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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727 vote 0 2011.04.24 (00:14:47)

 

 

한국교육에 대해


- 아래 질문에 대한 답글을 보충합니다. -


한국교육이 다양성과 창의성을 부정하는 낡고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조만간 세계 1위가 되는 이유는 역시 지정학적 구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교육을 계속하면 그 1위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한다.


한국은 구조적으로 성공하지 않으면 죽게 되어 있는 나라다. 이는 한국만의 지정학적 구조의 모순 때문이며, 이 모순을 해결하려면 아주 한국 땅덩이를 떼서 유럽으로 떠매고 가서 유럽 한 가운데에 박아놓거나, 아니면 미국의 한 주로 들어가거나, 혹은 일본과 합방하는 수 밖에 없다. 그 어떤 방법도 불가하므로 이대로는 성공할 수 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한국은 오직 세계에서 1등이 가능할 뿐, 2등은 바로 죽음이다. 그리고 이미 쏘아진 화살이다. 이미 걸린 발동이다. 끝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중도에서 멈출 수 없다.


이런건 돌아가는 판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필자가 학생이었을 때가 80년대 초반인데 그때그시절 한국의 대학진학률이 10퍼센트 안밖이었다. 보도에 의하면 이탈리아는 지금 30퍼센트인데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다는 내부비판도 있었다고. 그런데 한국은 지금 61퍼센트란다. (독일 34, 일본 46퍼센트, 핀란드 71퍼센트.)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오직 생존하기 위해서이며 유럽이라면 그럴 필요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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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성공한 나라들의 특징은 성공하지 않으면 죽게 되어 있었다는 거다. 일본이 아시아에서 먼저 성공한 이유 중에 하나는 먼저 서구 열강의 침략을 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은? 중국만 믿고 있었다. 중국은? 중국의 지배집단인 극소수 여진족들은 다수 한족의 생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여차하면 만주로 튀면 그만이니까.


중국의 여진족 왕실은 홍콩을 영국에 빼앗기고도 천자가 서양오랑캐들에게 인심 좀 쓰는 걸로 여겼다. ‘서양 오랑캐 놈들이 조공을 바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는구만. 까짓거 조공 받아주면 되잖아. 그래 받아줄께!’ 한국이 근대화에 뒤진 이유 중에 하나는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섬이라서 어디로 튈 데도 없다. 절박했다. 개화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은 수도인 도쿄 바닷가 코앞까지 서양 함대가 왔다. 중국은? 서구인이 출몰한다는 홍콩과 북경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더욱 의사결정구조로 보면 한족과 만족 사이에 의사소통의 장벽이 있었다. 만약 서양 배가 강화도에서 멈추지 않고 한강을 거슬러 노량진까지 왔다면? 조선이 더 일찍 개화했을지 모른다.


서구가 일찍 성공한 이유도 대개 북쪽으로 내몰린 위그노들이 남쪽 카톨릭의 압박에 못이겨 살아남기 위해서 분발한 데 있다. 30년 전쟁 때 덴마크의 구스타프 아돌프가 처음 근대식 전쟁을 시작했고, 네덜란드가 먼저 주식회사 따위를 만들어 자본주의를 시작했는데, 대개 강국이었던 스페인의 압박과 함께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낭트칙령을 폐기하고 신교를 탄압했기 때문에 100만명의 신교 자영업자들이 영국과 북쪽지역으로 도주한데 따른 현상이다. 당시 남쪽에서 북쪽을 치는 흐름이었고 북쪽으로 더 도망갈 곳이 없었던 거다.


미국의 경우 대개 유럽에서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빈손으로 도망쳐 온 자들이 가진 것이라곤 붕알 두 쪽 밖에 없어 맨손으로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남미는 스페인 귀족들이 눌러앉아 원주민을 노예로 부리며 호의호식하고 잘 살았기 때문에 성공할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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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창의성 교육과 다양성 교육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즉 61퍼센트라는 높은 대학진학률만큼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높은 사교육비 부담을 비롯하여 들이는 에너지에 비해 효과는 너무 적다.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효율성을 높이려면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며, 이는 상위권 학생일수록 더욱 절실하다. 어차피 공부 못하는 애들은 다양성이고 뭐고 필요없다. 공부 잘 하는 소수 영재들이 다양성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노벨상 수상이라도 할 만한 업적을 남길 수 있다. 그런데 모든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타고난 영재라고 믿고 있으므로 결국 모두 다양성 교육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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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진학률이 왜 비정상적으로 높은가? 이 본질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방금 칼럼에 서태지 이야기 써놓고 왔는데 그 안에 답이 있다. 분노가 크고 그만큼 에너지가 크다는 거. 모순이 큰 만큼 에너지의 낙차가 커진다.


본질로 보라. 유럽아이들과 한국아이들이 처한 환경의 다양성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다양성이 높은가?


◎ 유럽 핀란드 71프로 대학진학 - 평균적인 중산층 소득수준의 아이들이 평균적인 동기와 욕망을 가지고 평균적으로 다양하게 논다.


◎ 한국 61프로 대학진학 - 빈자와 부자가 뒤섞여서 온갖 모순과 갈등을 경험하게 되는 점에서 다양성을 가진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획일적으로 공부한다.


◎ 유럽 독일 34프로 대학진학 - 소수의 영재들만 획일적으로 모여서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인풋 대비 아웃풋으로 보면 가장 효율적인 교육을 하는 나라는 독일이다. 기본적으로 교육을 덜 하기 때문이다. 일본도 한국에 비해 교육을 덜 한다. 효율면에서는 독일과 일본이 뛰어나지만 총량에서 핀란드와 한국에 뒤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핀란드 교육과 한국 교육이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교육콘텐츠는 원시적이고 낙후되어 있으나 구조론은 항상 내용보다 형식을 강조한다. 한국교육의 내용은 엉터리지만 형식은 61프로라는 높은 대학진학률에서 보듯이 상당히 앞서 있다.


물론 전 국민이 대학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교육의 의미는 소수가 성공하면 그것을 나머지 다수에 퍼떠려서 공짜먹는데 있다. 그런데 학력장벽이 있으면 상층부의 성공이 하층부로 전파되지 않는다.


독일처럼 소수가 대학진학을 한다면 그 소수 안에서 새로운 성공모델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독일 하층부로 전파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럽은 넓으므로 유럽 다른나라로 전파되고 유럽 전체를 한바퀴 돌아서 다시 독일로 되돌아오므로 문제는 없다.


개화시기 일본이 성공한 이유는 일본의 콘텐츠가 우수했기 때문이 아니다. 중소기업 중에서 소수의 좋은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승진이 빠르고 대우도 좋다. 일본은 그러한 효과를 본 것이다. 19세기말 세계에서 가장 빨리 출세하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선진국을 따라잡은 일본에 있었다.


핀란드는 이미 선진국이고 그들은 소득면에서 획일화 되어 있다. 내부에 갈등과 모순이 없다. 에너지의 낙차가 덜하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다양성은 빈부차가 큰 데도 불구하고 한 교실에 모여 있는 한국이 더 높다.


◎ 빈자는 대학을 못다니고 부자만 대학을 다닌다. -> 망한다. 계급장벽이 생겨서 상층부 부자의 성공모델이 하층부로 전파되지 않는다.


◎ 빈자와 부자가 같은 대학에서 분노를 일으키며 충돌한다. - 흥한다. 상층부 소수의 성공이 바로 전체에 전파된다.


◎ 모두가 같은 중산층이고 모두 대학을 다닌다. - 흥하지만 에너지는 약하다. 서구세계 전체와 같은 인구 15억의 큰 배후지를 끼고 있을 경우 성공하지만, 배후지가 적으면 장기적으로 망한다.


◎ 모두 같은 중산층이나 소수만 대학진학을 한다. - 장기적으로 망한다. 계급장벽이 생겨서 새로운 성공모델이 잘 생겨나지 않는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교육을 적게 하면 비용 대비 효율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망한다. 지금 독일과 일본이 잘 나가는 것은 좋은 성공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모델은 잘 생겨나지 않는다. 독일과 일본이 상대적으로 인터넷 시대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건 질이다. 그리고 질은 외부에서 에너지 형태로 들어온다. 교육현장 안쪽보다 그 바깥이 더 중요하다. 형식이 내용보다 중요하다. 물론 안쪽도 이왕이면 잘 하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바깥환경 덕을 볼 경우 일본처럼 잠시 반짝 하고 꺼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 있지만 지금처럼 획일주의 교육이 판을 치면 그 성공은 오래가지 못한다. 길게 가려면 큰 배후지를 가져야 한다. 지금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의 배후지다. 그런데 일본이 아시아라는 좋은 배후지를 지금 한국에게 뺏기듯이 만약 한국이 획일주의 교육으로 간다면 장기적으로 중국에 다 뺏기고 빈 껍질이 된다. 한국이 아시아의 머리가 되어야 한다. 머리가 되려면 창의성 교육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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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은 획일주의적 주입식 교육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실패한다.' <- 이런 식의 단세포적 발언은 무개념 좌파들이 잘 하는 소리인데 매우 위험합니다. 이건 뭐 잘못하다가는 '이명박 덕분에 잘 되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명박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잘못된 주장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 덕에 성공한 줄을 알아요. 박정희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인 것입니다. 한국이 이만큼 된 것은 일본, 대만, 홍콩, 싱가프로와 마찬가지로 지적학적인 이유 때문이지 다른거 없습니다. 내부에서 이유를 찾으면 '이게 다 박정희 덕분이다'는 잘못된 논리가 만들어집니다. 내부가 중요한게 아니고, 내용이 중요한게 아니고 절대 형식이 중요하고, 그 형식은 지정학적 구조와 원초적인 자원의 질입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자원의 질이 안 좋기 때문에 300년 전에 개화를 했어도 안 됩니다. 이디오피아는 700년 전부터 개화를 했고 한때 이탈리아군과 싸워 한때 승리하기도 했습니다. 안 되는 집단은 절대 안 되고 되는 집단은 모로가도 되기는 됩니다. 근데 고생하죠. 한국은 되는 집단이므로 되는데 모로가고 있기 때문에 편한 길 두고 생고생 하고 있는 겁니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11.04.24 (01:00:51)

일본 지진과 쓰나미 후에도 시민들이 질서를 너무나 잘 지키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존경스러우면서도 드는 생각이

'저런 나라에서 살면 얼마나 답답할까...얼마나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훈련이 잘 되어 있으면 저렇게들 반응할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재난에 대해 공동으로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필요한 일이겠지만,

상황전체에 대한 신속한 이해와 잘못된 리더에 대한 분노와 순발력있는 대처.. 이것과는 좀 다른 거니까.

대한민국사람은 절대로 일본인 같은 모습을 보일 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성의 문제가 아니라 완전 조건이 다르니까.

그리고 솔직히 여기가 더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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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큰 모순들이 모여있는 나라.

분노할 것이 많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투성이인 이 나라에서 태어난 것은 어쩌면 행운.

지정학적 조건이 여러강대국에 둘러싸여 한넘에게만 올인할 수 없는 나라.

그래서 닫히지 않고 밸런스의 축이 될 수 있는 나라.

에너지의 낙차가 가장 크고 상승욕구가 들끓는 나라.

상승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나라.

조용히 평화롭게 유유자적 살기가 굉장히 힘든 나라.

1등하지 않으면 망하는 나라.

내부에서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탓할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1등하는 사회시스템, 경쟁력을 만들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나라.

패배주의적인 무한경쟁이 아니라, 

존엄을 바탕으로 다양한 창의를 이끌어 내어 신나는 최고의 시스템을 만들어낼  에너지가 가득한 나라.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1.04.24 (15:05:40)

주류에 끼어서 비주류가 되기보다는

비주류에서 주류를 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아니 비주류가 주류보다 다수인 나라... 대한민국의 현재 구조가 그러하므로...

또한 처음부터 주류가 될 생각은 없던 사람들..그 방식은 애초에 맞지 않으므로.. 그만큼 사회에 모순이 크다는 얘기.

그 에너지의 낙차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더구나 인터넷은 그것을 용이하게 하는데 활용되기 때문에 비주류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환경을 바꾸는데 에너지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기도 하네요.

요즘들어 대중이 성장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대중의 성장을 무서워 해야 할 것이 아니라 대중의 성장은 그만큼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라는 것과, 조금은 솔직한 세상을 만든다는 것에 있어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대중은 언제라도 모일 구심점을 찾고 있고, 없으면 자기들끼리 자학을 합니다. 그러므로 대중의 성장과 각성은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킨다고도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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