위 안의 어딘가에 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없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다. 찾아봐도 없으면 비상식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고양이가 물고갔다거나, 바람에 날아갔다거나, 이전부터 없었다거나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

알고보니 렌즈는 그대의 눈꺼풀에 붙어있었다. 이건 상식적으로 생각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답을 찾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하지 못했던 경우라도 절대적으로 위치는 상식의 범위 안에서이다. 이 점을 명심하라!

상식이 상식대로 되지 않으면, 상식을 버리고 비상식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상식의 범위 안에서 숨은 비상식을 찾아내어야 한다. 그것은 뒤집어 생각해 보기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상식의 범위 안쪽에서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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