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치는 있을 수 없다란 명제가
결국 현실과 타협하는 굴욕을 말하는가의 문제를 제기해 본다.

정치란 모든 가치를 조정하는 권력 창출행위이다.

현실인식을 뚜렷히 해야 하고, 지향해 나갈 당위성과 조화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없다면 무엇하러 정치를 하나?

부부관계가 선명한 이념만으로 안 되는 것이고,
가족관계가 권위만으로 유지될 수도 없다...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할 때...
사람의 타인에 대한 모든행위는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부부간에 트러블이 있었는데 훌륭한 스킨쉽을 동반한 섹스로 위기를
극복하였다면 섹스도 정치행위이며,
코카콜라와 식혜를 놓고 선택하는 문제도 다분히 정치적이며,
정치하지 말자는 결정도 정치행위이며, 가장 나쁜 선택일 수도 있다.

선명성 논쟁은 결벽증을 극복하였을 때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범민주개혁의 결집의 구심점으로 부각한 국민경선후보인 노무현이
후보단일화 문제로 그 선명함이 빛을 약간 잃은 것은 사실이나...
부단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끌어 냈다면
그것이 명백히 야합이라는 증거가 없는 한,
위대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는 선명성만을 모토로 하는 지식인그룹이나 사회단체와
정당이 서로 구별되는 점이다.

애초에 독자후보를 내지 못한 점도 다분히 실수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
정책연대 공동후보를 추대한 이상
정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신의를 지키는 현실감각이 있었다면
지난 준비위의 후보단일화 중단 촉구같은 실수는 아니하였으리라.

많은 비민주세력들이 이런 다툼 가운데서 공동후보가 상처를 입고
다쳐 낙마하기를 바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

고통은 인간을 성숙하게 하고 자유롭게 한다는 점을 보면
노후보는 이런 이전투구판에서 잘 견디며,
오히려 성숙해 지지 않았는가?

명백히 야합을 하였다는 증거가 없는 한,
선명성이 조금 후퇴했다고,
마녀사냥식의 재판을 노후보에게 가하려 한다면,
이는 참으로 극단적 종교단체에나 어울리는 생각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반 노 세력과 뭐가 다른가?)

우리가 판단하는 가치의 기준은
상식과 양식이 통하는 건전한 시민사회를 지향하는 언표이지,
엄격한 도덕군자의 이념이지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유시민 당대표의 논평은 시의적절하며,
또 솔직하며,
당의 향배에 대한 현실감각을 비로서 지녔다는 평을 아니할 수 없고,

전국집행위원회의 결정과 논평 또한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어쩌면 이런 타이밍 있는 결단과 선택이 바로 정치행위인 것이다.

우리의 당의 이념(좀 더 보강해야 한다...사회정의실현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통한 실질적 자유와 평등의 추구...그리고
결국 통일의 주도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을
추구하는 데 있어, 노무현 공동후보는 이용가치 있는
제사상의 희생이다...밉든 곱든...

하긴 모든 정치인이 그렇다...
국민이 세금을 내서 그들을 먹여 살리는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국민 대신 어려울 때 희생하라는 것이다.

그의 선택을 지켜 보며 힘을 실어 주고 격려하다가
때로 우려 표명도 하며, 질책도 하면서,
비판적 지지를 계속해야 한다.
명백히 야합이라는 증거가 없는 한 그의 당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원의 의무이자 책임이며,
동시에 위대한 정치행위이다.

우리는 이미 사회단체나 지식인 그룹이 아니다.

최소한의 신의를 지키는 것은 정치의 기본이다.
이는 이념만큼이나 중요한 현실의 룰인 것이다.
그 신의가 우리를 붕당정치인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개혁당은 다시 자리를 잡고 항해를 계속할 것이며,

나 또한 새로운 결의로 여주지역 지구당 건설을 위해
한동안 손을 놓았던 조직확충에 다시 나서야겠다.

유시민 당대표와 전국집행위의 결단과 논평에 박수를 보낸다.

(유보했던 당비도 내야지...)


고인돌 김이준태(echoecho) bubm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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