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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65 vote 0 2021.01.18 (18:57:13)

      

    머피의 진실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결국 잘못되기 마련이라는 머피의 법칙을 전문가들은 '선택적 기억'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심리학적 접근이다. 물리학적 접근이라야 한다. 선택적 기억은 좋은 일도 일어나고 나쁜 일도 일어나는데 좋은 일은 잊어먹고 나쁜 일만 기억한다는 거다.


    과연 그럴까? 특히 정치판에서는 안철수의 법칙과 나경원의 법칙이 유명하다. 안철수는 반드시 삽질을 한다. 나경원은 반드시 얼굴에 철판을 깐다. 이게 인간들의 기억력과 관련이 있을까? 진중권은 반드시 변절한다. 이건 필자가 십수 년 전에 알아낸 것이다. 과연 변절하더니 나경원과 희희낙락으로 붙어먹었다.


    필자는 십수 년 전에 어떻게 진중권의 미래를 내다보았을까?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공군 대위였던 머피가 차세대 음속기 개발을 위해 측정장치를 만들었는데 부하 기술자들이 전극봉을 죄다 엉터리로 조립해 놓았던 것이다. 머피 대위로부터 이 사건에 대해 보고 받은 존 폴 스탭 대령은 완벽한 실험을 성공시켰다.


    머피 대위가 알아낸 법칙은 ‘어떤 일을 하는 데 좋고 나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면 누군가는 그중에서 나쁜 방법을 꼭 사용하고야 만다’는 것이다. 완벽한 실험의 성공에 감동한 신문기자의 질문에 존 폴 스탭 대령은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을 타더니 이 법칙은 유명해졌다.


    왜 일이 이렇게 되는가? 소통의 문제 때문이다. 장교와 부사관 기술자들은 원래 친하지 않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일을 시켰다면 어떨까? 아들은 칭찬을 듣기 위해 시키지 않은 부분까지 고쳐놓는다. 그런데 말이다. 장교가 부사관에게 시켰는데 부사관이 시키지도 않을 일을 하면? 너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어?


    나 엿먹이려고 그러는 거야? 이렇게 나온다. 미국인들은 원래 교범대로 한다. 지시가 잘못되었다면 그 잘못이 드러나도록 일을 진행한다. 자기 선에서는 절대 수습하지 않는다. 한국인과 다르다. 소통의 문제다. 사병의 주적은 간부다. 간부가 일 시키면 엉터리로 한다. 사병과 간부의 소통이 불통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병이 일을 잘하면? 너 일 잘하는구나. 맨날 와서 일해라. 이렇게 된다. 도공이 어쩌다가 좋은 도자기를 구우면? 이것과 똑같은거 300개 만들어와라. 이렇게 된다. 우연히 만들어진 좋은 도자기를 깨버리는 이유다. 먼저 전략이 결정되어야 한다. 소통의 전략과 불통의 전략이 있다는 말이다. 피아구분이다.


     초등학생은 선생님 편에 서서 인정받는 전략과 반대편에 서서 일진이 되는 전략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선생님 편에 서서 인정받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데 친구가 와서 놀자고 꼬신다. 이미 글렀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일진이 되어 선생님을 골탕 먹이는 수밖에. 하지 말라면 꼭 한다. 


    나쁜 짓을 했는데 들키지 않으면? 들킬 때까지 나쁜 짓을 한다. 글도둑 손창현과 같다. 잡힐 때까지 범죄를 저지른다. 그는 범죄로 제네시스를 샀을 정도로 성공했다. 그런데 왜 같은 글을 다섯 곳에 투고했을까? 중복투고는 허용되지 않는데 말이다. 부사관 기술자가 전극봉을 엉터리로 조립해놓은 이유와 같다.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통이 불통이기 때문이다. 아들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우호적인 관계에 익숙해 있다. 주변에 챙겨주는 사람이 다수다. 그러므로 보통은 문제가 없다. 그러다가 어떻게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 갑자기 노출되면?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일은 죄다 일어난다. 


    그리고 인간들은 뭔가 일이 터질 때까지 밀어붙인다. 이는 물리학이다.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으려면 왼쪽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먼저 왼쪽 깜빡이 넣는다. 일단 저질러서 상대의 반응을 봐야 한다. 그러므로 저지른다. 소통이 불통일 때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반응을 떠보는 절차를 밟는 것이다. 당연한 절차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말하는 머피의 법칙은 그냥 재수가 없는 것이다. 우산을 가지고 오면 비가 오지 않고 우산을 잊고 오면 꼭 비가 오더라는 거다. 이건 사실이지 머피 대위의 통찰과 상관없다. 그거 머피의 법칙이 아니다. 세차만 하면 비가 온다. 장마철이니까 그렇지. 이건 그냥 농담이다. 머피의 법칙은 있다.


    임기 말년에 온갖 악재가 터지는 것이다. 이명박 집권 초부터 광우병 악재가 터졌다. 왜?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적대적인 환경이면 응수타진 공격 들어온다. 정리하자. 머피의 진실 – 우호적인 환경이 아닐 때 인간은 허용되는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사건을 터뜨려서 상대방의 반응을 떠보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진행하므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반대로 우호적인 환경에서는 굳이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다. 인디언 기우제와 같다. 인디언 기우제가 성공하는 이유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의 생활이 보통 우호적인 환경인데 새로운 시도를 하면 환경이 바뀌는 것이다. 


    환경을 장악하지 못한 채로 일을 벌이면 반드시 방해자를 만난다. 이것이 머피의 진실이다. 새로운 일을 벌일 때는 먼저 환경을 장악하라. 소통을 강화하여 먼저 한편이 돼라. 동지가 돼라. 의리를 맺어두라. 그러지 않으면 배신할 자는 모두 배신한다. 삼국지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유관장 빼놓고 다 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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