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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131 vote 0 2017.04.22 (17:21:48)

     

    사랑은 둘의 경험이다.


    강신주 다상담 두 번째 꼭지는 내용이 별로다. 에피소드가 그닥 땡기지 않는다. 철학의 이름으로 토벌해 주기에는 내용이 조잡하다. 사랑하면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격리된 둘만의 세계에서 그야말로 한 쌍의 바퀴벌레가 되어 깨가 쏟아진다는 건데 그게 초딩들이나 할법한 소리가 아닌가?


    사랑하는 커플이 대학로를 걷다가 행인들이야 보건말건 용맹한 키스를 때려버린다 치자. 그게 사랑이다 하고 외치고 싶은 거다. 강신주는. 솔로들 허폐 히뜩 뒤집는 그런 꼴 좋아좋아. 하긴 연애초보들 염장지르는 맛에 글 쓰는 거지. 정신차렷! 그런 짓을 지금 홍상수와 김민희가 하고 있다.


    5천만 한국인이 돌을 던져도 한 쌍의 바퀴벌레가 딱 붙어서 안 떨어질 기세다. 왜 그들은 붙어버렸을까?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무인도에 둘만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게 사랑이지만 정작 무인도에 둘만 있으면 절대 그렇게 안 된다. 오히려 사람이 많아야 붙어버리는게 사랑이다.


    권력이다. 우리는 억눌려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눌리고 친구들과 경쟁에 눌리고 주변시선에 눌린다. 반대로 그들 위에 군림하고 싶다. 제왕은 무치라 했다. 제왕은 대중의 기를 꺾어버리고 싶은 것이다. 모두가 말이라 부르는 것을 사슴이라고 한번 우겨보고 싶은게 제왕의 마음이다.


    넘어서야 한다. 둘만의 경험에 빠져 지켜보는 대중을 꺾어보고 싶은 오기를 넘어서야 한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오기를 넘어야 한다. 연예인이 되면 스캔들 한번 뿌려보고 싶은 그 마음을 넘어서야 한다. 당신은 언제 가장 좋았는가? 아기 때다. 아기는 거의 신이다. 모두가 아기를 떠받든다.


    당신은 언제 가장 좋았는가? 이등병 때 자대배치 받은 첫날은 청소도 안 시킨다. 당신은 언제가 가장 좋았는가? 입사해서 첫날이 좋다. 모두가 웃는 얼굴로 먼저 당신에게 인사한다. 인생의 첫 날은 원래 좋은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때 당신은 사건의 주인공이다.


    바둑을 둔다고 치자. 맨 처음 첫 번째 돌이 가장 놓기 쉽다. 거기에 연동되어 많은 것이 결정된다. 첫 번째 돌은 쉽고, 두 번째 돌도 괜찮은데, 세 번째 돌부터 엉킨다. 첫 번째 돌은 무애의 경지가 되고, 두 번째 돌은 방향지시가 되고, 세 번째 돌은 위치가 고착된다. 옴쭉달싹 못하게 된다.


    첫째 날은 실수해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두 번째 날 실수를 하면 꾸짖지는 않지만 지적하여 바로잡아주고 유심히 지켜본다. 세 번째 날에 세 번째 실수하면 몽둥이와 꾸지람이 날아든다. 첫 번째 실수는 안내인의 잘못이다. 선배가 안내를 잘못했다. 두 번째 실수는 그게 판단기준이 된다.


    그걸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지만 나중에 문제삼을 근거가 된다. 세 번째 실수는 패턴이 고착된다. 이때부터 처절해진다. 인생이란!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첫 번째 지점에 서는 것이다. 홍상수와 김민희를 누구도 말릴 수 없다.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진짜 사랑이라면 말이다.


    누구도 말릴 수 없는게 사랑이지만 이미 남을 의식하고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첫 번째 날에 서는 것이지만 더 넓은 시야로 보면 세 번째 날이다. 첫 번째는 만남이니 그것은 존엄이다. 두 번째는 독립이니 그것은 자유다. 세 번째가 사랑이다. 물론 사랑 안에 만남과 독립이 모두 갖추어 있다.


    만나면 독립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태롭다. 당신은 멋진 요리를 앞에 두고 있다. 그것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먹어치우는 순간부터 당신은 먹을 수 없다. 왜? 이미 배가 찼기 때문이다.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동시에 사랑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사랑은 둘만의 경험이다. 그것을 취하는 순간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된다. 많은 인물의 공통점은 기가 센 부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랑했고 그래서 에너지를 얻었고 그래서 대통령이 되거나 대선후보가 되었다. 안철수도 부인이 가만두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에 출마할 수밖에 없었다.


    보나마나다. 둘만의 경험에서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로 인하여 인간은 위태로워진다. 진짜는 세 번째 날까지 진도를 나가지 않고 첫 번째 날에 서는 것이다. 만나서 사랑하지 않고 만남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사랑은 에너지를 얻는 것이지만 당신은 섣불리 그 에너지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철학자와 대중의 차이다. 철학자는 요리하고 대중은 그 요리를 먹는다. 철학자는 사랑을 발명하고 대중은 사랑에 빠진다. 철학자는 서로 만나게 하고 대중은 만나서 한 쌍의 바퀴벌레가 되어버린다. 만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 말을 사회에 던지는 사람이 철학자다.


    홍상수가 ‘김민희와 만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 대중에게 질문했다면 그는 철학자가 되었을 것이다. 누구든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문을 열어야 만날 수 있다. 그 지점에서 당신은 온전히 무장해제 당한다. 그리고 꼴이 매우 우습게 된다. 진짜는 세상과의 관계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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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상담은 강신주가 대중에게 강연한 내용이니까 당연히 대중의 수준에 맞춘 것이며, 대중에게 아부하는 것이며, 대중의 흥미를 끄는 내용이겠지만 그게 철학은 아닙니다. 철학은 대중을 넘어서야 합니다. 스승이 되기는 쉬운게 아닙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것이지만 진짜는 그리운 만남에 머물러 있는 것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5]id: 땡건땡건

2017.04.23 (14:14:03)

"무인도에 둘만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게 사랑이지만 정작 무인도에 둘만 있으면 절대 그렇게 안 된다.

오히려 사람이 많아야 붙어버리는게 사랑이다. "


오늘도 역시나 Coollllllllll한 한 문장에 깊은 공감 꾸욱 누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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