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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662 vote 0 2020.12.03 (09:19:16)

    박근혜와 문재인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뭐가 다르냐고 힐난하는게 요즘 유행인 모양이다. 궁상떠는 자들이다. 머리가 있으면 써먹어야지 머리는 장식으로 놔두고 똑같은 레파토리로 새처럼 지저귀고 개처럼 짖어대기냐? 구석기 시대부터 그런 말은 있어왔다. 정치혐오증에 허무주의다. 


    그들은 뒤에서 궁시렁댄다. 냉소하고 조롱하고 야유할 뿐 대안제시는 없다. 그들은 보수정권도 조롱하고 진보정권도 조롱하지만, 상처는 진보정권만 입는다. 왜? 보수는 몽둥이로 두들기고 진보는 말로 타이른다. 그들은 몽둥이로 보수에 맞서지 않고 말로 진보정권을 타격한다. 


    보수의 야만적인 몽둥이찜질 앞에서는 풀 죽어 있다가 진보가 점잖게 말로 하자니까 갑자기 기가 살아났다. 기세등등해졌다. '말로 한다면 나도 자신 있어.' 이런 거다. '박근혜도 잘한 것은 없지만 니들도 똑같잖아.' 말로 쏘아붙이는건 나도 할 수 있다구. 옛부터 그런 식이었다.


    '일본군도 잘한거 없지만 독립군도 사람 죽이는건 똑같잖아.' '박정희도 잘한건 없지만 김대중도 권력 욕심은 똑같잖아.' 이런 식으로 물타기 하는 자들 있다. 궁상맞고 애처롭다.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냐? 아이디어가 신선하지 않아. 말로 덤비려면 신선한 말을 들고 나오라고. 


    단군 할아버지 시절부터 들어오던 낡은 수법은 이제 좀 버려. 구조론으로 보면 진보나 보수나 별반 차이가 없다. 차이는 원래 없는 거다. 다만 방향이 다르다. 51 대 49다. 진보가 51이라면 보수는 49다. 때로는 보수가 낫다. 그런데 왜 진보만 쳐주느냐고? 보수는 남이기 때문이다. 


    타자성이다. 일본이 경부철도 깔아봤자 그게 내가 한 것이 아니라서 625에 잿더미 되고 남는게 없다. 내가 내 손으로 해야 경험치가 쌓인다. 일본이 조선을 도우려면 조선인에게 기술만 전수하고 빠져야 한다. 보수는 타자다. 박정희는 일본군이다. 박정희가 잘해도 일본의 성과다.


    이명박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총독이 잘했다고 한국 교과서에 이름을 올려주는건 아니다. 그건 더 재수 없다. 이토 히로부미는 원래 친조선파였다. 일본에서도 이등박문을 암살하려는 자들이 있었다. 안중근이 쏘았다. 안중근 때문에 조선의 멸망이 앞당겨졌다고 말하곤 한다. 


    문제는 이토 히로부미가 친조선 행세를 해서 친일파를 대거 양산한 것이다. 역사는 어차피 법칙대로 가는 건데 중간에서 헷갈리게 하면 피아구분이 안 된다. 박쥐부터 소탕해야 한다. 역사는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새옹지마가 무수히 널려 있다. 진보는 더디 가도 큰 걸음이다. 


    보수는 빨리 가도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 박정희가 열심히 해봤자 전두환이 말아먹는다. 전두환이 박정희다. 긴 호흡으로 보면 민주주의로 천천히 가는게 더 멀리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독재로 낸 성과는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아구분이 중요하다. 문재인이 최저임금 올렸다가 다음 해에 안 올려서 평균치로는 박근혜와 같다고 주장하지만 문재인은 국민과 함께 결정했다. 국민이 다 같이 학습한 것이다. 그게 중요하다. 일본인이 철도를 깔아도 기술은 일본의 것이다. 국민이 학습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윤석열이 조국을 반대할 때 곧바로 정치개입 지적하고 자르는게 맞지만 국민에게 학습기회를 준 것이다. 김영삼이라면 미리 약점 조사해 놨다가 전광석화처럼 잘랐을 것이다. 채동욱처럼 약점 있는 사람만 검찰총장 되는게 한국 관례였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비참하게 할거냐?

 

    내가 해야 진짜다. 국민이 해야 진짜다. 문재인과 박근혜가 뭐가 다르냐고? 방향이 다르다. 누구 손으로 하는지가 다르다. 진보는 주사위를 많이 던지므로 시행착오와 오류시정 끝에 확률이 증가한다. 시스템이 보강되고 국민이 학습하므로 갈수록 좋아진다. 보수는 소거법을 쓴다. 


    누군가를 죽인다. 채동욱을 찍어내듯이. 문재인은 반대로 윤석열을 대권주자로 키웠다. 보수의 방법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 언젠가는 공세종말점에서 멈추게 된다. 카드를 하나씩 소모하고 그다음이 없다. 방향이 다르다는 것은? 진보는 다음이 있다.


    주사위를 많이 던질수록 유리해지는 방향이 있고 그 반대가 있다. 진보는 겁대가리가 없어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한다. 열 개를 시도해서 하나만 적중해도 성공이다. 보수는 많은 시도를 하지 않으므로 하나만 잘못되어도 아웃이다. 트럼프는 다 막았는데 코로나 하나 못 막았다.


    정권 뺏겼다. 보수는 하나만 잘못해도 아웃이고 진보는 하나만 잘해도 성공이다. 이것이 방향의 차이다. 국민과 함께 가느냐 혼자 가느냐의 차이다. 진보는 주체성이다. 내 손으로 하는게 주체성이다. 남이 한 것은 하나만 잘못해도 아웃이지만 내가 한 것은 하나만 잘해도 성공이다. 


    열을 시도해서 아홉이 잘못되고 하나가 성공이라면? 그 잘못된 아홉은 고치면 된다. 시행착오 끝에 점차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진보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수는 오류를 시정할 수 없다. 잘못되면 남에게 맡겨야 한다. 열 개 중에 한 개만 잘못되어도 포드시스템 멈춘다. 


    내 자식은 하나만 잘해도 귀엽고 남의 자식은 하나만 잘못해도 공존할 수 없다. 왜? 남이니까. 남의 자식에게 내가 손댈 수 없잖아. 남의 자식인데 회초리를 들 수도 없고 잔소리를 할 수도 없다. 타인은 손님이니까. 해결방법이 없다. 진보는 시스템이고 시스템은 원래 복제가 된다.


    하나를 성공하면 곧 전파되어 대한민국이 다 잘된다. 국민과 함께 가기 때문에 국민이 학습하는 것이다. 보수는 외부의 힘을 빌리므로 하나라도 고장 나면 쩔쩔맨다. 잘 되어도 이익은 외부에서 가져간다. 진보는 교육이고 보수는 공구리다. 교육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로 복제된다. 


    공구리는 하나가 잘못되면 사대강 보처럼 애물단지가 된다. 방향이 다르다. 채동욱은 개인비리 사건이고 윤석열은 정치적인 이유로 검찰이 국민을 공격한 것이다. 조국을 친게 아니라 조국 지지자를 친 것이다. 왜? 기죽이려고. 검찰개혁 소리 안 나오게 하려고. 검찰이 무섭단다.


    검찰은 안 건드리는게 이익이란다. 노무현 꼴 난단다. 문재인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단다. 이 정도면 알겠지? 자 이제 눈치챘니? 문재인 안 죽이려고 조국 죽였다. 이게 윤석열 본심이다. 검찰이 원래 그런 조직이라서 총장인 나도 어쩔 수 없다. 내 이런 충정을 문재인이 몰라주네.


    국민이 주체다. 이기든 지든 국민이 다 안고 가는 것이다. 상처로 남든 교훈으로 남든 국민은 경험치를 얻는다. 방향의 차이는 작은 차이지만 주사위를 던질수록, 사건이 거듭될수록 점점 커져서 완전히 달라진다. 링컨이 노예해방을 해도 흑인은 말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지? 


    '달라진게 없네.' 하고 흑인들이 들고일어난 것이 60년대 민권운동이다. 달라진게 없는가? 달라진게 있지. 남북전쟁은 백인이 주체가 된 백인의 전쟁이다. 민권운동은 흑인이 주체가 된 흑인의 투쟁이다. 주체가 다르잖아. 링컨의 위대한 점은 흑인들이 주체가 될 기회를 준 것이다. 


    흑인이 스스로 해방을 얻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2라운드가 요구되는 것이다. 한국인이 스스로 해방을 얻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친일파는 두고두고 얻어맞는 것이다. 만약 한국인이 일본과 치열하게 전쟁을 해서 해방되었다면 지금 한일관계는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다.


    주체성이냐 타자성이냐는 무서운 것이다.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 혹자는 말한다. 당시 좋은 노예주도 많았는데? 노예 시절 흑인들은 세금도 안 내고 밤새 술 먹고 놀기만 했는데. 수확철에 잠시 바빴지. 면화농사라는게 일 년 내내 할 일이 있는게 아니다. 수확철 한두 달만 뛰면 된다. 


    나머지는 논다. 흑인들은 새벽까지 파티를 벌이고 녹초가 되어 낮에는 일을 안 한다. 채찍에 맞는 데는 이유가 있다. 차라리 그때가 좋았지. 달라진게 뭐냐고? 얼핏 보면 작은 차이로 보인다. 재수 없게 나쁜 노예주에게 걸린 일부 흑인만 고생했지. 해방되면 일 년 내내 일해야 한다. 


    공부도 해야 한다. 먹고 살기 힘든 점은 똑같다. 도대체 뭐가 다른가? 자부심이 다르다. 박근혜는 한국인을 비굴하게 만들었고 문재인은 우리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주었다. 아니다. 자부심은 문재인이 준게 아니라 촛불시민이 스스로 챙긴 거다. 그럼 자부심을 못 얻은 자들은 뭐지?


    그들은 원래 똥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형비

2020.12.03 (09:51:06)

읽다보니 흥이 절로 솟습니다.
똥이 너무 많은게 아쉽습니다.
[레벨:30]스마일

2020.12.03 (10:02:58)

문재인이 대통령되고 나서

해외에서는 Korea라는 단어의 호감이 상승했다.

10년전만해도 유럽에서 가전제품을 팔 때

삼성이나 lg제품에 made in Korea를 쓰는 꺼려했다.

삼성이나 lg제품은 품질은 좋은 데 Korea라는 단어가 제품의 가치를 깍는 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Korea라는 말이 가치상승으로 이끌고 있다.

Korea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심사에 좋다는 말도 있어서

이름을 만들 때 Korea라는 단어를 어떻게 넣을 까를 고민하기도 한다.


보수는 바깥 문을 걸어잠그고 안에서 내부를 괴롭히니까

바깥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가치나 자부심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만

외부에서 경쟁하는 입장에서 자부심, Korea라는 가치상승은

매우 중요하다.


박근혜는 밖에서 경쟁 할 필요 없으니

밖은 신경 쓰지 않고 안에서는 대우 받고 약자를 괴롭혔고

오마바는 대놓고 박근혜를 무시해서 외교결례라는 말이 나왔다.


[레벨:30]스마일

2020.12.03 (10:12:50)

보수도 알 것이다.

한국이 수출로 먹고 산다는 것을.

수출로 먹고산다면 평판을 신경써야 한다.

상품 뿐만 아니라 문화를 수출하려면

더더욱 평판을 신경써야 하는 데

보수는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나?

그저 미국, 일본에 줄서는 것 말고

보수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태극기부대가 광화문을 휩쓸고

사랑제일교회가 화염병을 던지면서

격렬하게 강의하는 모습의 문화를 사고 싶은 가?

촛불시위처럼 평화로운 축제의 문화를 사고 싶은 가?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12.03 (14:43:09)

아주 매우 무지 긴 호흡으로 보고 긴 호흡으로 가자...

[레벨:4]고향은

2020.12.04 (14:14:29)

위계位階질서보다 횡적橫的질서의 양이 높아야 한다
수평 질서 속의 주체와 주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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