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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34 vote 0 2019.10.25 (10:18:33)

         

    1은 없다.


    우주 안에 어떤 것이 홀로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희미해지는 상황 말이다. 무언가를 계획할 수도 없고 계획할 이유도 없고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이고. 살아도 그만이고 죽어도 그만이고.


    그런데 자연에 순수한 1은 없다. 반드시 관측자가 있고 상호작용 대상이 있다. 만약 1이 있다면 어딘가에 묻어 있다. 빌붙어 있다. 독립적으로는 없다. 존재는 교차로와 같다. 두 선이 마주치는 지점이 1이다. 단선으로 된 교차로는 원리적으로 없다.


    그러므로 만약 1이 있다면 2의 일부로 다른 것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며 거기서 떨어져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주 안에 어떤 것이 홀로 존재한다는 말은 불성립이다. 이미 우주가 있잖아. 우주가 있고 다음 존재가 있다. 주어가 있고 술어가 있다.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그것이 반드시 있다. 모든 존재는 빌붙어 있는 존재이며 떨어지지 않는다. 만약 떨어져 나왔다면 다른 것에 묻어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2다. 숫자 1은 관측대상과 관측자를 연결하는 라인 1이다. 그러므로 1은 이미 2다. 


    2에서 그 둘 사이를 연결하는 1이다. 독립적인 1은 반드시 내부가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동시에 2다. 1은 자신을 둘로 쪼개서 자신의 내부를 관측할 수 있다. 모든 존재는 자기 자신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자신을 쪼갤 수 없다면? 그런 것은 없다. 


    사물은 반드시 쪼갤 수 있다. 사건은 쪼갤 수 없지만 사건은 언제나 2로 이루어진다. 사실은 사건도 쪼갤 수 있다. 단 그 사건을 중단시키지 않고 진행 중에는 쪼갤 수 없다는 말이다. 공간의 대칭성을  쪼갤 수 있을 뿐 시간을 쪼갤 수 없다는 말이다. 


    사실이지 1이냐 2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원리가 그렇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 안에 포착해야 할 메커니즘이 있는 것이다. 한 개가 있는데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뗄 때는 어딘가에 붙여서 떼야 한다. 현실에서 이를 무수히 경험한다. 


    나오라고 하면 제 발로는 안 나오는데 누군가를 데려오면 손잡고 나오는 경험 말이다. 자석처럼 붙어서 나온다. 바위틈에 숨은 게가 절대 안 나오지만 미끼를 던져주면 집게발로 잡고 나온다. 손가락에 붙은 밥풀과 같다. 밥풀은 쉽게 뗄 수 있다. 


    밥풀을 떼면 동시에 다른 손가락에 붙어버린다. 존재는 그런 식으로 되어 있다. 얽혀 있다. 독립적으로는 없다. 뗄 수는 있는데 동시에 다른 것에 붙어버린다. 그러므로 홀로 되었다는 것은 다른 어딘가에 붙잡혔다는 것이다. 거기서 탈출해야 한다.


    1이냐 2냐는 수학자가 정의하기 나름이고 존재가 메커니즘이라는 본질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메커니즘은 내부가 있으며 일정한 조건 안에서만 작동한다. 내부를 보려면 그 조건을 깨야 하는 게 딜레마다. 깨지 않고는 볼 수 없고 깨면 달라져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챠우

2019.10.25 (14:52:37)

무리 속에 둘러싸여 있을 때는 마음이 든든하지만 정작 집단의 존재를 알 수 없고,

오히려 외롭다고 느껴질 때가 사실은 곧 집단을 발견할 때.

그렇게 인간은 길들여지는 것.

그런데 오히려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꿋꿋이 걸어가면 느껴지는 게 있는데, 그게 대표성.

즉 집단의 일원으로 바탕을 느낄 것이냐, 대표로서 느낄 것이냐의 차이가 있어. 정상에 오르면 고독이 아니라 메커니즘이 보여.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0.26 (00:51:04)

"존재가 메카니즘이라는 본질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메커니즘은 내부가 있으며 일정한 조건 안에서만 작동한다."

http://gujoron.com/xe/1135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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