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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344 vote 0 2010.11.15 (22: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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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은 외부 환경의 자극을 받아들여 이를 행동으로 처리하는 일을 한다. 이때 마음이 외부환경을 받아들이는 쪽이 상부구조, 이를 행동으로 처리하는 쪽이 하부구조이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상부구조를 흔히 무의식이라고 한다. 심리학계에서는 하부구조의 감정과 생각에 대응하는데 치중할 뿐, 상부구조의 무의식 영역은 아직까지 미개척지로 남아있다. 모든 마음의 병리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이지 못한 때문이며, 에너지가 없는 하부구조에 대응하려 하는 기존 심리학계의 방법은 성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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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외부의 에너지를 받아들여 처리하는 입력과 출력 사이에 정신≫의식≫의도≫생각≫감정이라는 다섯 가지 일처리 단계가 있다. 구조원리에 따라 각각 외부를 향해 뻗어가며 성장하는 시스템(정신)≫에너지 입출력이 있는 메커니즘(의식)≫축과 대칭을 가진 구조(의도)≫작동 순서가 있는 포지션(생각)≫닮아있는 패턴(감정)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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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식≫의도≫생각≫감정은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포함관계를 이루고 있다. 정신 속에 의식이, 의식 속에 의도가, 의도 속에 생각이, 생각 속에 감정이 들어간다. 맨 앞의 정신이 가장 범위가 크고 추상적이고 폭넓게 영향을 미치며, 맨 뒤의 감정이 가장 작고 구체적이다. 앞에 오는 것이 마음의 원인, 뒤따르는 것이 마음의 결과이며, 각 단계는 인과관계의 연쇄고리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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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의식≫의도≫생각≫감정은 하나의 일을 처리하는 각 단계의 절차다. 맨 앞의 정신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의식이며, 그 뒤로 의도와 생각과 감정이 따른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병리는 앞에 오는 정신이 사회관계 안에서 잘못된 포지션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정신을 바로잡아 공동체 안에서 내게 맞는 포지션을 얻어야 마음이 다스려지며, 정신을 그대로 둔 채로 뒤에 오는 생각이나 감정을 다스리려는 노력은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정신의 운전자가 나쁘고, 의식의 차가 나쁘고, 의도에서 길을 잘못들어선 상태에서 잘못된 원인을 그대로 두고 결과만 바로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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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마음이 진화하는 순서는 마음의 일처리 순서인 정신≫의식≫의도≫생각≫감정의 반대이다. 또 외부에서 타인의 마음을 읽는 순서도 반대이다. 감정이 맨 앞에 오고, 그 다음에 생각, 의도, 의식, 정신 순으로 진행된다. 모든 오류는 이 순서의 착오 때문이다. 마음의 진화는 외부환경을 내면화 하는 형태로 일어났다. 감정이 가장 외부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크고 다음의 생각, 의도를 거쳐 의식, 정신으로 갈수록 외부에 대한 의존도가 약하다. 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큰 감정과 생각이 잘 의식되고, 의존도가 낮은 의식과 정신은 잘 의식되지 않는다. 목발을 짚은 사람은 목발에 의존하므로 그 목발의 존재를 잘 의식하지만, 아무 것에도 의존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가 물과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환경을 잘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마음에 내면화 되지 않아 걸치적거려서 불편한 감정은 잘 의식되고 내면화 되어 편한 정신은 잘 의식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의식이라 한다. 그러나 이는 무지한 탓이며 깨달음에 의해 전부 의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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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의식≫의도≫생각≫감정은 마음 내부의 기계적인 메커니즘이며 외부로 보여지는 마음의 계기판에는 존엄≫자유≫사랑≫성취≫행복으로 나타난다. 존엄이 가장 중요하며, 존엄을 얻으면 나머지는 순서에 따라 저절로 풀린다. 인간은 대개 최종단계인 행복만을 추구하려 하며 이는 실패로 돌아간다. 행복은 성취에 의해 풀리며, 성취는 사랑에 의해, 사랑은 자유에 의해, 자유는 존엄에 의해 해결된다. 이 순서를 지킬 때 마음은 다스려진다. 


  정신의 존엄은 나는 누구이며, 본래 어디서 왔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신과, 세계와, 우주와, 자연과, 인류와, 문명과, 역사와, 시대정신의 좌표 위에서 나의 위치를 아는 것이다. 거의 모든 마음의 병리는 존엄으로 하여 완전히 해결된다. 존엄은 자기존중감이며, 자부심, 긍지, 호연지기, 사명감, 책임감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의식의 자유는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이며, 나에게 속한 나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아는 것이다. 나의 재산, 나의 힘, 나의 친구, 나의 직업, 나의 신분, 나의 권리를 아는 것이다. 나의 항상성과 일관성을 결정하는 것이며 곧 나의 자아다. 나다움을 알게 하고, 나의 캐릭터를 표방하게 하고, 나의 인격과 정체성을 결정하고,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컨셉을 결정한다.  


  의도의 사랑은 공동체 안의 상대적인 포지션 구조 안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다.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게임의 법칙을 적용하며, 상대의 행동을 관찰하며 거기에 연동시켜 나의 행동을 결정한다. 타인과 비교하고 판단한다. 우월감이냐 열등감을 형성하며, 내향형이나 외향형 등의 심리성격을 형성하고 한편으로는 편견과 차별, 고정관념의 고집으로 나타난다.


  생각의 성취는 공동체 안에서 성립하는 포지션 관계를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여 낱낱이 풀어내는 것이다. 사회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출세를 하고, 명성을 얻고, 승부에서 이기고, 오락을 즐기고, 자녀를 키우고, 휴식을 취하고, 대화를 하며 반복되는 일상의 행위들이다. 대개 포지션 관계의 모순으로 일어난 문제를 노동과 활동을 투입하여 해결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감정의 행복은 마음이 일하여 이를 행동으로 처리한데 따른 뇌의 보상이다. 또 방해자를 만나 행동을 주저하려 할 때 호르몬을 분비하여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장치다. 호르몬의 분비가 과다하면 그에 따른 신체상태가 피드백으로 다시 뇌에 전해져서 같은 행동을 의미없이 반복하게 하는 욕망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다섯가지 단계로 마음은 일을 한다. 이들을 잘 일 시킬 때 마음은 다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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