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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00 vote 0 2020.09.23 (10:36:39)

      

    http://gujoron.com/xe/1237331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사람을 바꾸는 2초간의 전율


    마음속에 있는 뜻을 글자로 옮겨 표현하기는 어렵다. 했던 이야기지만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언어를 보태고자 한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원인은 작고 결과는 크다. 인과과정에 플러스 된다는 말이다. 이야기는 그렇다. 작은 사건이 큰 사건으로 번진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 이야기가 그렇고 현실은 소도둑이 바늘도둑 된다. 도스토옙스키는 사형대에서 풀려나더니 도박중독자가 되었다. 사형대에서의 쫄깃난 느낌을 재현하려는 것이다. 걸핏하면 올인이다. 목숨을 걸고 하던 도박이 푼돈을 걸고 하는 도박으로 작아졌다.


    천하를 훔치던 과거의 소도둑이 이제는 바늘을 훔치고 있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오인혜는 부산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에 섰다. 그것은 작은 것이다. 다음에는 큰 무대에 서야 한다. 그래야 이야기가 된다. 지난번에 바늘을 훔쳤으니 이번에는 소를 훔쳐야 한다는 압박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젊은 시절에 혁명을 한답시고 목숨을 걸었으니 다음에는 무엇을 걸어야 하나? 원고료로 받은 몇백 루블을 도박에 걸어봤자 의미가 없다. 신을 걸어야 한다. 우주를 통째로 걸어야 한다. 전율의 2초를 경험한 사람은 대담해진다. 때로 그것이 화가 되기도 한다.


    때로 그것이 복이 되기도 한다. 백악관에서 케네디를 만나 악수한 소년 클린턴에게 그것은 전율의 2초였다. 위대한 인물에게는 그런 장면이 하나쯤 있다. 반드시 있다. 인간이 악당이 되는 이유는 악행을 저지르고도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쁜 짓을 했는데도 얻은 게 많다. 


    나쁜 쪽으로 전율이다.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범털이 개털 된 탈주범 신창원도 마찬가지다. 왕년의 대도가 좀도둑이 되었다.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다. 의도나 목적은 없다. 그냥 그렇게 한다. 너 왜 그래? 하고 물어봤자 의미 없다. 인간은 그냥 하던 짓을 반복하는 존재다.


    로또 일등에 당첨된 사람도 매주 로또를 산다. 돈이 필요해서 로또를 사겠는가? 전율을 다시 한번 맛보려는 것이다. 한 번 당첨은 운이고 두 번 당첨은 기적이다. 운을 넘어서 기적을 맛보려는 것이다. 전광훈도 마찬가지다. 나쁜 짓을 했더니 더 유명해졌다. 보상받은 셈이다.


    한 번 성공은 운이고 두 번 성공은 기적이다. 그는 기적을 연출하려고 신을 시험하는 사탄의 행동을 한다. 그렇다. 인간을 바꾸는 것은 전율의 2초다. 전율의 2초는 운이다. 운을 만드는 것은 확률이다. 인간은 단지 확률이 높은 쪽으로 기동할 뿐이다. 대개 재수에 달려 있다.


    재수가 좋으면 자신이 변하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나쁜 쪽으로도 그러하고 좋은 쪽으로도 그러하다. 원인 다음에 결과가 아니고 전율 다음에 재현이다. 전율에 의해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를 차차로 풀어내는 것이다. 원인 다음에 결과라면 파종한 다음에 수확이라야 맞다.


    당연히 수확은 파종보다 많아야 한다. 플러스라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곤란해진다. 너는 왜 더 얻은 게 없지? 지난번에 주목받았으니까 이번에는 대종상을 받아야 맞잖니? 다음에는 아카데미가 기다리고 있잖니? 이러면 곤란하다. 그런 비뚤어진 생각이 연예인을 죽인다. 


    인생은 소설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다. 인간은 다만 전율하고 그것을 재현한다. 전율에서 에너지를 얻고 재현하면서 그 에너지를 풀어낸다. 위하여가 아니라 의하여다. 인간의 목적의 동물이 아니고 의도의 동물이 아니다. 계산적이지 않다. 내면의 에너지를 연주해낼 뿐이다.


    역사상의 허다한 영웅들이 그렇게 피어나고 또 그렇게 죽어간다. 그들은 무모해진다. 카이사르가 젊었을 때 해적에게 잡힌 적이 있다. 몸값이 은 20탈렌트였는데 거물 행세를 하며 스스로 몸값을 은 50탈렌트로 올렸다. 사실은 돈이라곤 한 푼도 없는 거지신세인데도 말이다.


    운명을 걸고 도박을 한 것이다. 해적들에게 귀빈대접 받았다. 자작시를 들려주다가 해적들이 졸고 있으면 호통을 쳤다. 풀려난 다음에 해적들을 모두 체포하여 십자가형에 처했다. 성공한 도박의 전율 때문에 이후 겁대가리를 상실했다. 브루투스에게 죽은 이유가 그러하다.

 

    전율을 경험한 자는 대담해진다. 신이 자신에게 응답했다고 믿는다. 이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들은 영웅이 되거나 악당이 되거나 혹은 죽는다. 그것은 운명적인 만남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사형대에서 신을 만나고 인간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던 것이다. 


    혁명보다 먼저 그 혁명의 주체인 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사상을 얻었다. 그것을 변절로 본다면 단견이다. 진보의 커다란 그림에 새로운 길 하나를 보탠 것이다. 제도를 바꾸는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도를 바꿀 수도 있지만 사람을 바꿀 수도 있다. 단 2초의 전율로 가능하다. 


    진중권류 무뇌좌파에게 없고 노무현에게 있는 것이 그것이다. 전율을 경험한 사람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차이다. 호르몬이 바뀐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다. 노무현은 사람을 바꿨다. 다른 인류가 등장했다. 그들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태연히 가던 길을 계속 간다. 


    그들은 전율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과거로는 되돌아가지 않는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올라오는 것이 있다. 몸서리치게 되는 것이 있다. 호르몬을 바꾸는 것이 있다. 정상에서 또 다른 정상을 바라볼 때의 느낌이 있다. 그들은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인정받기 원하지 않는다.


    가슴에 전율을 품은 그 자체가 보상이다. 그들은 병아리를 품은 엄마닭처럼 겁이 없다. 새끼곰을 보호하는 엄마곰처럼 사납다. 그들은 도무지 후퇴할 줄 모른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전율하고 호르몬이 바뀐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살면서 필요한 것은 없다. 


    성공도 출세도 영광도 필요 없다. 신과 연결되어 있는 자의 눈빛은 다르다. 그 눈빛이 필요할 뿐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0]흑태

2020.09.23 (16:39:28)

돈오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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