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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187 vote 2 2020.06.24 (15:58:41)

      

    기독교의 본질


    기독교의 의미는 특별한 일원론 사상에 있다. 그러나 구약의 철학은 다원론의 전통에 뿌리를 둔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나의 행동을 결정한다. 당연하다. 힘이 없기 때문이다. 힘이 없으면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야 한다. 상대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가 약점을 간파하여 대응하면 된다.


    일원론은 절대강자의 철학이다. 처음 일원론을 창안한 아케나톤은 왕이었다. 왕은 힘이 있다. 그러므로 일원론적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 강자가 강자답게 강자의 철학을 따르는 것이다. 아케나톤이 죽고 어린 투탕카멘이 귀족들에게 권력을 뺏기면서 다원론으로 돌아갔다. 잠깐 일신교에서 본래의 다신교로 돌아간 것이다.


    이집트에서 탄압받던 아케나톤의 추종자들이 이스라엘에서 일신교를 퍼뜨렸다. 그러나 그들은 일원론의 이념에 충실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힘이 없기 때문이다. 약자에게는 약자의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일원론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는다. 상대의 입장을 살피지 않고 자기 계획대로 간다. 신은 인간을 구원할 것인가?


    그것은 신의 계획에 달려 있다. 신학자들이 이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하고 있다. 칼뱅의 구원예정설이 대표적이다. 일신교를 믿는다면 인간이 선행을 한다고 천국에 보내고 악행을 저지른다고 지옥에 보내고 그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인간을 어떻게 다룰지는 신의 자기 계획대로 가는 것이다. 선행은 필요가 없다.


    한 명이 잘못해도 모두 지옥에 보낼 수 있고, 반대로 한 명이 잘해도 모두 구원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왜 기독교가 살아남았는가? 예수의 어록에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불교의 석가든 유교의 공자든 영감을 주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권력이다. 개인에게 권력을 준다. 재량권을 준다. 공자의 군자는 당연히 재량권이 있다.


    강자이기 때문이다. 권력이 있는 것이다. 석가의 깨달음도 마찬가지다. 깨달으면 권력을 가진다. 운명의 노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된다. 기독교 역시 권력을 준다. 예수는 구약이 일원론에 충실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고 일원론을 적절히 해석했다. 커다란 영감을 준다. 자본주의 발전에 칼뱅의 구원예정설이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선종불교에도 유사한 사상이 있다. 각자 자기 직업에 충실하면 그것이 곧 깨달음이라는 가르침이다. 무엇인가? 그동안 인간은 구원을 위해 하느님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선행을 하고 도덕을 지키고 거짓말을 삼가야 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면 개인에게 권력은 없다. 노예와 다를 바 없다. 


    칼뱅사상이나 일본불교에 의하면 그런 것은 필요 없다. 구원은 신의 뜻에 달려 있기 때문에 선행을 한다고 해서 구원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신의 계획을 알아내야 한다. 자기 계획이 있는 자가 신의 계획을 알 수 있다. 자신이 목적을 세우고 한 길로 곧장 가서 목표를 달성한다면 그것은 자기구원이고 이는 신의 구원과 통한다.


    자기를 구원하는 자는 이미 신의 구원 속에 있다. 그렇다면 신에게 계획이 있듯이 인간에게도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 계획 속에 권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권력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정치권력이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성취되는 권력이다. 일본인들은 삼국제일이라는 말을 쓴다. 자기 분야에서 천하제일이다.


    그것이 구원이고 깨달음이라는 것이다. 오타쿠가 되어 한 우물을 파다가 노벨상을 받는다. 칼뱅의 사상은 사업을 일으켜 돈을 벌면 그것이 구원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구원될 것인가? 구원은 신의 사업이다. 신은 그 사업을 성공할까? 홧김에 때려치우지 않을까? 소돔과 고모라에 실망하여 불심판으로 멸하지 않을까? 


    그것은 사업을 해보면 안다. 실력 있는 도공은 자기 작품을 때려 부수지 않고 화가는 자기 걸작을 버리지 않고 음악가는 자기 음악을 함부로 없애지 않는다. 힘이 있는 자가 되어보면 힘을 가진 신의 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서구와 일본의 발전을 자극한 촉매제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상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예수는 잘하는 자를 칭찬하지 않고 잘못하는 자를 벌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 계획대로 밀어붙일 뿐이다. 그것이 일원론자의 태도이다. 일신교를 믿는다면 일원론자라야 한다. 문제는 그 계획이 있느냐다.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는 이러한 본질에서 멀어졌다. 


    아무런 계획이 없이 내일 당장 구원될 연구만 한다. 구원을 현찰박치기로 조달하려고 한다. 혹은 선업을 쌓아 내세에 복을 받는다는 식의 불교논리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 계획이 없는 자는 신의 계획에도 없다. 당신의 존재가 신의 계획 속에 있을 것 같은가? 당신은 일신교를 믿는다면서 일원론을 이해하고 있는가?




[레벨:11]큰바위

2020.06.24 (19:18:57)

그런데 오늘날 왜 기독교가 살아남았는가? 기독교에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 이 문장을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오늘날 왜 기독교가 살아남았는가? 예수에 의해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뀌어야 하는 건 아닌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06.24 (20:43:26)

수정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6.25 (03:40:25)

"단지 자기 계획대로 밀어붙일 뿐이다. 그것이 일원론자의 태도이다. 일신교를 믿는다면 일원론자라야 한다. 문제는 그 계획이 있느냐다."

http://gujoron.com/xe/1213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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