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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590 vote 0 2017.08.02 (18:42:18)

     

    이중의 역설


    하나의 사건은 두 개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다. A면 B다.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다. 그 과정에 방향이 한 번 꺾인다. 위치에너지에서 방향을 조직하고 운동에너지에서 그 방향을 튼다. 그러므로 예상이 빗나간다.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놓는다. 동작이 두 개다. 활과 화살은 대칭되므로 진행방향이 꺾인다. 표적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겨 쏜다.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예비동작이 필요하다. 우리는 왼발을 내밀어 간다고 믿지만 오른발로 뒤 땅을 민다.


    앞으로 가려면 뒤로 간다. 의도와 반대로 된다. 그러므로 정설이 있고 역설이 있으며 역설의 역설이 있다. 정설은 YES다. 역설은 NO다. 이중의 역설은 NONO다. 정설은 하부구조이고 역설은 상부구조이며 이중의 역설은 둘을 관통하는 에너지다.


    정설은 관측의 결과다. 눈으로 보고 얻는 정보다. 선이 악을 이긴다. 역설은 배후의 숨은 전제다. 감추어진 원인이다. 꼬리 뒤에 몸통 있다. 악이 선을 이긴다. 이중의 역설은 둘을 관통하는 에너지 메커니즘이다. 여기서 다시 선이 악을 이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체전이다. 집단의 선이 개인의 악을 이긴다. 집단적 악은 없다. 그 경우 집단이 붕괴되기 대문이다. 그러므로 세상은 선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악이며 더 자세히 보면 다시 선이다. 처음의 선과 나중의 선은 같지 않다.


    처음의 선은 개인전이고 나중의 선은 단체전이다. 초딩 때는 착한 어린이가 이긴다. 중딩 때는 껄렁한 양아치가 반칙으로 이긴다. 어른이 되면 다시 착한 사람이 주변의 신망을 받아 이겨 있다. 초딩의 승리와 어른의 승리는 같은데 다르다.


    사건은 원인과 결과가 있고 둘을 관통하는 에너지가 있다. 결과측을 보면 선이요 원인측을 보면 악이며 에너지로 보면 선이다. 돈은 좋은 것이니 선이다. 돈은 부자의 것이니 악이다. 더 넓은 시야로 보면 돈이 집단의 것이니 다시 선이다.


    돈이 사람을 살리지만, 사실은 돈이 사람을 죽이는데 다시 돈이 사람을 살린다. 돈으로 밥을 구하니 선이고 그 돈은 힘들게 일을 해야만 얻을 수 있으니 악이고 그 돈을 발행하는 국가는 신용을 창출하니 다시 선인데 개인에게 선하지 않다.


    최종적으로 돈은 선하지만, 모두를 위해 선할 뿐 개개인에게는 돈이 악이다. 다들 돈 때문에 열 받아 있다. 주변을 둘러보라. 다들 돈돈거리고 있다. 돈 때문에 관계가 틀어져 있다. 돈 때문에 화가 나 있다. 그런데 돈 덕분에 이만큼 왔다.


    국가는 좋은 것이지만 국가는 나쁜 것이며 다시 국가는 좋은 것이다. 항상 이런 패턴으로 간다. 순진한 어린이는 모든 것을 좋게 생각하고 영리한 중딩은 모든 것을 나쁘게 바라보며 어른이 되면 다시 모든 것을 좋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긍정이요 다음에는 부정이며 최종적으로는 긍정이되 부정을 거친 긍정이며 악을 내포한 선이며 개인의 선이 아니라 집단의 선이다. 개인의 긍정이 아니라 팀의 긍정이다. 최종적으로는 공자 말씀이 맞다. 단, 개인이 아니라 국가에 맞다.


    개인이 공자타령하는 거 좋지 않다. 팀은 공자타령을 해야 한다. 공자선수는 좋은 선수가 아니지만 공자팀은 좋은 팀이다. 공자 형님은 좋은 형님이 아니지만, 공자국가는 좋은 국가이다. 우리는 개인이 아닌 팀의 자격으로 공자의 길을 가야 한다.


    이중의 역설이 의미하는 것은 노자, 장자류의 허무주의, 회의주의, 상대주의, 불가지론, 무정부주의가 일시적인 관심과 주목을 끌지만, 결국 그게 엉터리라는 것이다. 에너지 통제 실패다. 그들은 뭐든 NO를 휘두른다.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


    불개입을 주장한다. 내버려둬를 외친다. 틀렸다. 노자는 보수꼴통이다. 우리는 적극 개입해야 한다. 단 집단으로 개입하고 상부구조에 개입해야 한다. 개인에게 개입하면 되레 망가진다. 빈자를 도우면 좋다. 그것이 정설이다. 과연 좋을까?


    빈자를 도우면 게을러진다. 역설이다. 국가의 자격으로 다시 빈자를 도우면 좋다. 이는 이중의 역설이다. 우리는 돕되 개인자격이 아닌 국가자격으로 도와야 한다. 개인적인 도움은 좋지 않다. 당신이 거지에게 100원을 줘봤자 도움이 안 된다.


    당신은 동정하는 쾌감을 돈 주고 산 것이며 거지는 동정심장사를 하는 것이며 그게 좋을 리 없다. 그러나 국가가 빈민을 관리하면 달라진다. 이때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냥 돈을 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담해줘야 한다.


    관리를 해야 한다. 초짜는 관리야구를 해야 한다. 초보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자율야구를 표방하면? 망한다. 아마야구는 당연히 관리야구다. 어느 정도 크면 자율야구로 틀어야 한다. 계속 관리만 하면 요령만 늘어서 통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관리야구를 해야 한다. 이때 관리는 팀차원의 관리지 개인에 대한 간섭이 아니다. 아마야구의 관리와 프로야구의 관리는 다른 것이다. 가난한 후진국은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계몽해야 하며 어느 정도 크면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


    더 크면 선진국의 방식으로 적극 국가의 개입이 따라야 한다. 단 후진국의 계몽과 달라야 한다. 뭐든 최종결론은 YES고, 개입이고, 관리이고, 선이며 그 과정에 한 번은 틀어야 한다. NO를 통과한 YES, 방임을 통과한 개입, 자율을 통과한 관리다.


    악을 거쳐온 선이라야 한다. 그렇게 가지 않으면 상부구조가 개입하여 틀어버린다. 선이 악으로 바뀐다. 상대방에게 잘 대해주면 반드시 배신한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선으로 대접하면 반드시 기어오른다. 의도와 다른 결과가 얻어진다.


    그러므로 진정성만으로는 안 되며 성찰과 반성으로는 안 되며 프로의 기술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윗사람을 아랫사람을 돕되 개인적인 신뢰가 아니라 시스템적 관리라야 한다. 개인적인 진정성, 성찰, 감동, 눈물, 반성으로는 안 되는 거다.


    프로의 실력과 시스템을 통한 실력이라야 한다. 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늘리면 직원이 배신한다. 그러므로 임금을 올려서 더 열심히 일할 것을 기대하지 말고 임금을 올려 더 뛰어난 인재를 빼 와야 한다. 복지를 늘려 인재를 잡아야 한다.


    그만큼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단순히 사장이 직원에게 아부하는 태도는 곤란하다. 내가 잘해주면 상대도 잘해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곤란하다. 대신 최고의 팀이라면 직원에게 이 정도 대접은 해줘야 한다는 합리적인 생각이라야 한다.


    시스템이 뒤를 받치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방을 직접 선의 수단으로 통제하면 안 된다. 그건 상대방 입장에서 간섭이고 부당한 개입이고 참견이며 괴롭힘이고 권력행사고 갑질이다. 상대방을 길들이는 행동이다. 보이지 않게 권력을 휘두른 거다.


    배후에서 작동하는 에너지를 통제해야 한다. 빵을 주면 안 되고 빵 굽는 기술을 줘도 안 된다. 빵장사 팀에 합류시켜야 한다. 빵을 주면 의존하게 되고, 기술을 주면 배신해서 독립하여 나가고 팀에 합류시켜야 한다. 나와 타자로 구분되면 실패다.


    팀에 들어와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남에게 잘해줬다면 여전히 남이다. 남이므로 좋지 않다. 어떤 사람을 돕고자 한다면 그 사람과 가족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므로 쉽지 않다. 선은 좋은 것이나 선은 나쁜 것이며 팀의 선은 언제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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