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38 vote 0 2019.01.08 (16:49:31)

      
    초인과 이상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아니다. 악하다. 아니다.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이다. 선하다는 말은 악하다는 말과 같다. 길다는 말은 짧다는 말과 같고, 넓다는 말은 좁다는 말과 같다. 선은 인간의 사회성을 의미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므로 선하다. 악은 개인이 적응하고 있는 사회의 범위가 좁다는 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선은 절대적으로 성립하고, 사회화된 정도에 따라 혹은 사회에 적응된 정도에 따라 악은 상대적으로 성립한다. 인간 무리 전체는 절대적으로 선하지만 개인이 적응하지 못한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악하다. 인간이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가 상대적이다. 동물은 냄새를 공유하는 그룹을 사회로 친다. 자기 오줌냄새가 묻어 있으면 호랑이도 먹잇감을 공격하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가 가족과 부족을 넘어 국가와 인류 단위로 확대되고 있다. 더 높은 단위의 사회를 받아들인 즉 교육된 자는 선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악하다. 혹은 선천적으로 사회성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도 있다. 정신병자나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악이 될 수 있다. 정신병자가 병원을 탈출하거나 범죄자가 교도소를 탈출하거나 혹은 무면허인 자가 핸들을 쥐면 곧 악이 된다. 대개 능력이 없는 자가 집단의 리더가 되거나 혹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물리력과 경제력을 지니고 그것을 과시하면 본의 아니게 악을 저지르게 된다. 여기서 결론은 인간은 선하다 악하다고 좁게 단정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동물이라고 폭넓게 정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다. 큰 것을 작은 자루에 집어넣으려고 하니 헷갈리게 된다. 그런데 동사로 가면 범위가 작다. 기본적으로 세상을 동사로 바라보면 안 된다. 선악이 있는 것은 자로 재기 때문이다. 자를 버리면 선악도 없다. 대신 밸런스가 있다. 선이나 악을 따르지 말고 밸런스를 따라야 한다. 통제가능성을 따라야 한다. 흥부처럼 선해도 망하고 놀부처럼 악해도 망한다. 흥부가 나름 밤일을 꽤 한다지만 요즘이라면 곧바로 이혼을 당하고 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선한 사람이나 혹은 악한 사람이 아니라 균형잡힌 사람, 합리적인 사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경험치가 쌓인 베테랑이어야 한다. 선하거나 악하다면 아마추어다. 프로의 경지에 이르면 선악이 없다. 선악이 없으므로 진보 보수도 없고, 정의 불의도 없고, 옳고 그름도 없다. 그들은 평가되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화되어야 하고 환경에 적응되어야 하며 사회화된 정도, 적응된 정도에 따라 선악이 판별된다. 그러나 주최측은 평가되지 않는다. 신은 시험에 들지 않는다. 하인은 평가되지만 주인은 평가되지 않는다. 직원은 승진을 앞두고 평가되지만 CEO는 평가되지 않는다.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선택한다. 선택하는 자는 평가된다. 그러나 선택하게 하는 자는 평가되지 않는다. 진정한 자는 평가되지 않으며 선악이 없고 옳고 그름도 없으며 진보 보수도 없으며 그러므로 완전하다. 눈길을 처음 가는 자는 평가되지 않는다. 두 번째 가는 사람이 앞사람 발자국을 잘 밟고 갔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하든 악하든 실패다. 선이든 악이든, 진보든 보수든, 정의든 불의든, 옳든 그르든 좋지 않다. 추구해야 할 삶의 정수는 이상주의에 있다. 이상주의는 모든 것을 넘어서 있다. 이상주의는 서로 떨어져 있는 둘을 만나게 한다. 정상에 오른 자가 만날 수 있다. 무르익어야 피어나는 법이다. 선과 악은 무르익었는가 그러지 못한가를 판정하는 것이다. 정상에 이르지 못한 자를 두고 기슭에 머무르고 있는지 제법 언저리에 도달하고 있는지를 구분한다. 정상에 올랐다면 또 다른 정상을 연결한다. 만인이 큰길을 함께 가지만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처음 연결하는 사람은 하나다. 이상주의는 그 하나의 진정한 만남을 끌어내는 것이다. 만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할 때 그중의 한 사람이 서로 다른 둘을 연결한다. 그리고 에너지는 폭발한다. 그 한 명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자는 찾지 못할 것이며 그 만 사람을 품는 자가 마침내 해낼 것이다. 선악을 버리고 진보 보수를 버리고, 정의 불의를 버리고, 옳고 그름을 버리고 기슭을 벗어나 정상에 도달하여 또 다른 정상을 연결할 일이다. 이상주의는 그곳에 있다. 밸런스를 품고 균형감각을 품고 합리주의를 품고 통제가능성을 얻은 자가 둘을 연결하여 에너지를 소통시킨다. 이상을 품은 자는 정상에 이르러 초인이 되고 초인을 찾는 자는 기슭에 머무르며 노예가 된다. 초인超人은 초인招人이기도 하다. 초인은 한계를 넘고 장벽을 넘고 국경을 넘어 다른 세계로 그대를 초대한다. 모세가 그런 사람이다. 신세계에 먼저 도착하여 동료를 부르는 사람이다. 부름에 호응할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 만인은 한 명의 초인을 낳는 자궁을 이루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1.09 (04:05:51)

"초인은 한계를 넘고 장벽을 넘고 국경을 넘어 다른 세계로 그대를 초대한다." - http://gujoron.com/xe/1052085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745 구조론 동영상 1 김동렬 2010-03-22 196447
6744 LK99 과학 사기단 image 김동렬 2023-08-07 70978
6743 진보와 보수 2 김동렬 2013-07-18 58183
6742 진화에서 진보로 3 김동렬 2013-12-03 58074
6741 '돈오'와 구조론 image 2 김동렬 2013-01-17 55974
6740 소통의 이유 image 4 김동렬 2012-01-19 55384
6739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image 13 김동렬 2013-08-15 54923
6738 관계를 창의하라 image 1 김동렬 2012-10-29 48564
6737 답 - 이태리가구와 북유럽가구 image 8 김동렬 2013-01-04 45432
6736 독자 제위께 - 사람이 다르다. image 17 김동렬 2012-03-28 44583
6735 청포도가 길쭉한 이유 image 3 김동렬 2012-02-21 42029
6734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image 3 김동렬 2012-11-27 41956
6733 구조론교과서를 펴내며 image 3 김동렬 2017-01-08 41809
6732 아줌마패션의 문제 image 12 김동렬 2009-06-10 41588
6731 포지션의 겹침 image 김동렬 2011-07-08 41076
6730 정의와 평등 image 김동렬 2013-08-22 40778
6729 비대칭의 제어 김동렬 2013-07-17 38800
6728 구조론의 이해 image 6 김동렬 2012-05-03 38711
6727 비판적 긍정주의 image 6 김동렬 2013-05-16 37863
6726 세상은 철학과 비철학의 투쟁이다. 7 김동렬 2014-03-18 37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