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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주가조작사건은 마피아식으로 기업을 운영해온 현대패밀리의 합작품이다. 그 책임은 현대가 전체에 있고, 그 좌장은 현재로서 대선후보로 나온 정몽준이다.

현대가에서 일어난 과거의 모든 범죄는 최종적으로 정몽준에게 책임지워질 수 있다. 후보로 나온 이상 정몽준이 현대가에서 대외적으로 가장 출세한 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대부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배신과 탐욕의 드라마가 벌어졌다. 이른바 왕자의 난이다.

공식적으로 재벌 현대의 오너는 현재로서 정몽헌이다. 정몽구는 왕자의 난을 틈타 사실상 현대그룹에서 이탈했다. 몽준은 당연히 오너인 몽헌에게 충성해야 했다. 그러나 배신했다.

서자의 신분으로 은인자중 하던 몽준은 몽구와 몽헌의 암투에서 용케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현란한 처세술에도 불구하고 꼬리를 남기고 말았다. 몽헌이 보낸 자객 이익치가 배신자 몽준을 응징하는 방식이 이러하다.

정주영이 이성계이면 정몽구는 이방원이고 몽헌은 세자 방석이다. 몽준은 굳이 비유하자면 방과(정종임금) 쯤 된다.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고 방원이 방석을 친다. 몽구가 몽헌을 친다. 자식 이기는 아버지 없다. 정주영은 몽구의 무지막지한 공세를 견뎌내지 못했다. 몽구가 이겼다. 방원이 이겼다.

이 과정에서 비열한 처세술을 발휘하여 몽구에 아부한 배신자는 누구인가? 아버지의 뜻을 따라 마땅히 세자를 지켜내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원을 도와 아버지를 함경도로 쫓아보낸 불효자는 누구인가?

몽준은 당연히 아버지의 유훈을 따라 몽헌 편에 서야만 했다. 그러나 몽준은 효자가 아니었다. 그는 현명하게도 처세술을 발휘하여 이기는 편에 섰다. 방과는 방원 편에 붙어서 살아남았다.

몽헌이 왜 이익치를 자객으로 보냈겠는가? 어떤 경우에도 노무현의 후보사퇴는 없다. 정몽준의 승리가능성은 0이다. 이 상황에서 이회창이 된다면 현대는 공중분해다. 그러나 계열분리에 성공한 몽구의 현대-기아자동차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

(이회창은 법대로 하는 사람이다. 법대로 하면 현대는 어찌 되겠는가?)

몽준이 사퇴하지 않으면 몽헌은 죽고 현대는 결단난다. 몽구는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는다. 그러므로 저지해야 한다. 현대를 살려야 한다. 물론 여기서 결단나는 현대는 알짜배기 현대-기아자동차를 제외한 적자투성이 현대그룹이다.

누가 아버지의 유훈을 배반했는가? 누가 형제간의 의리를 저버렸는가? 몽준이다. 그런 사람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몽준의 변명은 몰랐다는 거다. 몰랐다고? 몰랐던 사람이 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가? IMF를 초래한 김영삼의 변명은 몰랐다는 거다.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 안된다. 자기 가족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일국의 대통령이 된대서야 코미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문의 배신자가 국가에 충성하겠는가? 가문에서 일어난 일에 책임을 회피하는 자가 막중 국가대사에 책임을 지겠는가? IMF가 또오면 그때에도 몰랐다고 할 것인가?

정치인이라면 남의 잘못도 자기의 책임으로 돌리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라! 그룹의 운명을 뒤흔든 수천억의 범죄를 심부름꾼에 불과한 이익치의 개인범죄로 돌리고 있다.

보스가 범죄를 저지르면 부하가 대신 감옥을 간다. 이익치는 현대가를 대신해서 감옥을 간 것이다. 현대가 전체에 책임이 있므로 몽준에게도 당연히 책임이 있다.

몽준은 대선후보로 나오기 앞서 현대가 내부의 화해에나 신경써야 한다. 형제간의 불화가 나라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얼마나 무겁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몽준은 이 쯤에서 캠프를 철수하는 것이 옳다. 그동안 의원영입을 주저하고, 4자신당을 파토내고, 창당일정을 늦추어온 것이 다 이런 일이 터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 잠복하고 있는 제 2, 제 3의 사고가 지뢰처럼 터져나올 것이라는 점은 정몽준 본인이 더 잘 알고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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