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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485 vote 0 2017.03.29 (18:23:17)

     

    구조론적 상황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고 ‘깃발이 펄럭이네.’ 하는 사람과 ‘바람이 불고있네.’ 하는 사람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외부에서의 관측이냐 내부에서의 에너지 흐름이냐다. 깃발처럼 흔들리고 바람처럼 부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다. 무엇인가? 관측하면 흔들린다. 에너지의 결은 흔들리지 않는다. A가 흔들리면 B도 흔들린다. 둘 사이의 관계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이 주파수다. 주파수가 맞으면 소리굽쇠처럼 서로 공명한다. 둘 사이의 관계는 일정하다. 움직이는 둘 사이에서 움직이지 않는 하나를 보아내는데 성공했다면 당신은 깨달음의 언저리에 이른 것이다. 육조혜능의 구라빨에 현혹되어 ‘마음이 깃발을 흔드는구나.’ 이러면 안 된다. 답은 깃발도 바람도 마음도 아니다. 답은 에너지다. 그 에너지의 절대성이다.


    관측은 상대적이나 에너지는 절대적이다. 마음은 흔들리나 에너지는 흔들리지 않는다. 공이 날아온다. 방망이가 공을 친다. 방망이가 공을 치든, 공이 방망이를 치든 에너지로 보면 같다.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추월하든, 거북이 아킬레스를 추월하든 같다. 우주공간에서 보면 아킬레스와 거북 사이는 서로 가까워진다. 우주공간에서 방망이와 공은 가까워진다.


    그것은 공명이다. 전파가 안테나를 흔들든 안테나가 전파를 흔들든 상관없다. 거기서 아인슈타인을 만나지 못하면 실패다. 정지한 것을 움직이는 것으로 때리든 움직이는 것을 정지한 것으로 때리든 계 안에서 사건은 같다. 그렇다. 계를 정의했느냐다. 계의 정의는 외부를 완전히 차단하는 데서 시작된다. 우주 안에 당신과 나 둘만 있다. 다른 변수는 없다.


    내가 그대에게 가든 그대가 내게로 오든 같다. 누가 누구를 호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공명이고 복제다. 정지한 것을 정지한 것으로 때리는 방법은 없다. 움직이는 것을 움직이는 것으로 때려도 같다. 움직이면 궤적이 생기고 궤적은 일정하다. 움직이는 것은 움직이는 상태로 정지해 있다. 표적이 가속되어도 마찬가지 이쪽도 가속되므로 둘은 같다.


    헤밍웨이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한 대목을 빌리자. "그가 거짓말을 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이야기할 만한 진실이 없었다.“ 요 대목에서 필이 와줘야 한다. http://gujoron.com/xe/302060 아제님이 왕년에 쓴 글이다. 박근혜가 거짓말을 했다기보다는 이야기할 만한 진실이 없었다. 담고 있는 진실이 없는게 거짓이다. 반대쪽을 보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박근혜의 거짓말에 주목하지만 사실은 진실의 부재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거짓말’이라는 단어는 있어도 ‘진실의 부재’라는 단어는 없다는 거다. 이런건 뭐 헤밍웨이 단편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나 아는 것이다. 방망이가 공을 때린 거나 공이 방망이를 때린 거나 같다. 거짓의 존재나 진실의 부재나 같다. 박근혜는 7시간 동안 진실의 부재를 들켰다.


    네거티브 해도 된다. 안희정의 네거티브가 문제가 되는 것은 포지티브의 부재를 들켰기 때문이다. 비전의 부재를 들킨 것이다. 문재인이 네거티브를 하면 아무도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안희정의 네거티브가 문제인 것이다. 왜? 안희정의 포지티브가 부재하다는 사실을 들켰는데 네거티브라는 말은 있어도 포지티브라는 말은 정치판에서 잘 안 쓰는 것이다.


    팀플레이라는 포지티브, 동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포지티브의 부재를 안희정은 들킨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계의 정의다. 깃발이 펄럭이든 바람이 불어오든 마음이 흔들리든 같다. 그것은 계다. 안희정은 거기에 있었다. 박근혜는 관저에 있었다. 그곳은 수렁이다.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변명을 하든 거짓을 하든 거기서 탭댄스 추든 똥독이 오르는건 같다.


    그 오물의 구렁텅이에서 이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복제되기 때문이다. 안희정은 박영선과 이철희를 복제하고 있다. 박근혜는 7시간을 복제하고 있다. 그 날은 수요일이었다. 이후 매일이 수요일 되었다. 박근혜는 죽을때까지 7시간이라는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구조론이 포착해야 할 계다. 계는 에너지를 처리한다. 에너지는 같아야만 처리가 된다.


    100킬로의 에너지는 100킬로의 에너지로만 처리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위에 서야 한다. 100킬로를 처리하려면 101킬로가 필요하다. 상대의 100을 나의 100으로 막으려면 내부를 쪼개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계다. 계는 고립되어 있다. 외부는 완전히 닫혀져 있다. 우주 안에 너와 내가 존재할 뿐이다. 아킬레스와 거북이만 있다. 다른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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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는 쪽과 받는 쪽은 완전히 같다. 움직이든 정지하든 같다. 관측자와의 관계로 규정되는 운동상태와 상관이 없다. 관측자를 배제하고 계를 보아야 한다. 사건의 동그라미를 보아야 한다. 완전성을 보아야 한다. 대칭과 호응을 보아야 한다. 그것을 마침내 보았다면 말할 자격이 있다. 언어를 얻은 셈이다. 


    그곳에는 온전히 박근혜와 박빠만이 존재한다. 박근혜는 그곳에 갇혀 있다. 계에 잡혀 있다. 복제하고 있다. 너와 나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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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6]Nomad

2017.03.29 (18:59:52)

오늘 안희정은 안방에서도 문재인에 밀렸습니다.


동렬님 말씀대로입니다.


이제 진짜 대선이 시작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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