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87 vote 0 2019.09.10 (12:33:01)

      
    미인도의 가치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왜 가치가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모양이다. 이런 사람은 다른 것도 이해를 못 하기 마련이다.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을 이해해야 사진을 이해하고 골동품을 이해하고 패션을 이해한다.


    디자인을 이해하고 건축을 이해한다. 그 안에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를 해도 어떤 곳이 오를 것이며 주식투자를 한다고 해도 어떤 종목이 오를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는 하나다. 전부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하나를 알면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하나를 모르면 다 모르는 거다. 사건이 있고 주도권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도 주도권을 잡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듯이 그림들 사이에도 그러하다. 무명의 민주당 국회의원 한 명과 자한당 국회의원 한 명을 두고 소속 정당을 맞춰보라고 하면 대개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열 명을 비교하면 알 수 있다. 민주당 의원 10명과 자한당 의원 10명은 얼굴 생긴 것이 다르다. 눈빛이 다르다. 좋은 그림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한다. 그림 한 점을 봐서는 당연히 모른다. 열 점을 비교하면 포착되는 것이 있다. 주도권과 영향력이 보인다.


    권력이 있다. 에너지가 있고 기운이 있고 아우라가 있다. 그림을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장식품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오판한다. 수석을 해도 그렇다. 좋은 돌을 주워오라고 하면 초심자는 다들 모양이 괴상한 돌을 주워온다. 보나마나 쓰레기다. 괴상한 돌은 금방 싫증이 난다. 


    내 심리상태와 맞지 않아 거슬리는 것이다. 내가 우울할 때 그림이 헤벌쭉 웃고 있다면? 거슬리는 것이다. 좋은 돌은 옥처럼 단단하고 광택이 있어야 하며 검은색에 가까워야 한다. 비싼 차일수록 검은 색상이 많듯이 말이다. 모양이 괴상한 것은 플러스고 마이너스가 답이다.


    눈길을 끄는 요인의 플러스가 아니라 거슬리는 요인의 마이너스라야 정이 가는 법이다. 내가 슬플 때도 기쁠 때도 돌은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켜주었다는 데서 감동이 있다. 근본을 따져 물어야 한다. 도대체 왜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림을 오래도록 소장하려고 하는 것일까? 


    작가 개인의 솜씨자랑이 아니라 인류의 공동작업이다.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는 그림이 가치가 있다. 70억 인류가 함께 그려가는 인류전체의 그림에서 빠진 부분을 메워 인류팀을 완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인류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를 신경써야 한다. 그림에는 그림이 없다. 


    인류에 그림이 있다. 인류의 갈망을 드러내야 한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필요한 것을 탐색해야 한다. 관객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인류의 감성이라는 무딘 칼날을 갈아서 예리하게 연마하는 것이다. 


    관객에게 아부하는 것은 촌스러운 것이다. 오만함이 있어야 한다. 수요에 대해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어제 쓴 '고바우의 졸'을 떠올려도 좋다. 그의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네 컷 시사만화의 경지를 처음 열었다는 거다.


    다른 신문사들이 따라 하게 했다. 시사만화를 그리려면 어떤 캐릭터에 어떤 그림체여야 하는지 힌트를 줬다. 고바우의 특징은 감정의 부재다. 왜 주인공들은 감정이 없는 무표정이어야 하는가? 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섬찟한 무표정인가? 신윤복의 미인도 역시 감정이 없다. 


images.jpg


    김성환 화백의 고바우. 감정표현이 없다.


    반면 금태섭의 프로필 사진을 보라. 이거 완전 양아치가 아닌가? 왜 석굴암 본존불은 감정이 없을까? 왜 밀로의 비너스는 감정이 없을까? 왜 미인은 그대를 위해 웃지 않을까? 감정이 있다는 것은 사유화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론의 량에 해당하니 량은 침투한다고 했다.


    침투한 자는 붙잡힐 것이며 그러므로 주도권을 놓친다. 무표정한 것은 중립적인 것이며 어떤 선택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도권을 쥔다. 웃는 미인은 모두 커플이다. 솔로인 당신에게 해당사항이 없다. 



2380_28.jpg


화가 난 미인


93e83.jpg


그대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미인


miro-s0287-9.jpg


무표정한 미인


GetImage.jpg


무표정한 미남


gf.jpg


기생 오라비처럼 헤벌쭉 웃는 미남. 쳐죽일.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9.11 (03:16:50)

"인류의 갈망을 드러내야 한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필요한 것을 탐색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4565 통제가능성의 원리 1 김동렬 2019-09-12 2927
4564 외계인의 침략 1 김동렬 2019-09-12 2636
4563 양자역학의 해석 2 김동렬 2019-09-11 2970
4562 우주의 탄생과 죽음 1 김동렬 2019-09-10 2979
» 미인도의 가치 image 1 김동렬 2019-09-10 2787
4560 테트라포드 구조론 image 1 김동렬 2019-09-08 4406
4559 생명의 양자화 1 김동렬 2019-09-05 2957
4558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image 4 김동렬 2019-09-04 3264
4557 인생의 정답 1 김동렬 2019-09-03 3503
4556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1 김동렬 2019-09-03 3304
4555 인류는 은하계의 대표자다 1 김동렬 2019-09-02 2842
4554 지구는 운이 좋다 2 김동렬 2019-08-30 3568
4553 매끄러운 우주론 1 김동렬 2019-08-30 2709
4552 하나는 곧 전체다 1 김동렬 2019-08-29 2723
4551 한없이 무한에 가까운 존나게 1 김동렬 2019-08-28 3317
4550 수렴과 확산 4 김동렬 2019-08-27 2835
4549 속성이 아니라 관계다. 1 김동렬 2019-08-26 2513
4548 세상을 바꾸는 자 1 김동렬 2019-08-26 2885
4547 존재가 있다 1 김동렬 2019-08-25 3468
4546 태초에 사건이 있었다 4 김동렬 2019-08-24 2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