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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46 vote 1 2020.01.01 (22:14:06)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우리는 잘 모르면 욕망탓을 한다. 구조론으로 보면 욕망은 질과 입자를 거쳐 힘 단계다. 욕망은 어떤 사건의 원인이 이미 촉발되었을 때 그것을 강화시킨다. 일종의 촉매제 같은 것이다. 부수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욕망은 이미 계기가 주어지고 원인이 작동했을 때 그것을 강화시킨다.


    욕망은 위하여다. 성공하기 위하여, 출세하기 위하여, 쾌락을 누리기 위하여다. 그렇다면 위하여는 또 무엇인가? 위하여의 위爲는 하다이니 하다하다가 된다. 같은 단어를 두 번 반복하거나 복수로 표현하면 명사가 되거나 명사를 설명하는 형용사가 된다. 프로야구라면 롯데 자이언츠팀을 거인들이라고 번역한다. 


    호랑이들, 곰들, 독수리들, 사자들 하는건 웃긴 거다. 색은 어떤 색이고 색색이라고 하면 칼라를 의미한다. 그냥 색은 파랑색이거나 붉은색이다. 색색은 모든 색깔이다. 겹은 겹치다는 뜻이고 겹겹은 중복을 의미한다. 층은 갈라진 것이고 층층은 계단이다. 깨끗, 따뜻, 반반, 촉촉, 빽빽, 두둑, 똑똑, 갑갑, 꼼꼼도 같다.

   

    따뜻하다는 뜨겁다를 반복한 뜨+뜨다. 뜨겁다는 형용사지만 따뜻은 열이다. 지혜는 명사고 지혜롭다는 형용사인데 똑은 지혜로운 것이고 똑똑은 지혜다. 우리말에 한자어가 물밀 듯이 들어와서 명사를 쓸 일이 없으니 지금은 뒤에 하다가 붙어 죄다 형용사로 되었다. 명사의 형용사화는 발달한 교착어에만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위하다는 하다하다>하려고 하다>하고자 한다>목적으로 하다이다.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인가? 보통은 욕망이라고 한다. 욕欲은 하고자 할 욕이니 결국 욕망은 위하여다. 그러므로 욕망은 죄다 가짜다. 욕망慾望은 하고자 하기 바라다가 된다. 바라다는 원하는 대상을 향하여 팔을 뻗는 것이다. 


    아기가 바라는 것을 향해서 팔을 뻗기 때문이다.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듯 시선을 뻗어보는 것이 목적이다. 뻗다와 빛과 비가 빗이 어원이 같다. 빗방울이 뿌린다. 뿌리는 것이 직선으로 날아가므로 빗과 같다. 머리빗이다. 뻗다, 비, 빛, 빗은 모두 직선으로 뻗어간다. 죽어서 뻣뻣해지는 것이나 뻔뻔해지는 것도 같다. 


    언어순환진화설에 따르면 굴절어가 고립어로 바뀌고 교착어로 발전한다. 고립어에 어미가 붙은 것이 교착어다. 옛날에는 가, 서, 해, 자, 놔, 와 하는 식으로 고립어로 발음했던 것이다. 가라 서라 해라 자라 놔라 와라 하는 식으로 라let가 붙은 것이 교착어다. 안녕하세요라면 안, 녕, 하, 시어, 이오의 다섯 고립어다. 


    영어와 한자어가 고립어인데 우리말도 옛날에는 고립어였다. 우리는 붙여서 발음하는게 습관이 되었는데 영어는 특히 전치사를 띄어서 발음하니 알아먹지 못하는 것이다. 안 녕 하 시어 이오 까? 이렇게 발음하면 한국인은 못 알아먹는다. 그런데 영어가 바로 그런 언어다. 우리말은 굴절어>고립어>교착어로 변했다.


    고립어가 되기 전에 굴절어의 특성이 숨어 있다는 말이다. 빛, 빗, 비, 뻗, 뻔, 빤은 굴절어의 변화방식이 반영된 것이다. 언어는 동사를 굴절시키고 어근에 어미를 추가해서 교착어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교착어가 되면서 우리말에 형용사가 발전했지만 어미를 떼면 명사가 된다. 모든 형용사는 원래 명사란 말이다.


    부지런하다는 형용사이고 부지런은 명사인데 지금은 부지런이라는 명사를 안 쓰지만 예전엔 우리말이 고립어였기 때문에 부지런하다는 말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교착어는 고도로 발달한 언어다. 결론적으로 욕망은 하고자 하기 바라다이며 이는 동사를 반복해서 명사를 만든 것이다. 욕망은 하다 하다 뻗다이다.


    동사는 움직임이므로 움직이게 하는 움직임이 욕망이다. 결론적으로 욕망은 행위의 원인이라는 뜻이 된다. 그 원인이 뭐냐다. 없다. 욕망 때문이라는 말은 그냥 원인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 원인이 뭐냐고? 욕망은 어떤 둘 사이에 있지 개체에는 없다. 입자에는 없다. 우리는 욕망이라는 입자가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이춘재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변태성욕자다, 소아성애자다. 이런 진단이 나와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춘재는 변태성욕자에 소아성애자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 거짓말이다. 그냥 경찰이 그렇게 말해주면 대중이 좋아하는 것이다. 대중은 이춘재를 자신과 차별화시켜 별종으로 분류하고 싶으니까.


    대중은 타자화 대상화 객체화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공격하려면 타자여야 하니까. 자신을 공격할 수는 없으니까. 대중은 이춘재와 같은 범죄자를 공격하여 분풀이하고 싶은 것이며 만만한 과녁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그러므로 나와는 다른 별종이기를 바라고 변태성욕자에 소아성애자라면 공격타겟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모든 사건의 원인은 둘 이상의 상호작용 형태로 존재한다. 그것은 껄끄러운 것이다. 주변의 공기나 분위기나 유행이나 관심이나 무의식의 형태로 원인은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 이는 대중이 반기지 않는 소식이다. 중요한 것은 반응한다는 점이다. 욕망은 사건에 반응하는 것이다.


    스스로 반응하고 동시에 다른 것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 욕망이다. 성욕은 본인의 호르몬 반응이지만 동시에 타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수단이다. 인간의 섹스는 성욕해소의 수단이 아니라 반응을 끌어내는 행위다. 반응은 상호작용에 의해 성립한다. 이춘재는 사회의 반응을 끌어낼 의도로 사회를 공격한 것이다. 


    여성을 공격한 것은 성욕 때문이 아니라 만만하니까. 반응을 성공시켜야 하니까. 이춘재는 본인의 욕망에 잘 반응하는 즉 충동조절장애일 수도 있다. 호르몬에 문제가 있다.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사람이 폭력을 당하거나 혹은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다가 중독되면 사회의 반응을 끌어내려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챠우

2020.01.03 (00:36:27)

혼란하다. 혼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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