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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491 vote 0 2020.10.28 (12:20:39)

      

    지갑을 주워야 천재다


    피카소와 마티스는 소문난 라이벌이었다. 피카소가 형태를 해체했다면 마티스는 색깔을 해체한 사람이다. 유명한 마티스의 '댄스'는 단지 세 가지 색만 사용되어 있다. 색을 최소화하여 강렬한 대비를 드러낸 거다. 피카소는 12살이 많은 마티스의 집을 들락거리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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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소가 방문하면 마티스는 '저 녀석이 또 내 아이디어 훔치러 왔군.' 하고 빈정거렸다. 그렇다. 피카소는 마티스의 지갑을 통째로 훔친 것이다. 에디슨의 아이디어는 모두 훔친 것이다. 다들 알지만. 잡스의 명성은 워즈니악의 것을 훔친 것이다. 천재치고 도둑 아닌 자 있나?


    물론 진짜 천재는 자연의 것을 훔친다. 구조론은 자연에 있다. 딱 보면 보인다. 화가가 소실점을 보듯이 구조를 살피면 계 내부의 대칭과 축이 보이고 축의 이동이 보인다. 한때 랩음악은 죄다 표절이었다. 샘플링은 공인된 표절이다. 만화가들도 한 때는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같은 건물에 살며 서로 베꼈다. 개화기에 일본의 지식인들은 그냥 서양책을 번역하기만 하면 그 분야의 태두가 되고 스승이 되어 존경을 받았다. 그들은 서양의 지갑을 훔친 것이다. 앞서가는 자는 항상 지갑을 주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변화가 일어나는 곳에 지갑이 있다. 


    고르바초프가 변화를 일으켰다. 김대중은 지갑을 주웠고 김영삼은 지갑을 보고도 외면했다. 눈앞의 지갑을 뻔히 보고도 외면하는 것이 강준만류 바보들의 특징이다. 한때는 강준만도 날아다녔는데 지금은 몰락했다. 진중권과 둘이서 궁시렁거리는 꼬마 1, 꼬마 2가 되었다. 


    왜 몰락했을까? 김어준 때문이다. 한때 군단급 편제를 갖추었던 강준만 팬들은 일제히 김어준에게 넘어갔다. 그들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었다. 물론 강준만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인터넷 딴지일보 독자 수 증가에 반비례하여 종이책 인물과 사상 독자 숫자는 감소한 거다. 


    마티스의 평면을 피카소는 입체로 바꾸었다. 2D는 3D를 이기지 못한다. 강준만의 종이책은 김어준의 인터넷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미디어 전쟁에 진 것이다. 그렇다. 김어준이 지갑을 챙겼다. 강준만이 사람을 모아서 김어준에게 공짜로 넘겨준 셈이 되었다. 준만이의 비애.


    변화는 또 일어난다. 두 번째 변화는 고학력세대의 전면등장이다. 신정아 사건으로 들통났지만, 한국은 고졸국가다. 갑자기 대졸국가로 변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급변이다. 그 과정에서 국힘당은 스탠스가 꼬였다. 표를 얻자고 고졸세력에게 아부하다 고졸당 되었다. 


     민주당이 지갑 주웠다. 세 번째 변화는 굴뚝산업에서 IT산업으로의 급변이다. 네 번째 변화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이다. 최근 환율이 내린다. 문재인은 트럼프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4만 불 고지를 바라보게 되었다. 문재인도 지갑을 주운 것이다. 지갑의 딜레마 있다.


    지갑은 초딩도 주울 수 있지만, 선두에 선 한 명에게만 기회가 간다. 어떤 자는 선두에 서 있다가도 지갑을 회피한다. 지갑을 보고 놀라서 중권이처럼 도망친다. 언제나 그렇듯이 변화의 시기에는 전위에 선 자가 지갑을 주워간다. 정의당은 변화를 부인하고 장님행세를 한다. 


    그들은 절대 지갑을 챙기지 않는다. 왜? 교과서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지갑을 주우면 김어준처럼 인기를 얻는다. 그러다가 동료와 멀어진다. 그게 걱정되는 것이다. 동료의 평판에 신경쓰면 지갑을 가질 수 없다. 지갑은 무리에서 삐져나온 한 명에게만 기회가 가기 때문이다.


    한국이 노벨상을 못 받는 이유도 같다. 선배 후배 동료 신경쓰면 한 우물을 파지 못한다. 의사, 목사, 검사, 판사들처럼 패거리 의식하면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외로워지기를 겁내지 말아야 한다. 이방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무리와는 다른 방향을 봐야 한다.


    남들이 모두 저쪽을 향해 가고 있어도 이쪽으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는 참으로 적다. 미야모도 무사시의 오륜서다. 폭이 한 자에 50미터쯤 되는 길이 있다면 당신은 그 길을 갈 수 있겠는가? 갈 수 있다. 그 길이 백 미터 허공에 걸려 있다면?


    못 간다. 그냥 가면 되는데 가지 못한다. 왜? 주변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길만 보면 되는데 주변을 본다. 현기증이 난다. 그냥 주우면 노벨상인데 못 한다. 주변과 보조를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방시혁은 지갑을 주웠다. 다들 연습생만 쥐어짜고 스스로는 아무것도 안 하더라.


    이 바닥 원래 이래. 사실 그렇다. 음악계, 연예계, 스포츠계 졸라 무식하다. 똑똑한 사람이 들어가면 순식간에 다 먹는다. 재벌들이 다 그렇다. 그냥 남들처럼 하청기업만 쥐어짜면 돈이 된다. 이건희는 용감하게 지갑을 주웠다. 남들이 안 하는 짓을 하며 유난을 떨었던 것이다. 


    반도체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그냥 주워간 것이다. 화학공정이 들어가는 반도체는 공해산업이기 때문에 선진국들이 기피한다. 한국과 대만이 주워갔다. 바보는 생각한다.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이 반도체를 버리는 것을 보니 쓸모가 없는 분야군. 미국이 안 하면 내가 챙겨야지.


    앞서본 자가 앞서려는 생각을 가진다. 방시혁과 이건희는 원래 앞서 있었다. 원래 맨 앞줄에 서 있었기 때문에 앞을 바라보는 습관이 만들어져 있었다. 피카소는 15살에 이미 라파엘로를 능가할 그림실력이 되었다. 피카소가 100미터 앞을 바라보자 아버지는 매우 불안했다. 


    내가 저것을 화가 만들려고 비싼 예술학교에 넣어줬더니 이 자슥이 공부는 안 하고. 배울 것이 없기 때문에 피카소는 학교에서 두 번이나 도망쳤다. 아버지와는 틀어졌다. 그리고 용감하게 마티스의 지갑을 슬쩍 했다. 패거리와 평판에 신경 쓰는 정의당부류는 절대로 못 한다.


    동료와 보조를 맞추면 절대 남을 앞설 수 없다. 외로워지기를 두려워 말아야 한다. 환경이 변하면 지갑은 생긴다. 무역환경이 갑자기 IT 위주로 변했을 때 마침 한국이 그 자리에 있었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지갑을 주웠다. 누구나 주울 수는 있지만 실제로 줍는 사람은 드물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세렝게티

2020.10.29 (11:05:05)

기술의 발전이 주체의 변화를 추동하고, 주체의 변화가 산업의 토대를 바꾸며, 산업의 변화가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간다. 구조화된 문명의 수레바퀴에 당당히 올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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