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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53 vote 0 2020.11.28 (10:25:50)

    게임과 의리


    구조론의 가르침은 한마디로 게임의 주최측이 되라는 것이다. 그것이 주체성이다. 주체성의 반대는 타자성이다. 인간은 누구나 타자로 태어난다. 타자는 의사결정권이 없다.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주체로 올라선다. 어린이에게 세상은 타인이다. 어른이 되면 권력을 획득한다. 


    내가 발명하고, 창의하고, 주도하고, 건설하고, 투자하고, 제작하고, 소유한 만큼 권력이 획득된다. 그 권력범위 만큼은 내가 주최측이다. 내가 먼저 제안하고 플랫폼을 짜고 주도적으로 무리를 이끌어 의사결정한다. 그것이 주체성이다. 주체성은 능동적인 활동으로 획득된다. 


    그런데 각자는 살면서 얼마나 주체성을 획득했는가? 권력을 얼마나 획득했는가? 그것은 게임이다. 환경과의 게임이다. 신과의 일대일 게임이다. 역사와의 게임이다. 운명과의 게임이다. 마땅히 게임의 주최측이 되어야 한다. 마사회는 어느 말이 먼저 들어오든 항상 돈을 딴다.

 

    여당이 이기든 야당이 이기든 국민은 승리자다. 진보가 이기든 보수가 이기든 대한민국은 항상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 1차대전에 독일이 지든 이기든 상관없이 유태인은 돈을 번다. 그들은 주최측이므로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다. 은행과 보험사는 무조건 이기도록 되어 있다.


    최종보스이기 때문이다. 늑대가 이기든 토끼가 이기든 생태계는 진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상호작용 총량이 증대하면 무조건 계는 한 방향으로 수렴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구조론적 필연이다. 대칭은 축을 공유하고 방향전환은 무조건 축을 거쳐 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사과 24개를 나눈다. 이때 한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분배를 잘못해서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면 어떻게 될까? 가운데 있는 사람이 두 배로 많이 가져간다. 123212321232123212321232가 된다. 2가 두 배 많이 등장하여 축이 이익을 본다. 


    게임이라는 말은 사실 적절하지 않다. 우리말로는 놀이다. 놀이가 원래 노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리쇠에서 알 수 있듯이 움직이는 것을 '놀다'라고 한다. play에 해당된다. 사실은 게임도 아니고 놀이도 아니다. 결과가 한 방향으로 수렴되도록 세팅된 의사결정구조다. 


    게임의 정체가 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합의된 것은 게임은 반드시 규칙이 있다는 점이다. 게임이론이 이해를 돕는다. 적절한 용어가 발견되기까지는 게임으로 간다. 게임은 상대가 있고, 토대를 공유하며, 대칭을 이루고 둘의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의사결정이 있고, 리스크를 떠안고, 기대이익을 향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해서 성과를 얻어내는 구조다. 결과가 한 방향으로만 피드백된다. 그래서 생물의 진화와 역사의 진보와 문명의 발전처럼 일이 점점 커지도록 되어 있다. 점차 판돈이 올라간다. 더 많은 사람이 가담한다. 


    더 세력이 증가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점점 오르게 되어 있다.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오르는 구조다. 주식이 그냥 오르거나 내린다면 리스크가 기대이익을 넘어 붕괴한다. 주식제도는 유지될 수 없다. 전체적으로 올라야 시장이 유지되는 구조다.


    시스템이라고 해도 되지만 참가자의 입장에서는 게임이라는 말이 직관적이다. 구조는 둘이 토대를 공유하고 얽힌 것이며, 메커니즘은 둘 사이에서 일방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며, 시스템은 둘의 상호작용이되 에너지 입력과 출력이 있어 순환되는 것이다. 게임은 시스템이다. 


    단 에너지의 출력측이 항상 입력보다 크도록 정해져 있다. 핵융합을 하는 데는 많은 전기가 든다. 핵융합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토카막이 주목받는 이유는 핵융합으로 얻는 에너지가 들어가는 에너지보다 크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현재로는 토카막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상대가 있고 맞대응을 해야 한다. 부단히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이 각별하다. 그에 따른 손실과 이익이 있다. 결혼은 게임이다. 리스크가 따른다. 커플도 마찬가지다. 동아리도 같다. 거래도 일종의 게임이다. 가족도 게임이다. 얻는 부분과 잃는 것이 동시에 있다. 


    국가도 일종의 게임이다. 게임은 규칙이 있고 대칭이 있고 의사결정을 하며 에너지가 선순환되는 것이다. 리스크가 있고 이득도 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사회는 결국 게임이다. 게임이므로 정의, 평등, 자유라는 구호가 아니라 리스크와 기대이익 사이에 판정된다. 


    게임에 참여하는 것은 자유이며, 게임에 참여하는 조건은 평등이며, 게임을 판정하는 것은 정의다. 좋은 게임을 하면 강해지고 나쁜 게임을 하면 약해진다. 나쁜 결혼, 나쁜 사회, 나쁜 국가는 멸망한다. 게임을 조직하려면 의리가 필요하다. 그 의리의 구체적 내용은 도다. 


    도는 곧 구조론이다. 친, 덕, 윤, 선, 신의성실이 의리를 이룬다. 매너, 에티켓, 교양은 신의성실에 해당한다. 윤은 후건이 전건을 칠 수 없다는 자연법칙이다. 윤리는 주로 직업윤리다. 직업을 정할 때 윤은 정해진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직장에서의 상하관계 따위가 윤이다.


    덕은 도덕이다. 개인이 리더가 될 마음을 가지는 것이 도덕이다. 즉 게임의 주최측이 되는 것이다. 타자성이 아닌 주체성을 가지는 것이다. 주체성이 도라면 타자성은 륜이다. 의사가 환자를 속이거나, 변호사가 의뢰인을 배반하거나, 노동자가 고용자를 배반하면 윤의 문제다. 


    도덕은 해야 하는 주체성이고 윤은 삼가야 하는 타자성이다. 선은 덕에 가담하는 것이다. 덕은 무리에 있다. 무리에 가담하는 것이 선이다. 친은 타고난 본능이다. 신의성실은 선에 익숙하여 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의리는 도와 덕과 윤과 친과 선과 신의성실로 동료가 된다.


    그리고 게임에 참여한다. 의사결정은 복제되기 때문이다. 열 사람이 각자 결정하는 것보다 무리를 이루고 대표자 한 명이 결정하는게 낫다. 정글에서도 무리를 이루어야 생존확률이 높다. 혼자서는 게임에 참여할 수 없다. 축을 장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조건 둘 이상이다.


    권투는 혼자 해도 매니저가 있어야 한다. 게임은 둘이 대칭을 만드는 데서 시작되므로 혼자 게임은 불가능하다. 완전히 혼자라 해도 최소한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일단 밥은 먹어야 한다. 세상은 게임의 연결인데 혼자는 게임이 불성립이므로 의리는 게임의 전제조건이 된다. 


    게임은 환경과의 게임이다. 적과의 게임이다. 신과의 게임이다. 운명과의 게임이다. 타자성을 극복하고 주체성에 도달하는 것이 게임이다. 권력을 획득해야 주체성이 성립한다. 혼자는 권력이 없다. 우주 안에 최소 두 사람이 있어야 권력이 발생한다. 의사결정의 효율성이다.


    한 사람이 결정하고 두 사람이 실행하면 보다 효율적이다. 그게 권력이다. 의리는 권력의 자궁이라 하겠다. 덕과 친과 윤과 선과 신의성실로 의리를 조직하여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생산하면 권력이 발생한다. 사회는 그 권력을 화폐나 지분, 주식, 호봉, 신분 따위로 평가한다.

 

    의리가 있으므로 우리는 인생이라는 게임에 참여하여 이길 수 있다는 비전을 얻는다. 참가는 자유지만 기대이익이 리스크보다 커야 한다. 리스크를 줄이고 기대이익을 높이는 가능성이 의리다. 인생이라는 게임, 문명이라는 게임, 진보라는 게임에서 주최측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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