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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271 vote 0 2017.05.04 (11:34:14)

  

    세상과의 관계설정을 바꾸는 대승적 돈오가 답이다.


    소승이냐 대승이냐다. 점수냐 돈오냐다. 인도냐 중국이냐다. 인도는 작은 나라들이 잔뜩 널려있고, 중국은 큰 나라가 하나 있다. 인도는 덥고 중국은 춥다. 소승과 대승, 돈오와 점수는 단순한 견해차이가 아니라 근본적인 환경의 차이다. 도전과 응전이다. 원초적으로 임무가 다르고 도전이 다르다. 인도는 카스트 신분제 국가라서 개인의 상승이 중요했던 거다. 


    중국은 일찍부터 농민반란으로 신분제가 철폐되어 집단적 결속이 중요했다. 지금은 21세기다. 노예제가 폐지된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신분상승은 의미없고, 인터넷을 통한 인류와의 결속이 중요하다. 시대배경을 보고 판단하자. 소승은 신분상승을 하려는 것이다. 자존감을 획득하여 스스로 상승해야 한다. 신분제 폐지되었는데 신분상승 요구하면 답이 없다.


    마사이족은 용맹하지만 시체를 만지지 못한다. 이웃 부족에게 염소를 주고 시체를 치우는데 ‘죽을래 아니면 시체 치울래’ 하면 죽음을 선택한다. 죽음은 두렵지 않으나 시체는 두렵다. 그런데 물에 한 번 담그면 3초 만에 깨달아 시체를 겁내지 않게 된다. 흑인 마사이족에서 백인 크리스찬으로 바뀐다. 성경도 모르고, 주기도문도 모르고, 10계명조차도 모른다.


    그러나 물에 담가졌기 때문에 달라졌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과연 그런지 시험하겠다며 어떤 마사이 마을에 가서 어떤 마사이 청년을 데려다 물에 담그면 역시 3초만에 깨달아서 그 마사이가 시체를 겁내지 않게 될까? 천만에. 그거 안 된다. 앞에서 말한 마사이는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백인집의 하인으로 일하고 있었다. 대표성이 있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백인의 생활을 지켜보고 기독교에 대한 관점을 지니고 있었다. 대표성을 가진 마사이를 물에 담그면 세례를 받아 즉시 깨닫지만, 그냥 어떤 마사이족 청년을 교회에 데려와서 세례를 시켜줘봤자 아무 효과가 없다. 대표성은 자신이 스스로 획득해야 한다. 그래서 신과의 일대일을 주문하는 것이다. 필자가 억지로 대표성을 만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인가? 유명 가수나 예술가 중에서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사람이 명상을 하면 효과가 있다. 그러나 노숙자는 10년 전부터 하루종일 멍때리기 초월명상을 하고 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 금욕생활을 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이미 자신이 인류의 의사결정중심에 서 있다고 믿으므로 자신이 각도를 1도만 틀어도 세상이 바뀌게 된다.


    노숙자가 각도를 90도 틀어도 일없다. 노숙자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심의 경지에 들어 있다. 하루종일 마음을 비우고 명상을 하지만 자존감이 없으므로 아무 것도 안 되는 것이며 자존감 문제는 어떻든 본인이 해결하고 와야 한다. 여기서 엉뚱한 소리 하는 분들은 대부분 이 문제가 걸려 있다. 가망없다. 석가는 왕자였다. 애초에 자존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깨닫는 거지 양아치가 깨닫겠는가? 육조 혜능은 천재다. 글자를 모르지만 금강경을 한 번 주워듣고 금방 깨달았다. 혜능은 처음부터 대표성이 있고 자존감이 있었다. 혜능은 당시만 해도 오랑캐라 불리던 남만 출신이라 남만인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최치원은 신라인을 대표하여 간 것이며 신라의 실력을 보여주려고 당에 간 것이다.


    그런게 되어야 한다. 자존감을 얻는 방법은 신과의 일대일이다. 호연지기를 키우는 것이다. 세상을 자신의 발 아래에 두어야 한다. 천하인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진리를 알고 역사를 알고 문명을 알고 자신만만해야 한다. 책도 한 권 안 읽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자존감을 찾을 수는 없다. 필자는 독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혜능은 글자를 몰랐지만 깨달았다. 독서는 필요없지만 그래도 여기서 진지한 대화를 하려면 일단 도서관의 책을 다 읽고 와야 한다. 이제부터 책 읽어보겠다는 사람은 답이 없다. 어느 천년에? 하세월이다. 열등의식에 찌든 소인배는 뭐 답이 없는 것이다. 인간이 죽지 않은 이상 호르몬은 반드시 나온다. 호르몬이 나오는 이상 뇌는 인간에게 정보를 요구한다.


    인간의 육체는 밥을 먹고 칼로리를 처리하여 살아가고 뇌는 데이터를 처리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명상이니 뭐니 하는건 역시 뇌가 원하는대로 조작된 정보를 주는 것이다. 술 먹는 것이나, 담배 피는 것이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나 같다. 공초 오상순은 하루 담배 10갑을 피웠다. 열 가치가 든 옛날 담배갑으로 스무 갑인데 하루 140개피를 피운 셈이다.


    나머지 60개피는 친구에게 나눠준다고. 공초는 담배만 물면 깊은 선정에 들었다. 멋진 시가 나와준다. 천상병은 막걸리 한 되만 마시면 깊은 깨달음의 경지로 들어간다. 역시 멋진 시가 나와 준다. 명상이든 흡연이든 막걸리든 다 같은 것이다. 단, 당신이 하면 안 되고 공초나 천상병이 해야 된다. 뇌는 술을 퍼먹는지 명상 핑계로 멍때리는건지 구분하지 않는다.


    호르몬이 나오는건 같다. 어느 쪽이든 결 따라간다. 일의 다음 단계로 가는 것이다. 뇌는 그 진행을 요구할 뿐이다. 여자들은 하루종일 수다를 떨거나 혹은 바느질과 뜨개질을 하는데 명상과 같다. 차이가 있다면 담배는 해롭고, 바느질은 돈 되고, 뜨개질은 옷 되고, 가만이 앉아있는 노숙자의 명상은 비용이 안드는 차이가 있다. 뇌는 죽을 때까지 정보를 요구한다.


    단지 결이 맞아서 행복한가 혹은 결이 안 맞아서 스트레스 받느냐의 차이뿐이다. 뇌는 결맞음과 결어긋남 두 가지 상태밖에 없다. 되도록이면 결맞음을 추구해야 하며 쉽게 결맞음을 끌어내는게 담배, 알콜, 마약, 도박인데 그러다가 몸이 망가져서 아주 폐인이 되는 수가 있으니깐 수다떨기, 뜨개질, 바느질, 꽃꽂이 이런 것으로 취미를 붙여도 괜찮은 것이다.


    이왕이면 예술이나 노동이나 창작이나 작품활동이나 스포츠나 몸에 유익하고 돈 되는 걸로 하는게 맞다. 인간은 뇌를 컨트롤할 수 있지만 상부구조에서 가능하지 하부구조에서는 엔트로피의 법칙대로 안 된다. 천하와의 관계, 신과의 관계 재조정을 통해 결맞음을 끌어낼 수 있지 멍때리기 명상, 담배피기, 술 먹기, 뜨개질, 수다떨기 이런 걸로 조금밖에 안 된다.


    명상? 효과 있다. 과연 공초 오상순은 담배로 그 효과를 얻었고, 귀천 천상병은 막걸리로 동일한 경지에 들었다. 도박꾼은 화투짝만 잡으면 깊은 삼매의 경지에 들고, 노숙자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하루종일 초월명상을 하고 있다. 자존감이 중요한 것이다. 자존감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천하인이 되어야 한다. 원래 안 되는 사람은 어쩔 수가 없다.


    마사이보다 못한 사람을 어쩌겠는가? 명상을 해서 되는게 아니고 이미 되어 있는 사람이 명상으로 입증하는 거다. 자존감을 얻는게 중요하다. 진리의 편에 들어야 한다. 역사의 편에 서야 한다. 대표성을 얻어야 한다. 신과의 일대일이다. 적국에 사신으로 파견되어 적국의 왕을 설득하여 10만 군대를 얻어오는 임무를 가지고 지구에 왔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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