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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92 vote 0 2021.03.16 (18:20:25)

    인간은 왜 껄떡대는가?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지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론에서 항상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허술해 보인다. 대칭을 넣어줘야 한다. 행동한다는 것은 상대의 반응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제 좀 말이 되어준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간다. 그 안에 권력이 있다. 행동이 반응에 대해 주도권을 쥔다. 관종이 관종짓을 하면 대중이 반응한다. 악사가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 관종이 주도권을 쥐고 그 반응을 연주한다. 상호작용의 게임이다. 상호작용의 게임에서 이기려는 것이다. 


    이기는게 권력이다. 일단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시도해 본다. 그중에 하나가 먹힌다. 먹힌다는 것은 반응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선수를 치면 상대가 후수로 받는다. 내가 먼저 선수를 치는데 권력이 있다. 자신이 국면을 주도하게 된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이어간다. 


    기 포지션에 서야 권력이 있다. 후수가 되면 당한다. 권력을 쥐는게 이기는 것이다. 보통은 의도나 목적이나 생각이나 이념으로 설명하려 들지만 거짓이다. 그런거 없다. 관종이 관종짓을 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 무작정 건드리고 상대가 반응하면 그것을 반복한다.


    반응하지 않으면 반응할 때까지 괴롭힌다. 일단 행하고 보는 것이다. 그중에 일부가 먹힌다. 먹히면 그것을 반복한다.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면 먹힌 것이다. 그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게 주도권이다. 강하게 혹은 약하게 밀당할 수 있다. 물론 고수에게 걸리면 낭패다.


    고수는 타이밍을 다르게 가져간다. 참을 만큼 참았다가 느닷없이 뒤통수를 치는게 고수다. 안철수처럼 상대가 한마디 할 때마다 꼬투리를 잡는건 하수다. 보통은 선수를 치는 사람이 강약과 타이밍으로 상대의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 윤서인이 관종이 되는 코스다. 


    상대가 반응하면 흥분한다. 긴장한다. 집중한다. 몰입한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긴장과 이완의 연주가 있다. 긴장했다가 이완될 때 쾌감을 느낀다. 웃음이 그렇다. 그냥 이완되면 재미가 없다. 웃지 않는다. 졸린다. 긴장했는데 긴장이 탁 풀릴 때 웃음이 터진다.

 

    여성을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긴장한다. 여성이 웃으면 긴장이 풀어지면서 엔도르핀이 나온다. 그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인간은 일단 일을 벌여놓고 자신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생각해 본다. 다른 사람이 질문하기 때문이다. 너 거기서 뭐하니? 뭐라도 변명해야 한다. 


    행동한 다음에 생각과 의도와 목적과 이념과 논리를 만들어낸다. 그것들은 자신의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방법에 불과하다. 행위가 먼저고 설명은 나중이다. 생각 따라 행동한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행동 따라 설명한다. 개는 마구 돌아다니는 배회법을 쓴다. 


    그냥 아무데나 가본다. 사냥감의 냄새를 맡으면 냄새범위 안에 머무르려고 한다. 냄새가 끊어지면 아무 쪽이나 방향을 튼다. 이 방법을 계속하면 성공확률이 증가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일단 저질러 본다. 냄새가 난다. 반응이 와준다. 긴장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긴장이 끊기면 방향을 바꾼다. 개는 냄새 안에 머무르며 배회하고 인간은 긴장 안에 머무르며 배회한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면 득템한 거다. 먹힌 거다. 반복한다. 상대가 반응하면 자신이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 상대와의 게임에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에베레스트에 올라간다. 왜 산에 올랐느냐고 묻는다.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냥 가져다 붙인 말이다. 왜 그는 산에 올랐을까? 산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이 반응했기 때문이다. 게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이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등반가는 산소통과 등산화와 등산장비로 공략하고 산은 눈사태와 크랙과 절벽과 추위로 반응한다. 등반가는 주도권을 틀어쥐고 스테이지를 하나씩 깨고 다음 게임으로 올라간다. 결국 정상에 섰다. 산이 반응했고 산과의 게임이 벌여졌고 그 게임의 주도권을 쥐었다.


    산을 이겼기 때문에 그는 산에 오른 것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가 그러하다. 인간은 권력적이다. 게임적이다. 이기는게 중요하다. 상대가 반응하면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 그럴 때 긴장하고 흥분하고 이완한다. 쾌감을 느낀다. 엔돌핀 나오는 긴장 속에 머무르려고 한다. 


    보통은 성욕이나 물욕으로 설명한다. 탐욕에 눈이 멀었다고 한다. 거짓말이다. 욕망은 비과학적 언술이다. 글자 배운 사람이 쓰면 안 되는 말이다. 인간은 욕망이나 야심 때문에 행동하는게 아니라 상호작용이라는 게임의 흐름에 갇혀서 거기서 탈출을 못하는 것이다. 


    사건의 기승전결이라는 덫에 갇혔다. 그 안에 기세가 있다. 에너지가 걸려 있다. 한 번 발동이 걸리면 쭉 미끄러져서 탈출할 수 없다. 게임에 갇히고, 권력에 갇히고, 상호작용에 갇혀 하던 짓을 계속한다. 청소부의 딜레마다. 방을 청소하면 할수록 먼지가 잘 보인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먼지가 사방에서 공격해 온다. 맞서지 않을 수 없다. 결벽증에 걸리는 이유다. 먼지와의 게임에서 이기려는 것이다. 오기가 발동한다. 흥분한 거다. 인간은 그저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존재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많은 함의가 숨어 있다. 


    권력과 맞대응과 반응과 주도권과 게임과 전략과 승부가 들어있다. 긴장과 이완이 있다. 호르몬이 나와준다. 흥분시키고 이완시킨다. 집중하게 된다.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행하는 것이다. 이유는 나중에 생각해 본다. 관성의 법칙이다. 방향성과 흐름에 말려든다.


    사건에 휩쓸리는 것이다. 그것을 욕망이라거니, 야심이라거니, 희망이라거니, 탐욕이라거니 하고 표현하지만 진실과 멀다. 남자가 여자에 껄덕대는 것은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호르몬 때문이다. 반응하면 긴장하게 되는데 그것을 즐긴다. 그다음은 모른다.


    문제는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어? 여자가 반응해줬어. 어떡하지? 프로포즈를 해야 되나? 곤란해진다. 비극은 여기서 발생한다. 일단 첫 운은 뗐는데 다음 운은 모르겠다. 오버하거나 일을 저지르게 된다. 실패다. 그것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색하지만 끊어야 한다. 솔직히 아무 생각 없었잖아. 계획적이었던 것처럼 연출해야 자연스럽지만. 미끄러졌는데 남들이 쳐다본다.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주우려고 했던 것처럼 위장하면 자연스럽다. 그런 식이다. 매너와 교양과 에티켓으로 무난히 수습해야 한다.


    문제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너도 에티켓도 교양도 안 배웠다. 국영수만 배웠다. 그래서 망했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무의식적으로 집단의 공기를 긴장시키려고 한다. 분위기를 타이트하게 조여준다. 그래야 행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우연히 무대에 올랐다면 노래라도 한 곡조 뽑아야 자연스럽다. 상대가 먼저 내게 말을 걸도록 연출해야 한다. 실패는 어색함, 창피함, 수치심으로 나타난다. 무대에 올랐는데 박수가 쏟아지는데 부를 노래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곤란하다. 권력이 그곳에 있다. 


    내가 권력을 쥐면 당당하고 상대가 권력을 쥐면 수치스럽다. 평소에는 방을 지저분하게 해놓다가도 손님이 오면 방을 치운다. 손님이 권력을 쥐면 곤란하다. 방을 깨끗하게 치우고 과일과 차를 준비해 놓아야 내가 주도권을 쥔다. 내가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환경이다.


    아는 사이는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이긴다. 모르는 사이는 먼저 말을 거는 쪽이 진다. 명절에 친척이 모이면 내가 먼저 '너 언제 취칙할 거냐?' 하고 급소를 공략하면 이긴다. 지는 게임을 강요당하면 그게 명절증후군이다. 무도회라면 낯선 사람과 게임이 벌어진다. 


    먼저 말을 거는 쪽이 지는 게임이다. 쉽게 이기는 방법은 상대가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걸고 내가 퇴짜를 놓는 방법이다. 무도회에 갔는데 아무도 내게 춤을 신청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게임에 진 것이다. 상대가 먼저 내게 어필하고 내가 매몰차게 거절하면 승리가 된다.


    권력은 그 안에 있다. 각자 전략을 가지고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의미다. 의미는 하나의 게임을 완성했을 때 다음 게임에 초대되는 것이다. 의미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은 없다. 하다보면 의미를 얻게 되고 반복하는 것이다. 


    에베레스트에 오르면 방송국에 초대된다. 다음 게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게 인생의 의미다. 사건의 연결이다. 모르는 사람은 일단 저지른다. 상대가 반응하면 어깃장 놓는다. 아는 사람은 의미를 생각하고 행동한다. 전략을 가지고 들어간다. 그런 차이다. 


    행동이 생각에 앞선다. 일단 환경을 장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마구 뛰어다닌다. 개는 구역을 순찰한다. 그러다 실패하면 생각하기 시작한다. 같은 일을 두 번 겪으면 지난번 경험을 생각해야 하지만 처음에는 행위가 먼저다. 


    행위는 존재다. 물은 흐른다. 바람은 분다. 인간은 행동한다. 호르몬 때문이다. 아기는 본능적으로 엄마를 붙잡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환경을 붙잡는다. 축구선수는 무의식적으로 볼을 잡고 권투선수는 글러브를 낀다. 인간은 환경과 나란히 흘러간다. 존재가 먼저다. 


    상호작용이 존재다. 게임이 존재다. 이기거나 지면 걸맞는 전략을 수립한다. 인간은 환경 따라 흘러가는 존재다. 한 번 가면 끝까지 가야 한다. 그래서 고뇌하게 된다. 적절히 빠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끼어들 때는 생각이 없고 빠져야 할 때는 용기가 없다. 철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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