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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107 vote 0 2020.01.15 (16:37:00)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라

   
    형이상학은 자연의 객관적 존재가 인간 내부로 침투해 들어오는 절차를 해명한다. 멀쩡한 사람도 정치판에 뛰어들면 갑자기 극단적인 행보를 한다. 이언주와 배현진처럼 경쟁적으로 제 얼굴에 똥칠하는 쓰레기 발언을 한다. 정치판 바깥의 외부인일수록 그 경향이 심하다. 


    정치판이 아니라도 그렇다. 아는 동네에 이주하면 지인의 소개를 받아 자연스럽게 정착한다. 모르는 동네로 가면 소동을 일으켜 그 바닥을 뒤집어 엎어놔야 한다. 잘못되면 아주 튕겨 나가고 잘 되면 기반을 다진다. 전광훈이 소동을 벌이는 이유는 목사 신분이기 때문이다.


    정치판에서 이질적 존재다. 기독당 전국구 1번으로 금뺏지 달려면 그 정도 해야 한다. 배현진도 마찬가지다. 남자들이 장악한 정치판에서 이질적 존재인 아나운서가 뿌리를 내리려면 세게 가줘야 한다. 문재인 때문에 한국이 공산화된다는 둥 자신도 믿지 않는 발언을 한다. 


    뻘쭘해서 그렇다. 너는 왜 정치를 하는가? 너는 왜 여기에 있나? 이 물음에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총이 없기 때문이다. 총이 있으면 자연스럽다. 일단 한 번 드르륵 갈겨주면 인사가 된다. 당신은 대관절 누구이길래 내 앞에서 얼쩡대는가 하는 난감한 질문을 당할 일 없다.

 

    목수는 연장통을 들고 있어야 자연스럽고 의사는 왕진 가방을 들어줘야 폼난다. 나와 대상을 연결하는 도구가 있어야 한다. 미리 안면을 트고 있으면 쉽다. 친척이라든가 친구라든가 사귀는 사이라든가 하는 타이틀이 있으면 일은 순조롭다. 누군가의 소개를 받고 가면 된다.


    소개장을 들고 가면 외판원이라도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다. 안면도 없고, 촌수도 없고, 소개해주는 사람도 없다면 난감하다. 인간은 어떻게 자연 앞에 설 수 있는가? 공산당 타령을 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총이 없기 때문에 반대로 상대방이 총을 감추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주체성이 아닌 타자성이다. 내가 어떻게 해서 정치를 하겠다는게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위협해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은 자기가 정치를 하고 싶은데 역량이 안 된다. 원자론이든 이데아론이든 이기설이든 남탓이다. 타자성을 극복하는 주체성의 철학이 필요하다. 


    TV토론을 한다고 치자. 가짜뉴스가 어떻다는 둥 조중동이 어떻다는 둥 다들 남탓하고 있다. 쪽팔리지 않는가? 기껏 그 소리 하려고 TV에 나왔는가? 남이 아닌 자신을 말해야 한다. 나한테 총이 있으므로 쏜다고 말해야 한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말해야 한다. 


    그동안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 조중동이 먹는 종이신문에서 SNS로 권력이동이 일어난다. 다들 스마트폰이라는 총을 하나씩 획득한 것이다. 독립시기에 미국은 왜 제국이 아닌 공화국이 되었는가? 시민이 총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14개 주가 왕국으로 독립하는게 맞다. 


    칠레에서 초석광산의 개발로 화약생산이 급증하자 시민이 총으로 무장하여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 금속활자의 보급으로 문자해독률이 높아져서 시민이 권력을 획득한 것이 부르주아 혁명이다. 그것은 남에게서 일어난 원인이 아니라 내게서 일어난 주체성의 확장이다. 


    내 영역이 넓어졌다. 그래서 내가 남의 영역으로 치고 들어간다. 그사이에 대중은 소극적인 정치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정치 생산자로 탈바꿈했다. 특별한 배경이 없이 김어준이 뜬 이면에는 이러한 본질에서의 변화가 뒷받침하고 있다. 엘리트에서 대중으로 권력이동이다.


    진중권이 무슨 소리를 해봤자 씨가 먹히지 않는 것이 이제는 대중이 총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어째서가 아니라, 조중동이 어째서가 아니라, 검찰이 어째서가 아니라, 대중이 어째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은 것이다. 노무현에서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그렇다.


    엘리트 정치가 막을 내리고 대중이 전면에 등장했다. 이 흐름은 역전되어 반동으로 달려갈 수도 있다. 할배들이 유튜브로 무장하고 반격을 시작했다. 다만 그들은 각개약진하느라 주체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태극기 세력은 정권탈환보다 박빠놀이에 분주하다. 


    국민여론이 정권심판이 아니라 야당심판으로 나오는 이유다. 태극기들이 광화문에서 시위를 하기 때문에 유권자는 자한당을 심판한다. 그들이 정권탈환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촛불을 배워 태극기를 하듯이 아직도 배우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주체의 형성은 미뤄진다.


    내부에서 질의 균일에 도달해야 입자로 전환된다. 지금은 배움이 부족해서 태극기 세력 내부가 불균일하다. 전광훈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의 역량이 왕년의 동학군이나 태평천국군에도 미치지 못한다. 남녀관계라도 그렇다. 왜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여자에게 고백하지? 


    그냥 똑바로 서서 고백하면 안 되나? 대화는 나란히 테이블에 앉아야 이루어진다. 나란하고 평등한 상태를 연출하느라고 그런다. 여자가 잃을게 많고 남자가 얻을게 많으므로 평등하려면 남자가 굽혀야 계산이 맞다는 경험칙이다. 물론 그것은 과거의 지나간 경험이다. 


    지금 20대 남자들은 실상은 그 반대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여자가 무릎 꿇고 남자에게 청혼하는 날이 오는지 지켜보자. 보통은 말한다. 자본가의 착취 때문에. 탐관오리의 횡포 때문에. 거짓말이다. 변혁은 내가 변했을 때 일어난다. 민주화는 도시화와 고등교육 때문이다. 


    지식이 무기가 되었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박정희가 정치를 잘했어도 역시 때려 엎어야 했다. 잘했다고 봐주는게 어딨어? 권력이동에는 봐주는게 없다. 승객이 착하다고 운전기사가 핸들을 양보하는 경우를 봤는가? 승객이 착하면 조종사가 콕핏을 양보해 주던가?


    신이 물심판으로 쓸어버릴 때는 착한 넘 나쁜 넘 가리지 않고 그냥 밀어버린다. 신대륙에서 백인들이 저지른 것을 보라. 잉카황제가 어떻게 해서 그런게 아니고 그들 손에 총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을 죽인 것이다. 물론 외부에는 인신공양의 야만습속 때문이라 둘러댄다. 


    그런 명분은 하루에 백 개도 만들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서 변화가 일어났는가다. 내가 무기를 손에 쥐었는가이다. 우리 안에 주체를 형성했는가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계의 균일을 달성했는가다. 그럴 때 내부에 입자가 도출되어 구심점을 이루고 주체를 세운다. 


    힘이 탄력을 받으면 운동은 거세게 진행되어 량의 성과가 얻어진다. 형이상학은 내가 누구인지를 묻는 것이다. 대중은 미디어를 장악한 권력주체다. 권력교체 싸움을 벌인다. 박정희가 어떻든 매를 맞는다. 왜냐하면 총을 내가 쥐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까지 총을 쏘는가? 


    내가 총을 쥐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확인될 때까지 쏜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인간은 어떻게 자연 앞에 서게 되는가? 그것은 원자론이나 이데아론이나 이기설과 같이 자연이 어째서가 아니다. 내가 어째서 자연 앞에 서는 것이다. 자연이 어떻든 그것은 자연의 소관이다. 


    내 사정이 아니다. 내가 총을 쥐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제 1 원인이다. 제 1 철학이자 제 1 명제다. 모든 사유의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형이상학은 주체에 대한 탐구다.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이다. 내게 권력이 있다는 사실에서 철학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간은 액션하는 존재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다. 나는 액션한다 고로 진보한다. 문명이 진보하므로 인간에게 권력이 있다. 자연의 진화와 문명의 진보가 나란하므로 평등하게 테이블에 앉는다. 우주가 진화의 존재이고 인간이 진보의 존재임을 자각하기다.


    그래야 평등하게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 우주가 어떻든 그것은 우주의 내부사정일 뿐 그럴수록 인간은 소외되고 배제된다. 신이 인간을 심판하든 어쩌든 그것은 타자인 신의 내부사정이고 나와 상관없다. 내가 신의 어떤 사업에 협조해줘야 한다는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 


    인간이 신과 나란해진 지점에서 인간의 발언권이 있다. 그것은 주체의 확장으로 가능하다. 나의 진보로 가능하다. 우주는 강물처럼 흐르는 존재다. 문명도 강물처럼 흐르는 존재다. 우주의 진화와 문명의 진보가 나란할 때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결맞음을 일으켜 반응한다. 


    우주와 인간의 결맞음에 따라 반응할 때 존재는 그 안에 있다. 검찰을 조지는 이유는 검찰이 어쨌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컸기 때문이다. 박정희를 조지는 이유 역시 내가 컸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 80년대만 해도 일본의 눈치를 보고 한일공동 월드컵 개최를 타진했다.


    독도는 우리땅이 금지곡이 되고 그랬잖아. 왜 지금에 와서 위안부가 어떻고 징용공이 어떻고 그게 문제가 되는가?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이 뜬금없이 시비를 건다고 여긴다. 간단하다. 한국 많이 컸다. 일본이 어째서가 아니라 한국이 어째서다. 용감하게 진실을 말해주자.


    일본인 중에 착한 일본인도 있고 나쁜 일본인도 있다. 총을 쥔 자는 그런 것을 살피지 않는다. 한 명이 잘해도 모두 용서하고 반대로 한 명이 잘못해도 모두 벌한다. 폭력에서 문민으로 완전한 권력교체가 될 때까지 박정희가 잘못하면 때리고 잘하면 괘씸죄로 더 때려준다. 


    그새 문민이 폭력보다 컸기 때문에 줄을 잘못 선 박정희가 매를 연타로 맞는 것이다. 박정희도 매를 맞고 조중동도 매를 맞고 일본도 매를 맞는다. 착한 넘도 맞고 나쁜 넘도 맞는다. 그것이 권력교체다. 어쩌다 내가 타자인 우주와 마주친게 아니라 원래 하나 안에 있었다.


    인간과 자연은 불가분이다. 형이상학은 그것을 확인해 가는 과정이다. 남자가 어쩌다가 여자와 조우한 것이 아니라 원래 하나 안에서 갈라져 나왔다. 전기의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우연히 마주쳐 전기가 통한 것이 아니라 원래 하나에서 나누어진 것이 본래로 돌아간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1.16 (04:11:20)

" 인간은 액션하는 존재다. ~ 나는 액션한다 고로 진보한다. 문명이 진보하므로 인간에게 권력이 있다."

http://gujoron.com/xe/1158561

[레벨:3]파워구조

2020.02.09 (07:52:22)

‘명분 때문에 개기는 게 아니라, 많이 컸기 때문에 개기는 것’

유물론적 명쾌함으로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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