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19 vote 0 2019.08.26 (21:19:51)

      

    속성이 아니라 관계다


    속성이 아니라 관계다. 이는 구조론의 입장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속성으로 보는게 더 빠를 때가 많다. 속성은 좁은 내부를 보지만 관계는 넓은 외부를 보므로 일단 일이 많다. 더 넓은 면적을 스캔해야 한다. 예컨대 이런 거다. 지능지수가 높은 학생은 성적이 높고 지능지수가 낮은 학생은 성적이 낮다. 


    이는 속성의 차이다. 같은 지능을 가진 두 학생 중에서 한 사람은 성적이 높고 한 사람은 성적이 낮다. 이는 관계의 차이다. 과외교습을 받은 학생의 성적이 더 높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성적이 결정되었으므로 관계다. 그렇다면 때로는 속성에 의해 결정되고 때로는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 


    틀렸다. 구조론은 일원론이다. 언제나 관계가 결정한다. 지능지수를 결정하는 것은 대뇌와 소뇌의 관계다. 하나의 기준으로 일관되게 판단하려면 관계로 봐야 한다. 그러므로 속성에 따른 판단은 배척한다. 때로는 맞고 때로는 틀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때로는 귀납이 맞고 때로는 연역이 맞다? 


    틀렸다. 엄격한 과학의 영역에서는 연역만 채택해야 한다. 관계도 더 큰 단위로 보면 속성이므로 속성 하나로 용어를 통일해도 되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다가는 한 대 맞는 수가 있다. 내가 그렇게 규칙을 정한 것이다. 공리를 정하면 일단 따라와야 한다. 언어의 의미는 원래 고무줄이다. 


    언어의 의미를 억지로 확장해서 말을 끼워맞추면 피곤해진다. 속성은 구체적이고 관계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국어사전으로 보자. 속성은 사물의 특징이나 성질이다. 관계는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또는 그런 관련이다. 관계는 추상개념이므로 구조론과 맞다. 


    속성은 사물이라고 제한을 걸어놓았다. 국어사전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구조론은 둘 사이의 겹치는 부분만 논한다. 속성은 독점되고 관계는 공유된다. 그 점을 분별하기다. 필자가 용어를 정할 때는 때로 사전적 의미보다 넓히기도 하고 반대로 좁히기도 한다. 미터법이 옳으냐 파운드법이 옳으냐와 같다. 


    미터법은 일원론이다. 밀리나 센티는 미터에 연동된다. 파운드법은 다원론이다. 인치, 피트, 야드가 별도로 있다. 피트는 발이고 야드는 팔이다. 키가 182인 사람이 자기 신장을 기준으로 야드를 정해놔서 키가 작은 사람은 손해를 본다. 귀납과 연역을 함께 쓴다면 미터법과 파운드법을 함께 쓰는 격이다.


    의사소통의 혼선으로 잘 날아가던 우주선이 폭발하는 수가 있다.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미터법이다. 미터는 지구둘레가 기준이므로 통밥으로 때려도 대충 견적이 나와준다. 파운드법으로 가면 길이를 재는 다우, 인치, 피트, 야드, 체인, 퍼롱, 마일, 리그에 부피와 질량까지 스물한 가지 척도가 더 있다.


    때로는 귀납이 편하지만 연역으로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 또는 연역으로 뒤집어 다시 점검해야 한다. 때로는 속성의 판단이 편하지만 관계로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속성은 구조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주먹구구가 빠르지만 그것은 수학이 아니다. 한 줄에 꿰어 사건의 전모를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8.28 (04:02:37)

"하나의 기준으로 일관되게 판단하려면 관계로 봐야 한다. 그러므로 속성에 따른 판단은 배척한다."

http://gujoron.com/xe/1118028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801 구조론 동영상 1 김동렬 2010-03-22 196596
6800 LK99 과학 사기단 image 김동렬 2023-08-07 71138
6799 진보와 보수 2 김동렬 2013-07-18 58307
6798 진화에서 진보로 3 김동렬 2013-12-03 58217
6797 '돈오'와 구조론 image 2 김동렬 2013-01-17 56124
6796 소통의 이유 image 4 김동렬 2012-01-19 55493
6795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image 13 김동렬 2013-08-15 55066
6794 관계를 창의하라 image 1 김동렬 2012-10-29 48697
6793 답 - 이태리가구와 북유럽가구 image 8 김동렬 2013-01-04 45553
6792 독자 제위께 - 사람이 다르다. image 17 김동렬 2012-03-28 44732
6791 청포도가 길쭉한 이유 image 3 김동렬 2012-02-21 42163
6790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image 3 김동렬 2012-11-27 42087
6789 구조론교과서를 펴내며 image 3 김동렬 2017-01-08 41953
6788 아줌마패션의 문제 image 12 김동렬 2009-06-10 41747
6787 포지션의 겹침 image 김동렬 2011-07-08 41203
6786 정의와 평등 image 김동렬 2013-08-22 40875
6785 비대칭의 제어 김동렬 2013-07-17 38928
6784 구조론의 이해 image 6 김동렬 2012-05-03 38827
6783 비판적 긍정주의 image 6 김동렬 2013-05-16 37981
6782 세상은 철학과 비철학의 투쟁이다. 7 김동렬 2014-03-18 37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