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09 vote 0 2019.06.09 (10:10:51)


    에너지의 통제가능성


    에너지는 스스로 움직이지만 대칭에 막힌다. 대칭으로 막힌 것은 호응으로 풀린다. 에너지의 대칭과 호응이 만유의 씨줄 날줄이 된다. 돌은 구르다가 다른 돌에 막히고 자갈은 구르다가 다른 자갈에 막힌다. 돌은 돌끼리 모여 있고 흙은 흙끼리 모여 있고 물은 물끼리 모여 있고 풀은 풀끼리 모여 있다. 그러므로 통제할 수 있다. 


    돌은 돌에 막혀서 돌끼리 모이고 흙은 흙에 막혀서 흙끼리 모이고 모래는 모래에 막혀 모래밭을 이룬다. 그러므로 퍼담으면 된다. 물은 물끼리 모여 있으므로 두레박으로 퍼 올릴 수 있고 흙은 흙끼리 모여 있으므로 삽으로 퍼담으면 된다. 통제하기 쉽게 정렬해 있는 것이다. 섞여 있으면 에너지를 투입하여 흔들어주면 분리된다.


    자연의 원심분리기 효과다. 다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곧 호응이다. 물은 흘려보내면 풀린다. 돌은 굴려 보내면 풀린다. 흙은 무너뜨리면 풀린다. 대칭이 풀린다. 대칭을 조직하여 멈출 수 있고 호응을 조직하여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공간에서는 두 다리를 벌려서 멈출 수 있고 시간에서는 두 다리를 움직여서 전진할 수 있다. 


    단 순서가 있어서 역주행은 안 된다. 역류할 수 없다. 항명할 수 없다. 멈춘 다음 움직이고 움직인 다음 멈춘다. 멈춤이 먼저고 움직임이 나중이다. 수비가 먼저고 공격이 나중이다. 선공을 해도 멈춘 상태에서 선공하는 것이다. 키스를 하더라도 멈추어야 한다. 달리면서 키스할 수 없다. 멈춤을 통해서 세상은 널리 통제된다. 


    에너지는 원래 움직인다. 겉보기로 멈추어 있다면 내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움직이면 충돌하고 충돌하면 이기거나 진다. 지는 것은 사라지고 이기는 것만 남아 있다. 대칭과 호응만 남아 있다. 효율적인 것만 남아 있다. 통제가능한 것만 남아 있다. 균일해져 있다. 사물 고유한 속성은 없고 구조의 통제가능성이 유일하다. 


    멈출 수도 있고 동시에 그 멈춤이 풀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일할 수 있다. 우리는 풀과 나무와 돌과 흙과 쇠붙이의 개별적인 성질을 파악하고 일일이 대응하려고 하지만 계의 통제가능성 위주로 파악해야 한다. 몰아서 한 방향으로 줄세워놓고 하나의 기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쇠붙이는 비중대로 줄 세우면 거의 드러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6.09 (10:22:11)

"멈춘 다음 움직이고 움직인 다음 멈춘다. 멈춤이 먼저고 움직임이 나중이다."

http://gujoron.com/xe/1095896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566 짐 차노스와 일론 머스크 김동렬 2023-11-25 1294
6565 테크노 낙관주의 비판 1 김동렬 2023-11-24 1154
6564 백마 타고 오는 사람 1 김동렬 2023-11-24 1446
6563 전두환 11월에 죽다 1 김동렬 2023-11-23 1619
6562 중국 축구 수수께끼 풀렸다 1 김동렬 2023-11-23 1518
6561 클린스만 잘한다 김동렬 2023-11-23 1134
6560 의사결정 원리 김동렬 2023-11-22 1177
6559 한국인들에게 고함 1 김동렬 2023-11-22 1642
6558 허세의 종말 3 김동렬 2023-11-21 1607
6557 인류 최고의 발명 1 김동렬 2023-11-20 1761
6556 클린스만의 명암 김동렬 2023-11-20 1469
6555 시공간은 휘어지지 않는다 김동렬 2023-11-19 1352
6554 LG 구광모 회장 잘할까? 김동렬 2023-11-19 1348
6553 인간의 응답 김동렬 2023-11-16 1880
6552 재벌야구 실패 차명석 야구 성공 김동렬 2023-11-16 1712
6551 신의 진화 김동렬 2023-11-15 1459
6550 인요한님 맞을래요 김동렬 2023-11-14 2037
6549 염경엽 야구의 해악 김동렬 2023-11-14 1465
6548 슈뢰딩거의 고양이 3 김동렬 2023-11-13 1901
6547 인간의 비극 김동렬 2023-11-12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