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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735 vote 0 2012.06.26 (16:28:53)

 

디테일에 대한 오해

 

왕중추가 썼다는 ‘디테일의 힘’이 소개되고 있다. 왕중추가 진짜 디테일을 알 리가 없다는게 함정이다. 진짜와 가짜가 있다. 속지 말아야 한다. 진짜는 구조론의 밀도를 말한다. 질이 디테일이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에서 질과 양을 많이 착각한다. ‘애매’ 때문이다. 중학교 졸업반이 고등학교에서는 새내기다. 가장 높은 사람이 가장 낮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이중구조 사이에 끼어 있다.

 

질은 결합하고 양은 침투한다. 결합이나 침투나 비슷해 보이지만 하늘과 땅 차이다. 질의 결합은 상부구조고 양의 침투는 하부구조다. 문재는 애매다. 상부구조의 량이 하부구조의 질일 수 있다.

 

후진국에서 최고의 직업인 택시기사가 선진국에서 최하층 직업이 된다. 이 때문에 혼동하는 수가 있다. 필자가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 집착을 깎아내리면 헷갈리는 분 있다.

 

마찬가지다. 디테일은 디테일이 아니다. 디테일을 제거해 버려야 디테일이 살아난다. 조선백자 달항아리를 보자. 아무런 장식도 없다. 디테일이 없다. 그러므로 디테일이 전면에 등장한다.

 

한국 가구는 심플하고 중국 가구는 복잡하다. 심플할수록 디테일이 살아난다. 심플하게 가서 디테일을 제거해야 디테일이 힘을 가진다. 디테일의 의미는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는데 있다.

 

비워버리면 작은 차이도 크게 부각된다. 심플한 옷을 입었다면 작은 장식 하나로도 멋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정신 사남게 복잡한 옷을 입었다면 아무리 장식을 추가해도 멋이 살아나지 않는다.

 

음식도 그렇다. 비빔밥처럼 온갖 재료와 양념을 버무려 놓으면 거기서 무엇을 더하고 뺀들 차이없다. 양념과 조미료를 최소화 해서 원재료의 맛이 살아나면 와사비 하나로도 천지차이가 난다.

 

결국 디테일은 많을수록 디테일이 죽고 디테일이 없을수록 디테일이 산다. 친구가 많을수록 진정한 친구가 없고 친구가 없을수록 진정한 친구가 있다. 디테일에 집착하면 디테일을 잃는다.

 

구조론의 질, 입자, 힘, 운동, 량은 소재, 기능, 성능, 효능, 양식이다. 양식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맨 마지막에 온다. 그런데 필자는 디자인이야말로 인류문명의 최종적인 단계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헷갈릴 거다. 스티브 잡스로 돌아가보자. 스마트폰은 호주머니에 들어가야 한다는게 잡스생각이다. 필자는 반대하지만. 여기서 잡스의 고민은 환경과의 결합에 있다. 곧 질이다.

 

스마트폰이 손과 결합하고, 핸드백과 결합하고, 호주머니와 결합하면 질이다. 디자인이지만 량이 아니고 질이다. 왜냐하면 손과 결합하려면 손의 감촉이 문제되고 그것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삼성폰보다 좋은 소재를 쓴다. 소재가 질이고 질이 디테일을 살린다. 그런데 실상 소재는 디테일이 아니다. 소재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원초적인 것이며 세부가 아니라 전체다.

 

도자기를 그냥 흙으로 만들 것이냐, 점토로 만들 것이냐, 고령토를 쓸 것이냐, 백토를 쓸 것이냐에 따라 토기가 되고, 도기가 되고, 자기가 되고, 백자가 된다. 소재가 가치를 결정한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직관력만으로 판단하므로 여기서 오버한다. 디자인에 집착한 나머지 오히려 결합력을 떨어뜨린다. 스마트폰은 크기가 커야 환경과의 다양한 결합이 가능하다.

 

만화가들이 미녀를 그리는 방법은 입을 작게 그리는 것이다. 음식 먹는 장면을 그릴 수 없다. 이건 거꾸로 된 것이다. 구조론은 점점 가지를 치면서 세력을 확대하는 건데 잡스는 반대다.

 

◎ 스티브 잡스는 소재의 중요성을 알고있지만 하나의 소재에 집착하여 다른 소재를 방해한다. 소재충돌이다.

 

원칙을 강조하고 고집을 피워 유연성 잃고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다. 질의 디자인과 양의 디자인, 질의 디테일과 양의 디테일을 헷갈린 것이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를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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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에서 댓글로 썼던 이야기를 끌어와 보자.

 

두산이 젊은 선수들 뛰는 야구로 재미본 것은 진짜 디테일
선뚱이 노장들에게 번트 시키다가 망한 건 왕중추 디테일.

 

할배선수가 번트를 해?
할배선수가 도루를 해?

 

구조론을 모르면 개소리가 됩니다.

 

완투형 투수에 홈런타자로 가는 큰 야구냐
번트 도루 작전 명품수비 한베이스 더 가는 야구냐.

 

언뜻 보면 번트 하나, 도루 하나, 작전 하나가 승부를 가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김성근의 ‘생각하는 야구’가 안 되면

 

생각없는 번트로 아웃카운트만 늘려, 생각없는 도루로 주루사,
생각없는 작전으로 감독의 야구 되어 선수들 의존심으로 망함.

 

'생각하는 야구'라는 큰 야구, 큰 방향성, 큰 철학이 아닌
번트, 도루에 집착하는 좁쌀야구는 당연히 좆망.

 

디테일은 세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 바운더리를 잡는 것이며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며 조직의 긴장을 극대화 하는 것이며

 

초긴장상태에서 고효율을 달성하는 것이지
쪼잔한 짓 하는게 아닙니다.

 

디테일은 디테일이 아닙니다.
에너지 밀도가 디테일입니다.

 

진짜 디테일은 어떤 판단과 결정을 줄이는 것입니다.
덜 생각하고 덜 판단하게 만드는 거죠.

 

예컨대 김성근의 SK야구는 훈련되어 있으므로 굳이 콜사인 필요없고
그냥 손발이 척척 맞으므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않습니다.

 

만약 디테일이 어떤 상황에서 판단하고 결정해야할 숫자를 늘린다면
그만큼 골대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고 조광래 패스로 좆망.

 

의사결정의 최소화가 진짜 디테일입니다.
의사결정의 최대화는 가짜 디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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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은 결합하므로 결합된 디테일이 진짜다. 김성근의 생각하는 야구는 생각이 디테일을 결합한다. 번트, 도루, 작전, 수비 등을 생각이 결합시켜서 어떤 판단과 결정을 미리 최소화 시킨다.

 

스티브 잡스도 여기서 헷갈린 거다. 심플한 디자인은 어떤 판단과 결정을 최소화 시킨다. 이건 좋다. 그런데 번트, 도루, 작전, 수비를 아예 안해버리면? 그건 아닌 거다. 번트하면서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

 

생각하지 말고 번트하라고? 연습할 때 생각하고 시합때는 기계적으로 반사해야 한다. 김성근의 ‘생각하는 야구’는 생각 안 하고 ‘반사하는 야구’다. SK는 연습되어 있으므로 조건반사로 작동한다.

 

◎ 생각하는 야구는 생각하지 않는 야구다.
◎ 생각하지 않고 조건반사해야 생각하는 야구다.

 

대부분 투수들이나 타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머리 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못 쳤다거나 못 던졌다고 한다. 넥센 박병호도 생각하다가 망했고 롯데 이용훈도 생각하다가 망했다.

 

생각을 버리자 갑자기 홈런타자가 되고 에이스 투수가 되었다. 그런데 김성근은 왜 생각을 하라고 하는가? 생각은 연습때 해야 한다. 연습이 고도화 되면 반사가 되고 본능이 된다.

 

결론은? 디테일의 힘을 CEO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이 해야할 고민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려는 거다. 리더가 방향을 잡아주면 저절로 디테일이 생긴다. 심플한 구조를 만들면 디테일이 부각된다.

 

복잡한 구조를 만들면 디테일이 죽어버린다. 디테일이 부각되면 디테일이 눈에 보이고 거슬리기 때문에 바로잡는다. 디테일이 감추어지면 보이지 않으므로 바로잡지 않는다. 망한다.

 

애초에 조직의 구조를 잘못 설계해놓고 말단 현장에다 디테일을 요구하는 거다. 이는 고령토로 구워야 할 도자기를 규조토로 잘못 구워놓고 뺑끼칠 해서 청자로 위장하라는 압박이다.

 

애초에 고령토를 소재로 선택해야 디테일이 살아난다. 결국 상부구조를 잘 세팅하면 하부구조에서는 판단과 결정의 횟수가 줄어들고 그 경우 작은 판단과 결정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거다.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의 날개짓이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킨다는 말은 물론 거짓말이다. 나비는 세상에 많다. 북경에서 나비가 뜰 때 뉴욕에서도 나비가 뜬다. 중간에서 상쇄되고 만다.

 

1천만분의 1의 아주 작은 것이 전체를 규정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런 일은 1천만 분의 1의 활률로 나타난다. 1천만명 중에 한 명이 그런 식으로 로또맞는 거다. 나머지는 꽝이다.

 

미녀가 눈만 한번 꿈벅하면 온 나라가 떠들썩해진다. 당신이 눈을 꿈벅해봤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미녀가 눈을 꿈벅했다는 사실은 가짜다. 모두가 미녀를 주시하고 있었던게 진짜다.

 

그건 방송국 때문이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건 눈꿈벅이 아니라 방송국이다. 방송국이 1천만의 시청자를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눈꿈벅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망상 버리고 방송국 지어라.

 

질은 결합이며 조직을 결합시키는 것은 긴장이며 모든 조직의 구성원이 극도의 긴장상태에 돌입해 있을 때 리더가 눈만 꿈벅해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중요한건 조직을 긴장시키는 거다.

 

전쟁 일어나면 조직 긴장된다. 눈꿈벅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전쟁을 일으켜라. 경쟁상태에 빠뜨려라. 구조의 축과 대칭으로 이루어진 시소에 올려태우라. 그 경우 나비 한 마리가 세상을 바꾼다.

 

나비 때문이 아니고 시소 때문이다. 디테일 때문이 아니고 구조 때문이다. 최대한의 많은 의사결정을 최소화 된 결정횟수로 집약하여 통제할 때 진정한 디테일의 기적은 일어난다.

 

디테일 곧 세부가 전체를 바꾸는 일은 절대로 없다. 전체가 단 잘 조직된, 전체가 잘 세팅된, 전체가 잘 설계된 구조라면 스위치 하나로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답은 전체에 있다.

 

이때 스위치 하나라는 디테일이 전체를 바꾼 것처럼 보인다. 착시다. 전체를 잘 연결시켰기 때문에 스위치 하나에 전체의 에너지가 반영된 거다. 전체의 압력이 디테일에 반영된 거다.

 

전체를 잘 세팅해 놓으면 저절로 디테일을 안하면 안 되는 상황이 되므로 디테일까지 다 잘 하게 된다. 고려청자를 잘 만들어놓고 마감을 대충할 수 있나? 그건 불가능하다. 이때 작은 오류도 크게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최고의 횟감을 요리사가 대충 썰어서 낼 수 있나? 그건 불가능하다. 디자인을 잘 해놓으면 차주들이 세차장에 자주 간다. 그 차는 깨끗해 보인다. 디자인을 조져놓으면 차주들이 세차를 안 한다. 지저분해 보인다.

 

벤틀리는 차주들이 열심히 세차한다. 몽구차는 세차를 안 한다. 왜?

 

이걸 거꾸로 해석해서 세차를 잘해야 좋은 차라고 말한다면 그게 말이나 될까? 차가 구린데 누가 세차를 하겠냐고? 세차해봤자 표도 안 나는뎅? 디테일을 잘해야 하는게 아니고 잘해놓으면 디테일까지 잘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거다.

 

디테일 타령은 대개 인과법칙을 거꾸로 적용한 것이다.

 

틀린 생각 디테일을 잘 하면 잘 된다.

바른 생각 구조를 잘 설계하면 디테일이 크게 눈에 띈다. 디테일로 구조를 잘 설계했는지 잘못 설계했는지 알 수 있다.

 

훈련이 잘된 군대는 병사의 눈빛이 다르다. 절도가 있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그런데 제식훈련 좆빠지게 해서 절도만 강조하면 그게 강군이냐? 오합지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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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한국가구는 무늬가 조금만 잘못되어도 두드러지게 표시가 난다. 그러므로 나무의 결을 잘 살리되 좌우 상하의 결을 일치시켜야 된다. 복잡한 중국가구는 어디가 잘못되어도 알 수가 없다. 저기서 용 한 마리 빼먹어도 드러나지 않는다. 대충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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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5]이기준

2012.06.26 (16:59:37)

제가 머니볼 글의 김동렬님 댓글에 추가로 답했는데


상부구조의 원포인트로 판정된 디테일은 


그 작은 디테일 하나가 전체구조의 방향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구조 전체의 밀도가 디테일 하나에 다 걸려 있는 셈이죠.


홀로그램의 조각이 홀로그램 전체의 영상을 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을 왕중추처럼 겉으로 보이는 디테일로만 관찰하면


'디테일이 제일 중요하고 성공하려면 이것만 잘하면 된다'식으로 결론이 나오는 거죠.


누구도 재현하지 못하는 엉터리 이론이 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8]귀족

2012.06.26 (18:36:16)

왕중추가 진짜 디테일을 알리가 없다는 게 함정이다  ㅎㅎ

 

 

[레벨:1]백두

2012.06.26 (21:34:03)

정말 멋진 글입니다
제가 바로 디테일을 그 디테일로
알고 살았던 바보멍청이였네요.
'생각하지 않고 조건반사해야 하는
야구가 진짜 생각하는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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