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57 vote 0 2020.01.17 (13:59:22)

    

    신은 누구인가?


    과학은 자연을 탐구한다. 자연을 탐구하려면 자연이 거기에 있어야 한다. 자연이 과연 거기에 있을까? 세상은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 파란약이 아닐까? 가상현실이 아니고 거기에 실재하여 있는지 확인하려면 먼저 그것을 인증하는 주체로서의 내가 확실히 존재해야 한다. 내가 가상현실이라면 자연도 가상현실인 거다. 


    그런데 내가 누구지? 나는 과연 존재하는가? 내가 접촉하는 타자는 경험으로 승인된다. 어떤 둘이 나란하면 그것이 존재다. 어떤 경험이 동일한 조건에서 반복되면 그것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승인하는 나는 어떻게 나란할 수 있는가? 내가 죽었다가 태어나고 두 번 반복한다면 나는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 맞다. 


    두 번 태어나 본 인간이 없으므로 내 존재가 증명되지 않는다. 장자의 꿈을 떠올릴 수 있다. 모든게 꿈이다. 꿈이 반복되면 꿈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문제는 꿈이 깨는 경우다. 꿈에서 깨지 않는다면 꿈이 현실이므로 문제가 없다. 꿈이면 어때? 꿈에서 깨어나지 않게 하는 꿈속의 또 다른 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꿈이 깨므로 꿈이지 영원히 꿈속에 머물러 있다면 꿈이 현실이다. 나라는 것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나의 의사결정권이 나다. 의사결정권이 나의 주체성을 형성한다. 나와 나란히 가는 또 다른 나가 있어야 한다. 꿈속의 꿈으로 나를 붙잡아 놓는다. 나의 존재 이전에 의사결정권이 있고 그것이 내게로 양도되는 것이다. 


    그것이 게임이다. 게임 안에서의 임무다. 인간은 게임 하는 존재다. 내가 임무를 통해 주체적으로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그 임무의 크기만큼 내가 또 다른 나로 확장되는 것이다. 인간은 게임하는 동물이며 게임에서의 임무로 내가 확장되며 그것이 또 다른 나이며 또 다른 나와 내가 나란히 가므로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존재하므로 내가 세계를 인식하는 것이며 내 존재와 세계의 존재가 나란하므로 세계의 존재가 승인되는 것이며 그러므로 인간이 자연을 탐구하는 것이다. 게임에 의해 확대된 내가 신이다. 신의 의사결정권 일부가 내게 연역된다. 신은 내 주체성의 확장이다. 게임에서 임무의 형태로 의사결정권이 확장된 것이다. 


    게임이 없으면 의사결정권이 없고, 임무가 없고, 주체성이 없고, 나도 없고, 신도 없다. 자유의지가 부정된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인간은 로봇에 불과하다. 인간은 환경에 지배되는 동물이다. 범죄자는 내 잘못이 아니라 정신병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가면 모든 범죄자가 재수가 없어 범죄자가 된 것이다. 


    운이 없어서 나쁜사람으로 태어나는 바람에 죄를 지었다며 운을 탓하게 된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죄인을 처벌할 수 없다. 중요한건 나의 규정이다. 작게는 몸이 나고 크게는 가족이 나이며 내가 속한 환경이 나다. 나의 게임이 나다. 나의 일이 나다. 내가 주변환경을 장악하는 정도에 따른 주체성의 확장 끝에 신이 있다. 


    게임하는 인간의 궁극적인 게임대상이 신이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환경에 지배되는 수동적인 동물이지만 동시에 게임을 통해 환경을 장악해 가는 능동적인 존재다. 내가 환경을 장악한 정도만큼 내게 자유의지가 있다. 환경 안에서 게임과 임무와 의사결정권과 주체성과 그러한 상호작용에 의해 내 존재는 결정된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게임이 달라진다. 사회에서의 임무가 다르다. 역할이 달라진다. 나에는 나의 환경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다. 나의 게임이 곧 나다. 범죄자가 개과천선하면 안 된다. 범죄자는 악을 완성시켜야 한다. 범죄자의 개과천선은 유적지에 똥 싸놓고 도망치는 것과 같다. 환경을 장악한 정도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환경을 놔두고 도망치면 안 된다. 게임을 끝까지 해서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완전성의 개념이다. 내가 저질러놓은 일과 나의 존재가 동일하다. 범죄자가 범죄를 놔두고 발을 빼면 안 된다. 범죄를 책임져야 한다. 범죄자는 자신을 소멸시키는 방법으로 범죄를 소멸시킬 수 있고 그것이 범죄를 책임지는 자세다.


    범죄자가 본인만 몸을 빼서 도망치면 범죄는 다른 사람에게 전가되어 있다. 자한당이 안 된다고 황교안이나 나경원이 민주당으로 도망치면 안 된다. 야마구치 소장과 가토 대좌가 그러했듯이 불타는 항공모함 히류와 함께 수장되어야 한다. 환경이 인간을 지배하듯이 인간도 환경을 장악하는 것이다. 둘은 나란히 간다.


    관측자가 움직이므로 관측대상이 움직이지 않아도 다른 값이 출력되는 것이 상대성이다. 이 경우 나란하지 않다. 나란해야 한다. 인간이 관측대상이라면 관측자인 환경의 지배를 받으므로 자유의지가 없다. 인간은 그저 로봇에 불과하다. 그런 미미한 인간을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장악된 환경이 확장된 또 다른 나라면? 


    관측자인 환경과 관측대상인 나는 하나가 되어 나란하면 절대성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에 의해 검사들은 죄다 나란하다. 사람이 환경을 장악한다. 환경과 인간은 나란히 간다. 임무와 인간은 나란히 간다. 인간은 게임 속에서 장악된 환경과 나란하다. 팀과 선수는 나란히 간다. 팀이 패하면 선수에게 책임을 묻는 거다.


    자유의지를 부정한다면 팀이 잘못했지 선수는 잘못한게 없다. 선수는 팀이 시켜서 했다. 그러므로 선수탓은 말아야 한다. 골을 못 넣은 것은 팀이 약체라서 그렇고 선수는 잘못이 없다. 토트넘이 잘못했지 손흥민이 무슨 죄가 있어? 이렇게 된다. 우리는 팀이 졌는데도 선수탓을 한다. 선수가 팀을 장악하였기 때문이다.


    선수와 팀을 나란하게 본다. 인간이 게임하는 동물이라는 것은 장악된 팀이 곧 선수라는 것이다. 팀이 졌으면 선수에게 책임을 묻는다. 팀과 선수는 남이 아니다. 타자가 아니다. 신과 인간은 남이 아니다. 임무와 인간은 분리될 수 없다. 환경과 인간은 분리될 수 없다. 그래서 주체성이 있다. 그것이 상호작용 개념이다. 


    일란성 쌍둥이 중에 한 명이 검찰에 들고 한 명이 경찰에 들면 각자 자신이 속한 팀을 편든다. 인간이 환경을 장악하는 것이다. 자유의지는 팀 속에 있다. 사람마다 팀과 일체화된 정도는 다르며 그것이 자유의지다. 나는 나의 의사결정범위다. 환경이 나와 일체화된 정도가 나의 의사결정범위에 속한다. 나는 자란다.


    환경을 장악한다. 가족도 등을 돌리면 남이 된다. 연주자는 악단과 보조를 맞추는 법이다. 호흡을 맞추고 앙상블을 이루고 화음을 끌어내는 만큼 팀과 일체화된다. 인간에 의해 장악된다. 계속 삑사리가 나면 일체화되지 않은 것이다. 불협화음이면 타자가 된다. 신이 존재하는 이유는 나와 나란히 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1.18 (07:29:52)

"작게는 몸이 나고 크게는 가족이 나이며 내가 속한 환경이 나다. 나의 게임이 나다. 나의 이 나다. 내가 주변환경을 장악하는 정도에 따른 주체성의 확장 끝에 신이 있다."

http://gujoron.com/xe/1159050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747 구조론 동영상 1 김동렬 2010-03-22 196449
6746 LK99 과학 사기단 image 김동렬 2023-08-07 70981
6745 진보와 보수 2 김동렬 2013-07-18 58185
6744 진화에서 진보로 3 김동렬 2013-12-03 58077
6743 '돈오'와 구조론 image 2 김동렬 2013-01-17 55985
6742 소통의 이유 image 4 김동렬 2012-01-19 55387
6741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image 13 김동렬 2013-08-15 54924
6740 관계를 창의하라 image 1 김동렬 2012-10-29 48566
6739 답 - 이태리가구와 북유럽가구 image 8 김동렬 2013-01-04 45436
6738 독자 제위께 - 사람이 다르다. image 17 김동렬 2012-03-28 44585
6737 청포도가 길쭉한 이유 image 3 김동렬 2012-02-21 42030
6736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image 3 김동렬 2012-11-27 41961
6735 구조론교과서를 펴내며 image 3 김동렬 2017-01-08 41813
6734 아줌마패션의 문제 image 12 김동렬 2009-06-10 41593
6733 포지션의 겹침 image 김동렬 2011-07-08 41080
6732 정의와 평등 image 김동렬 2013-08-22 40782
6731 비대칭의 제어 김동렬 2013-07-17 38804
6730 구조론의 이해 image 6 김동렬 2012-05-03 38719
6729 비판적 긍정주의 image 6 김동렬 2013-05-16 37867
6728 세상은 철학과 비철학의 투쟁이다. 7 김동렬 2014-03-18 37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