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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480 vote 0 2011.01.13 (13:45:13)

 

 

전쟁과 평화

 

평화는 평화하려는 의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쟁과 평화 중에서 평화를 선택했기 때문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평화는 오직 방어기술이 공격기술을 압도할 때 얻어진다.

 

방어기술은 세력화에 의해 얻어진다. 그리고 세력화는 소통에 의해 얻어진다. 말로 하는 대화를 넘어, 포지션으로 하는 소통을 넘어, 일체감을 느끼는 공감에 이를 때 진정한 평화가 찾아온다. 타자를 더 이상 타자가 아니라 나의 일부로 여길만큼 소통의 밀도를 증가시킬 때 평화는 얻어진다. 거기에 기술이 필요하다.

 

인터넷은 원래 전쟁에서의 통신두절에 대비하여 만들어졌다. 인터넷은 공격무기가 아니라 뛰어난 방어무기가 되어 있다. 인터넷의 전방위적인 소통이 방어능력을 향상시킨 것이다.

 

공격기술은 신무기의 발명으로 나타난다. 1차 세계대전의 주범은 기관총이었다. 기관총의 십자포화로 보병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인간을 흥분시켜 전쟁을 일으켰다. 2차대전은 전차와 비행기에 대한 환상이 원인이었다. 신무기를 개발한 쪽은, 적이 더 나은 무기를 개발하기 전에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최고의 방어는 최대한의 세력화다. 이에 따라 광범위한 국제연대가 이루어져 연합군이 결성되었으며 공격보다 방어쪽이 더 큰 세력을 이루기 때문에 평화가 얻어졌다. 방패가 창을 이긴 것이다.

 

전쟁은 주로 남성에 의해 일어나지만 여성에 의해 종결되곤 한다. 여성의 소통능력이 남성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다. 여성은 가족 중심의 소규모적인 밀도있는 소통에 뛰어나다. 남성은 회사 중심의 대규모적인 소통에 뛰어나다. 대신 소통의 밀도는 낮다.

 

종교는 대개 교주나 교리를 앞세우고 있지만 이는 형식에 불과하고 본질은 인간의 공동체적 본능에 있다. 가족공동체의 발전된 형태가 종교공동체다. 더 큰 가족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더 종교공동체에 적극적이다. 이는 여성의 뛰어난 소통능력 때문이다.

 

남성들은 자연이나 철학이나 우주와 같은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분야에 광범위한 관심을 가진 경우가 많다. 소통의 폭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다. 이러한 차이는 육아문제와 관련이 있다. 가정에서 육아책임을 지지 않는 남자가 더 보폭이 넓은 것이다.

 

여성-가족, 종교 중심의 소규모적이고 밀접한 소통.

남성-회사, 자연환경 위주의 대규모적이고 느슨한 소통

 

소통의 본질은 집단의 의사결정이다. 모계사회에서 여성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이유는 여성이 학문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잦은 부족전쟁으로 40세 이상을 산 남자가 드물었던 부족사회에서 씨족의 서사시나 약초에 대한 지식 등은 모계로 전승되는 경우가 많았다. 언제라도 학습을 많이 하는 쪽이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잡는다.

 

농경사회로 넘어오면서 공동체의 규모가 커지고 남자가 더 많은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남자가 의사결정을 주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공동체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동안 분명하게 나타나지만, 규모가 커진 공동체가 내실을 다져가는 동안에는 상황이 역전된다. 다시 여성의 소통능력이 우세하게 된다. 여성이 더 밀도있는 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소통은 건성인 경우가 많다. 일을 벌여놓고 마무리짓지 않는 것이다.

 

여성의 세력화 경향은 동물 생태계에서 두드러지게 관측된다. 아프리카 물소들은 암컷을 중심으로 모계사회를 이루며, 코끼리 역시 늙은 암컷이 무리를 이끈다. 수컷들은 떠돌이로 살다가 죽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사자의 경우도 암컷 무리를 차지한 소수의 수컷만 살아남을 뿐 대다수 수컷은 떠돌이로 살다가 죽는다. 수컷은 세력화에 실패하여 죽을 확률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런 특징은 인간의 부족사회에서도 흔히 관측된다.

 

중요한건 집단의 의사결정이며 의사결정의 요체는 긴장의 조성에 있다. 긴장이 극대화 되었을 때 집단이 나아가는 방향성이 드러나고 대규모의 세력화가 기능한다. 문제는 누가 긴장을 조성하는가이다? 예민한 사람이 긴장을 조성한다. 위기상황에서 여성이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여성이 더 분별있게 전쟁억지 기능을 하는 것이다.

 

무개념 이명박이 덜컥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것은 긴장을 하지 않는 사이코 패스적 본성 때문이다. 전혀 긴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구제역 사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뮤지컬 나들이나 하고 있다. 이명박은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졌을 때에도 아무 생각없이 어리버리 하고 있었다.

 

위기상황에서 지도자는 빠르게 결정해야 하고 그 결정은 명확해야 한다. 이명박은 연평도가 포격당한 시점에서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하들이 전한 대통령의 지시는 모호한 것이었다. 긴장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긴장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들은 자녀를 보호해야 하므로 긴장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미국에서 사라 페일린이 마마 그리즐리 운동을 벌여 재미를 본 것도 그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마마 그리즐리 운동은 새끼를 가진 그리즐리곰처럼 사납게 기득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보수주의 운동이다. 새끼를 가진 엄마곰은 매우 난폭해진다. 그 결과는 민주당 하원의원에 대한 테러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명확한 의사결정에 나선다. 남자들은 긴장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징기스칸이 성공한 이유는 어머니와 부인의 적극적인 의사결정 역할 때문이다. 어머니 허엘룬은 징기스칸이 형 벡테르를 죽였을 때의 일을 거듭 상기시키며 집단의 결속을 강조했다. 징기스칸이 속임수를 쓰는 탱그리 뭉릭에게 속아 동생을 벌하려 했을 때 허엘룬이 나서서 징기스칸을 다그친 덕분에 씨족의 결속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징기스칸 집단의 성공은 씨족집단의 강한 결속력 덕분에 가능했으며 그 중심에는 허엘룬이 있었다.

 

정치에서 흔히 관측되는 현상은 집단 내부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외부와의 연대가 깨지는 현상이다. 이는 눈덩이를 굴려보면 알 수 있다. 눈사람을 만들 때 속에 단단한 심을 넣지 않으면 눈이 뭉쳐지지 않는다.

 

유비, 관우, 장비, 조운의 단단한 결속력을 보고 제갈량과 위연, 황충 등이 찾아오는 것이다. 조조가 강했던 이유도 같은 집안인 조씨와 하후씨가 굉장한 결속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이름난 장수들이 몰려든 것이다. 반면 원소는 원담, 원상, 원희 형제가 분열해서 스스로 외연을 잘라먹었다. 내부에서 붕괴하면 외연이 먼저 떨어져 나간다.

 

유시민이 경상도에서 무시받으면 호남에서도 관심을 끊는다. 정동영은 호남에서도 인정을 못았기 때문에 외부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먼저 자기 집단의 단단한 결속력을 앞세워야 한다. 그러므로 노무현 대통령은 안희정, 이광재 등을 아껴야 했다. 여기에는 미묘한 균형이 있어서 너무 제 식구를 감싸고 돌면 외연이 차단되고 반면 제 식구가 없어도 역시 외연이 차단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통은 직계세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국회 안에 노무현 직계가 너무 없었다. 하나 있었던 천정배마저 등을 돌렸다.

 

징기스칸 집단은 가장인 예수게이가 일찍 죽어서 여왕봉형 가정이 되었기 때문에 초반에 징기스칸이 형 벡테르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허엘룬의 독려 속에 강한 결속력을 유지하게 되었다. 남성의 권위가 센 집단의 경우 대부분 형제간에 반목하여 붕괴하는 패턴을 보인다.

 

남자들은 긴장하지 않기 때문에 세력형성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징기스칸은 초반에 자무카를 존경하여 1년 반이나 같이 유목하면서 한 침대에서 자고 같이 사냥을 하고 같이 양을 쳤다. 그들은 형제 이상으로 돈독한 우애를 가졌으며 징기스칸은 거기에 만족하고 있었다. 어느모로 보나 자무카가 우위였기 때문이다.

 

징기스칸이 자무카로부터 독립한 이유는 순전히 부인 부르테 때문이다. 징기스칸은 자무카와 부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것이다. 역시 의사결정이라는 점으로 보면 여성이 강하다. 위험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긴장을 잘 하기 때문이다.

 

징기스칸의 장남 주치는 부인이 납치되었을 때 가진 아이다. 징기스칸은 친아들이 아니었지만 차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에 대한 권리가 어머니인 허엘룬에게 있기 때문이다. ‘주치라는 이름은 손님이라는 뜻이다. 아주 이름에다 내 아들이 아니라고 광고를 해 놓은 것이다. 그런 점을 보면 징기스칸이 남의 자식인 주치를 전혀 차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지 어머니와 부인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을 뿐이다.

 

주치는 다른 형제들로부터 견제를 당하여 아들 바투와 함께 유럽쪽으로 쳐들어가서 킵차크한국을 건설했다. 이는 다른 형제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으려는 의도에 의해서였다. 아버지가 다른 형제들이 주치를 차별하여 징기스칸군이 아랍을 침략할 때 주치에게만 의도적으로 식량보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치는 어쩔 수 없이 말먹이풀이 풍부한 북쪽으로 눈을 돌려야 했던 것이다.

 

몽고에도 분명히 차별은 있었다. 차별을 막은 것은 허엘룬과 부르테의 의사결정 권리였다. 징기스칸은 어머니가 다른 형 벡테르를 죽였지만 벡테르의 동생 벨구테이는 살려두었다. 징기스칸이 18세의 어린 나이에 군주의 지위에 오른 것은 벨구테이와 카사르 덕분이었다.

 

남자들은 씨족이 해체되어도 외부에서 안다(의형제)를 결성하여 세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 씨족의 해체는 모든 것을 잃는 결과로 된다. 그러므로 여성이 더 소통의 밀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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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전쟁은 남자, 평화는 여자 하는 단순한 이분법이 오히려 여성에게 불리한 프레임이라는 말이다. 스스로 자신을 불리한 프레임에 가두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자기편에 해가 되는 짓을 하는 것은 진보진영이 늘 저지르는 실수다.

 

이것도 하지마라, 저것도 하지마라, 뭐도 하지마라'고 억압해서 스스로 동선을 좁히고 결국 고립되어 고사하는게 진보가 실패하는 패턴이다. 이는 진보가 지식에 의한 완벽한 기획이라는 망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진보는 완벽한 기획이 아니라 우발적 발견에 의해 일어난다. 외곽으로 나아가 동선을 넓히다 보면 우발적인 발견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쓸데없이 계획을 촘촘히 세울수록 장기적으로 확률을 깎아먹는다. 완벽한 패스에 의한 득점보다 공간의 창출에 의한 줏어먹기를 노려야 한다.

 

국회에서 백만원짜리 예산은 꼼꼼히 따지는데 10조원짜리 예산은 대강 넘어간다. 10조원짜리 예산을 꼼꼼하게 따지면 그 나라 망한다. 큰 예산일수록 돌발적인 상황이 전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의외성이 높게 작용하기 때문에 유드리가 필요한 거다. 그러니까 계획을 안 세우는게 가장 좋은 계획이다.

 

지금도 야권에서 진보집권 플랜이라면서 바보같은 시나리오 쓰는 사람이 많은데 필자가 보기에는 그 계획대로 하면 백퍼센트 진다. 그런 시나리오들은 대부분 대선보다 앞서 있는 총선에서 일어날 돌발변수를 제외하고 기획되기 때문이다. 물론 좀 아는 사람이 계획을 세우면 다르다. 구조를 아는 사람은 항상 돌발상황에 대비하므로, 그 부분을 감안해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지식인들 중에 이 부분을 아는 사람은 없다.

 

페미니스트들도 전쟁=남자, 평화=여자로 도식화 할 것이 아니라 남자의 공격기술 대 여자의 소통기술로 대비시킨다면, 대부분의 전쟁이 남자가 주도하는 새로운 전쟁기술에 의해 촉발되고, 여자가 주도하는 새로운 소통기술에 의해 종결된다는 점이 드러난다.

 

여자의 적극적인 역할에 의해서 전쟁이 극복된다는 점이 규명되어야 한다. 무작정 전쟁반대가 아니라 방어력 강화에 의한 전쟁억지가 정답이다. 전쟁은 전쟁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의 의견때문에 일어나는게 아니라 총체적인 위기관리능력의 부재 때문에 일어난다. 평화 좋아하다가 전쟁을 만나 나라 말아먹은 지도자 꽤 많다. 리스크에 대비했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만 전쟁한다는건 착각이다. 우리가 차별을 없애고 담장을 허물어 소통능력을 증대시켜가는 과정이 전쟁억지 행동이며 그러한 전쟁억지라는 전쟁에 남자나 여자나 다 참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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