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싸움은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지는 싸움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뉴스타운』과 관련된 사람이 혹시 만날 의사가 있는가 하고 물어왔다. 뉴스타운은 진보와 보수를 두루 포용하며 언론개혁을 지향하는 사이트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구사이트가 되지 않았느냐고 따졌더니, 전혀 그런 일이 없다면서 있다면 증거를 대보라고 한다.

증거? 증거까지가 필요한가?

뉴스타운의 탄생 직후 관련자를 만나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장사를 하려면 반드시 진보를 해야한다고 조언해준 일이 있다. 보수를 표방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왜? 보수를 하려다보면 실제로는 수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중도도 좋지 않다. 중도를 표방하면 저절로 보수가 되고, 보수를 표방하면 자동으로 수구가 된다.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관련자의 주장에 의하면 뉴스타운은 중도 사이트이다. 철저하게 언론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트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뉴스타운을 수구로 본다. 왜? 그 사이트의 존재가 수구세력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본인이 수구가 아니어도 수구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것이 곧 수구다. 전쟁이 나면 아군이 아니면 곧 적이다. 왜 수구인가? 진보가 아니기 때문에 수구인 것이다.   

영남패권주의자라는 딱지  
나더러 영남패권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결코 영남패권주의자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이 영남패권주의자가 아니라고 변명하는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왜? 내 글 내용중 일부가 영남 지역의 지역주의자들에게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일전에 장신기님을 만난 자리에서 『님은 동교동이 아니냐?』고 했더니 펄쩍 뛰었다. 그것은 비열한 딱지붙이기란다. 역지사지로 생각해 본다. 그들은 나에게 영남패권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였다. 비로소 장신기님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만약 내가 영남패권주의자라면 장신기는 분명히 동교동이다. 동교동에 이익이 되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신기는 동교동이 아니다. 나는 그의 진심을 이해한다. 그의 진심은 이해하지만 그의 포지션은 옳지 못하다. 장신기는 동교동에 이용될 수 있는 그 위치를 얼른 떠나야 한다.

나는 영남패권주의자가 아니다. 지난 5년간 나는 DJ를 ‘때중이’라고 부르는 일단의 영남사람들에게 시달렸다. 그들의 집요한 공격에 시달리다 못해 사이트를 떠난 것이 여러번이다. 이번엔 호남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차례가 되었다.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딱지를 어떻게 뗄 수 있을까? 아마 뗄 수 없을 것이다. 나의 발언 일부는 분명히 영남출신의 지역주의자들에게 악용될 소지가 있다. 딱지를 떼는 방법은? 없다. 호남출신의 대통령이 나오는 수 밖에는. 정동영이 노무현정권의 2인자로 자리 잡기 전에는.

설명하자면 이것은 일종의 지분 비슷한 거다. 지분을 넘기는 데는 반드시 댓가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노무현의 친미발언이 그렇다. 노무현의 발언이 대통령의 입장에서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턱대고 찬성해 주기에는 뭔가 우리들의 당연한 권리를 뺏기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 군부는 일종의 비토권을 가지고 있었다. 군부가 김대중을 비토하는 한 김대중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김영삼측의 논리였다. 이건 말도 안되는 억지 주장이지만 또한 현실적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호남은 노무현을 비토할 권리가 있다. 호남의 비토권 역시 말도 안되는 어거지이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일종의 권리이다. 지금 그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이른바 호남소외론이다. 호남소외론은 말하자면 일종의 비토권행사인 것이다.

진보는 노무현을 비토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 역시 말도 안되는 어거지 주장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리를 낳는 역학관계의 존재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

방법은? 그 권리를 돈 주고 사는 수 밖에 없다. 반드시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 노무현은 호남에, 그리고 진보에 어떠한 형태로든 반드시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호남을, 진보를 날로 먹으려 든다면 내부로부터의 붕괴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한 비토권의 행사가 옳은가? 옳지 않다. 호남소외론은 옳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권리를 낳는 정치적 역학관계의 존재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애초에 정치라는 것이 성립하지 않는다. 정치판은 그 권리를 사고파는 일종의 권력시장인 것이다.  

진중권과의 지는 싸움을 준비하며
나는 결코 영남패권주의자가 아니지만 내 발언의 일부를 영남의 지역주의자들이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성하고자 한다. 내가 지난 5년간 DJ정권을 지지했다고 해서 용서되는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나는 호남에 어떤 형태로든 반대급부를 지불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그것은 정동영을 지지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새만금보존을 찬성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대안을 찾지 못해서 머뭇거리는 등 실질적으로 나의 글쓰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중권이 이한우의 밥을 먹은 것은 조선일보에 악용될 수 있다. 이적행위다. 이런 자에게는 딱지를 붙여야 한다. 당신은 조선일보의 밥을 먹었으므로 조선일보의 개라고.

설사 적극적인 친일 행위를 하지 않았다 해도 조선일보는 사실상의 친일행위를 했다. 조선일보에는 딱지가 붙어야 한다. 친일신문이라고. 왜? 조선일보의 존재가 일본 제국주의 통치에 유익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딱지가 붙여져야 한다.

나는 노무현을 비토하는 것이 호남의 권리임을 인정하고 노무현정권에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한다. 반대로 진중권에게 조선일보의 밥을 먹은 『조선일보의 개』라는 딱지를 붙이기로 한다. 이것이 우리의 소중한 권리이며 그 권리는 일종의 정치적 자산이고, 이미 획득한 이 정치적 자산을 값싸게 양도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는가? 이것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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