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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598 vote 0 2017.02.02 (19:11:15)

     

    진실에 도전하라


    나는 뚫린 입으로 태연하게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본 젃이 없다. 당연히 있어야 할 그곳에 누군가의 손으로 챙겨둔 진실은 없었다. 도서관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이 책 저 책을 다 빼봤지만 덮어쓴 좀벌레 때문에 몸만 이곳저곳이 가려워졌다. 그것이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하기사 누군들 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다만 그들에게 진실을 담아낼 그릇이 없었던 거다. 진실을 표현할 언어가 없었다. 구조론이 없었다. 숫자가 아니고는 수학을 담아낼 수 없고, 구조론이 아니고는 관측된 사실을 넘어 나아가 사건의 진실을 담아낼 수 없다.


    ◎ 관측된 사실이냐 사건의 진실이냐?


    사이트를 방문하려면 링크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 이것과 저것 사이를 이어주는 무언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도 외부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없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일단 물이 있어야 하고 어부에게 그물도 있어야 한다.


    사슴을 잡으려면 숲이 있어야 하고 사냥꾼에게 총도 있어야 한다. 공간을 잇는 링크가 저쪽에 있어야 하고 시간을 특정하는 링크가 이쪽에 있어야 한다. 어떤 하나가 있다면 또다른 하나가 더 있다. 하나에 하나가 더 있고 또다른 하나에도 하나가 더 있으니 합이 넷이다.


    그 넷을 합치는 다섯째가 있어야 한다. 사건 하나에 공간의 대칭 둘과 시간의 호응 둘을 합쳐서 다섯으로 완성된다. 대칭과 호응을 통해 우리는 사냥꾼의 총을 쏘아 숲의 사슴을 잡고, 어부의 그물을 놓아 물의 고기를 잡고, 구조론의 그릇을 써서 책의 진리를 담아낸다.


    바보냐 아니냐는 3초 안에 가려진다. 한국인은 모두 자신이 잘난 줄 알고 있지만 대부분 바보다. 분별력이라곤 없다. 그들을 모욕할 의사는 없지만 우리가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진실을 말해줘야 한다. 박그네 찍어준 바보에게 진실을 말해줘야 한다.


    인간이 원하는 것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물어보면 불쌍해서 찍어줬다고 한다. 불쌍한건 그들이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불쌍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불쌍한 박근혜를 찍어준 것이다. 정확하게는 자신의 불쌍함을 알리기 위해 박그네 얼굴에다 불쌍이라고 쓴 거다.


    박그네는 전혀 불쌍한 사람이 아니지만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자기 얼굴을 간판으로 제공했다. 한국인들이 박근혜 얼굴에 씌어진 불쌍 두 글자를 쳐다보고 있는 동안 한국인의 불쌍한 처지는 확실히 부각되었다. 그들은 원하는 바를 얻었다. 그 불쌍함을 내가 알아준 거다.


    그들은 발언권을 얻으려 한 것이다. 발언하려면 너와 나 사이에 공유하는 것이 요구된다. 공유하는 것은 신이다. 그러므로 극의 종결은 제우스 신의 왕림을 채택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승복하는 것이다. 이란 무슬림도 신이 벼락으로 살만 루시디를 치는 영화를 만들었다.


    악마의 시로 마호멧을 모욕했다는 소설가 말이다. 모두가 공유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 보통 그것은 이름이 없다. 그러므로 말할 수 없다. 사슴이 도망치면 사냥꾼은 사슴을 본다. 계곡을 쳐다봐야 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우리는 숫자를 본다. 시장을 봐야 한다.


    큰 것을 보고 거기에 이름을 붙이는 자가 다 먹는 게임이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거기서 한 단계 더 위를 보려고 해야 한다. 애인에게 이거 써먹다가는 짤린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평론가들이 성의없는 작가를 비판하려고 만들어낸 말이지만 사실은 그게 인간의 본질이다.


    신이 있다없다를 따지면 유치한 거다. 있다거나 없다거나 동사다. 술어에 집착하면 망한다. 인간은 주인공의 승리보다 신의 승리를 원한다. 관객이 걱정하는 것은 기적이 내리지 않아 주인공이 죽는게 아니라 신이 가진 기적의 유통기한이 끝나버린 것은 아닌가 그런 거다.


    기적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누군가에게 말을 걸 수 있는가다. 종교인은 쉽게 말 건다. 신의 가호를! 혹은 ‘알라흐 아크마르’를 투척하면 된다. 그렇다. 자연스럽게 말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언어는 당신과 나 사이에 공유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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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이야기 아니고 말로 상대방을 이기려고 하지마라는 말입니다. 이기려고 하면 이미 져 있습니다. 고수는 '너와 말 안해' 하는 의사소통의 차단으로 이깁니다. 문재인은 반기문에게 별 말 안하더군요. 말 안 하면 이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실 거. 단 서로 공유하는 토대를 장악한 다음에 이 기술을 써야 합니다. 그것은 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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