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496 vote 0 2020.10.27 (22:13:25)

    노무현이 위대한 이유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자기 판단으로 바르게 의사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없다고 본다. 순수한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통은 경쟁자와 치고받고 하다가 좋은 결정을 하게 된다


    혹은 누가 시켜서 바른 결정을 한다. 그것은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했지만 미국인들은 시큰둥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행기 따위를 어디에 써? 실망한 라이트 형제는 유럽으로 떠나버렸다. 


    프랑스에서 크게 환영받자 미국인들이 돌연 태도를 바꾸어 라이트 형제를 급하게 불렀다. 영국에 있던 플라이어 1호기도 찾아와서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모셨다. 왜 프랑스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에 열광했을까? 독일과의 전쟁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인간은 정신을 차리고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IMF 위기가 와야 김대중을 찍는다. 지갑이 떨어져 있어도 주워가는 사람이 없다. 만약 있다면 남이 주워가는 것을 본 사람이다. 그게 지갑이라는 것을 안 거다. 혹은 경쟁자가 있는 사람이다. 


    노무현은 그냥 지갑을 주운 것이다. 방시혁도 그냥 지갑을 주운 것이다. 이건희도 그냥 지갑을 주운 것이다. 너무 쉽잖아. 길이 있다. 그 길을 가면 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 노무현이 지갑을 챙기자 나도 지갑 정도는 주울 수 있는데 하고 떠든다.


    피카소 그림을 보고 나도 저 정도는 그릴 수 있는데 하고 떠드는 것과 같다. 이우환은 점 하나를 찍어서 수백억을 벌고 김창열은 물방울을 그려서 수백억을 벌었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말은 쉽다. 따라하기는 쉽고 처음 하기 어렵다. 구조론 쉽다. 


    떨어져 있는 지갑은 주우면 된다. 남들이 자기와 연결시키는 기특한 방법으로 사유할 때 나는 사람들이 그 기술을 쓰는게 이상해서 다른 방법으로 사유했다. 그뿐이다. 어떻게든 자기와 대상을 연결시키지 않으면 생각이라는 것을 못 하는 자가 대부분이다. 


    그냥 구조로 보면 된다. 자신과 연결시켜 생각하는게 이상하지 않아? 챙피하지 않아? 물어보지 않은데 자기소개라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나는 창피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다. '이 옷 어때?' '나는 안 입어 봐서 모르겠는데?' '김동렬 네 집은 가난하구나?'


    가난을 들키지 않으려면 객관적으로 말해야 한다. 네 집은 왜 가난하니? 네 아버지는 직업이 뭔데? 그런 곤란한 질문을 피하려면 객관적으로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건희는 어떻다 하고 말하면 아 너는 저쪽 진영에 속해 있구나. 이렇게 나오는 거다.


    필자가 이건희, 김우중, 정주영을 비교하여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그런 것을 들키지 않으려는 것이다. 너는 누구 편이냐 하고 따지면 피곤하니까 객관적으로 말하는 거다. 조선족 출신이 축구를 보고 있는데 손흥민을 칭찬하면 중국인 친구가 비난할 수 있다. 


    너 그새 한국인 됐냐? 가만있으면 한국인이 비난한다. 조선족이라서 손흥민이 잘하는게 싫냐? 손흥민과 케인이 호흡이 잘 맞는군.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안전하다. 쉽잖아. 초딩도 할 수 있다. 구조로 보면 된다. 남들이 하지 않을 때 처음 시도하기가 참 어렵다.


    전통적인 진보, 보수 구분법으로 보면 문재인 지지자의 다수는 보수가 맞다. 그런데 룰이 바뀌었다. 환경이 바뀌었다. 진보, 보수 논쟁에는 커다란 함정이 있다. 새로운 것을 하려는 사람은 진보,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사람은 보수다. 그런데 바뀐 후는?


    새로 바뀐 것을 지키려는 사람은 보수인가? 바뀐 것을 거부하고 과거로 가자는 사람은 뭐지? 즉 기존의 진보, 보수 구분법은 바뀌기 전의 상태를 기준선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준선이 변했다. 이제 변화된 것을 지키려는 사람이 진보다. 태세전환.


    이제 보수는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는 사람이다. 애매한 지점이 있다. 조선왕조가 망했을 때 조선왕조를 부활시킨다며 독립운동하는 사람은 뭐지? 일제와 싸우므로 진보냐? 봉건왕조에 충성하는 보수냐? 지금 그렇다. 


    환경이 바뀌면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게 챙길 지갑이다. 지갑이 땅에 떨어져 있는데도 무뇌좌파들은 지갑을 외면하고 여전히 옛날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보수꼴통들도 마찬가지다. 바뀐 것을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노무현주의는 바뀐 룰을 받아들인다. 


    과거 진보는 순수하나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나 부패했다는 시각이 있었다. 진보무능 프레임이다. 이제 이 수법은 먹히지 않는다. 굴뚝산업에서 IT로 산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 보수가 무능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보수는 일단 컴맹이기 때문이다. 


    진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지갑을 주운 것이다. 이전에는 한국이 후진국이었다.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사상이 퍼져 있었다. 지금은 반대다. 다른 나라가 한국을 배워야 한다. 과거에 일본 비판은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로 매도되었다. 이제는 아니다.


    지금은 위안부 문제를 들어 인권개념 없는 일본을 비판해도 된다. 환경이 변했다. 진중권만 세상이 바뀐 사실을 모르고 민족주의에 국가주의라고 성토하고 있지만 그는 지갑을 보고도 갖지 못한 것이다. 지금은 한국이 선진국이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노무현주의는 별게 아니다. 그냥 지갑을 주우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드물다. 누가 지갑을 주우면 나도 지갑 정도는 주울 수 있다며 떠들지만, 당신도 피카소처럼 그릴 수 있고 이우환처럼 점 하나 찍을 수 있지만, 버스는 지나갔다.


    로또를 사도 그렇다. 그냥 아무 숫자나 찍는 것이나 123456을 찍는 것이나 확률은 정확히 같다. 초딩도 안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이런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대부분 123456 연속번호가 당첨될 확률이 훨씬 낮다고 생각한다. 이게 진짜와 가짜의 차이다. 


    당신이라면 어떤가? 우리는 학교에서 배웠다. 123456이나 13, 21, 28, 33, 44, 45나 확률은 정확히 같다는 사실을. 그래서 다 안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대부분 후자를 고른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알아도 실천을 못 한다.


    느낌 때문이다. 진보는 변화를 따라잡는 것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그러나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진중권처럼 낙오된다. 머리로 아는 것을 현장에 적용하지 못한다. 이 상황에서 냉정하게 배운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지갑 챙긴다. 


    그냥 주우면 된다. 환경이 변하면 그 사실을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쉽잖아. 그런데 못한다. 왜? 남들이 설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봐. 남들은 다들 저쪽으로 몰려가는데 넌 거기서 뭐 하니? 너 미쳤니? 이때 설명해야 한다. 설명 못 한다. 레토릭이 안 된다.


    그래서 대부분 땅에 떨어져 있는 지갑을 보고도 저게 설마 지갑이겠냐? 하고 그냥 간다. 인간은 그만치 약한 존재다. 인간은 사건 속에 올라타고 있고 그 에너지 흐름에 휩쓸려 가는 존재다. 그 사건에서 내리지 못한다. 이미 끝난 사건인데도 계속 홀려있다. 


    그 상황에서 지갑을 주워가는 사람은 과거에 주워본 사람이거나, 경쟁이 붙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상황이 되었거나, 남들이 지갑을 챙기는 것을 본 사람이다. 보통은 못 한다. 구조론은 그냥 남들이 다들 저쪽으로 가길래 다른 길로 한 번 와본 것이다. 


    왜 저러지? 이쪽에 길이 있는데 왜 안 가지? 그래서 가 본 것이다. 왜? 원래 혼자 노는데 익숙해서다. 가면 된다. 왜? 길이 있으니까. 쉽잖아. 길이 있는데 왜 안 가느냐고? 그런데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김동렬 너는 왜 그리로 가니? 대답하기가 난감하다. 


    70억 인류가 단체로 미쳤걸랑요. 이렇게 대답할 수는 없잖아. 다들 외눈박이라 제대로 못 보는데 나만 두 눈이 멀쩡하걸랑요. 이럴 수도 없고. 노무현은 왜 용감하게 그 길을 갔을까? 가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갑을 주워본 적이 무수히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천재였지만 고졸이라 막노동자와 어울렸다. 여러분이 막노동자와 어울린다면 그 자체로 지갑을 주운 상황이다. 못 배운 사람들 속에 대단한 사람이 있다면? 벙어리 마을에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프리카 부족민 마을에 갔다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저쪽으로 가도 당신은 아냐! 하고 자신의 길을 갈 것이다. 그 경우 당신은 지갑을 주울 수밖에 없다. 아즈텍을 정복한 코르테스는 막대한 황금을 챙겼다. 왜? 아즈텍 사람은 비취석과 케찰새의 깃을 귀중품으로 쳤을 뿐 황금은 별로였다.


    금은 태양신을 상징하는 표지고 은은 달을 상징하는 표지다. 신전에 장식품으로 쓰일 뿐 개인이 금을 소유하지 않았다. 금? 그걸 어디에 써? 아즈텍사람들은 비취석과 터키석, 케찰새의 깃을 주겠다고 했지만 코르테스는 거절했다. 다 필요 없고 금을 달라고.


    금을 가져오라고. 비취석이 보물이지 금은 하찮은 건데 왜 달라고 하지? 에라이 금 따위 다 갖고 가버렷. 그는 사방에 널려 있는 금을 그냥 주워온 것이다. 왜? 코르테스는 아즈텍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막노동자들 속에서 다른 사람이었다. 


    코르테스가 금을 챙긴 것은 현명해서가 아니라 그가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무수히 그런 상황을 겪었다. 막노동자 사이에서는 이방인이었다. 금이 있으면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겪어봐서 안다. 환경이 변하면 눈먼 지갑이 돌아다닌다.


    절대 지갑을 챙기지 않는 자가 대부분이다. 극소수의 현명한 사람이 지갑 챙긴다. 이전에 챙겨본 적이 있기 때문에 챙긴다. 한 번도 지갑을 챙겨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절대 챙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물을 키우려면 섞어놔야 한다. 강남에서 인재 안 나온다. 


    이방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른 부대에서 파견 온 병사는 계급이 일병이라도 내무반 침상에 딱 누워서 다른 병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어차피 내 부대도 아니고 내 직속상관도 없다. 시간만 때우고 자대 복귀하면 된다. 그런 자세를 가진 자가 지갑 얻는다. 


[레벨:4]고향은

2020.10.28 (16:03:38)

"순수한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통은 경쟁자와 치고 받고 하다가 좋은 결정을 하게 된다"


우리의 삶은 on과 off가 반복되듯이
공공의 생활과, 사적인 생활이 공존한다
우리는 무한대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상반된 양쪽을 왕복하여, 통제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중. 공공의 생활에 있어서의 의사결정은 자기소개나,
혹은 감정에 편향되어서 판단하게 되는 덫을 지양하고,
당면하고 있는 일 자체에- 내재된 질서와 논리를
따라가면서, 건조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566 짐 차노스와 일론 머스크 김동렬 2023-11-25 1294
6565 테크노 낙관주의 비판 1 김동렬 2023-11-24 1154
6564 백마 타고 오는 사람 1 김동렬 2023-11-24 1446
6563 전두환 11월에 죽다 1 김동렬 2023-11-23 1617
6562 중국 축구 수수께끼 풀렸다 1 김동렬 2023-11-23 1517
6561 클린스만 잘한다 김동렬 2023-11-23 1133
6560 의사결정 원리 김동렬 2023-11-22 1177
6559 한국인들에게 고함 1 김동렬 2023-11-22 1642
6558 허세의 종말 3 김동렬 2023-11-21 1607
6557 인류 최고의 발명 1 김동렬 2023-11-20 1761
6556 클린스만의 명암 김동렬 2023-11-20 1469
6555 시공간은 휘어지지 않는다 김동렬 2023-11-19 1352
6554 LG 구광모 회장 잘할까? 김동렬 2023-11-19 1348
6553 인간의 응답 김동렬 2023-11-16 1880
6552 재벌야구 실패 차명석 야구 성공 김동렬 2023-11-16 1712
6551 신의 진화 김동렬 2023-11-15 1459
6550 인요한님 맞을래요 김동렬 2023-11-14 2037
6549 염경엽 야구의 해악 김동렬 2023-11-14 1464
6548 슈뢰딩거의 고양이 3 김동렬 2023-11-13 1901
6547 인간의 비극 김동렬 2023-11-12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