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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31 vote 0 2021.04.09 (11:02:24)

  진보는 커피클럽이다


  유엔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G4는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이고 이들의 활발한 외교전에 맞서 상임이사국 진출을 저지하려는 나라들의 동맹이 커피클럽이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목적이 불분명해서 이름 붙이기가 곤란했다. 우리가 왜 이 자리에 모였지? 


  그러나 이심전심으로 다 알고 있다.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토론할 필요도 없다. '왜 모였는지 다들 아시죠?' 눈만 찡긋하면 된다. 이탈리아 대사가 이왕 모인 김에 커피나 한잔 때리자고 해서 이름이 커피클럽이다. 공식 명칭은 '합의를 위한 연합UfC'이다. 


    그런데 뭘 합의한다는 거지? 주어가 없잖아. 사실은 반대를 위한 반대다. 남의 뒷다리를 잡는 모임이라서 이름 붙이기가 곤란하다. 한국은 일본을 반대하고, 파키스탄은 인도를 반대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독일을 반대하고,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을 반대한다. 


    캐나다는 모든 나라를 반대한다. 터키는 무슬림 국가는 왜 상임이사국이 하나도 없냐며 화풀이로 일단 반대한다. 멕시코도 입장이 있다. 남미를 따로 빼면 브라질이 대빵지만 중남미를 하나로 묶으면 어떨까? 브라질 원탑은 곤란하고 멕시코 브라질 투탑이다.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불만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아무도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원래 의사결정은 마이너스로만 가능하다는 구조론의 첫째 법칙이다. 그렇다. 민주주의는 원래 서로 발목 잡는 균형 게임이다. 


    진보진영도 커피클럽과 같다. 다들 입장이 있다. 진보의 본질은 반대를 위한 동맹이다. 자체 동력이 없다는 말이다. 의사결정이 안 된다. 한국은 일본을 반대할 뿐 인도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신경쓰지 않는다. 파키스탄은 인도를 반대할 뿐 일본의 진출은 무방하다. 


    각개격파될 수 있다. 진보는 노동자와 농민과 지식인과 청년과 여성과 호남과 시민단체가 모인 커피클럽이다. 이들의 목적은 다르다. 20대가 먼저 제 몫 찾기 나섰다. 페미도 내 몫이 먼저다를 외치고 있다. 왕은 하나고, 귀족은 여럿이고, 부르주아는 숫자가 많다. 


    농민은 더욱 숫자가 많다. 귀족은 왕을 견제하고 부르주아는 귀족을 견제한다. 부르주아가 왕과 손잡고 귀족을 치는게 프랑스의 절대왕권 시대다. 알고 보니 왕과 귀족과 한패였더라. 이번에는 왕을 죽인다. 농민도 처음에는 부르주아와 손잡고 귀족을 견제한다. 


    알고 보니 부르주아가 다 해먹으려는 것이었다. 농민은 대거 왕당파에 들어갔다. 자기 머리꼭지 위에 감투가 늘어나면 피곤하다. 커피클럽은 상전의 숫자가 늘어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집트가 아프리카를 대표해서 들어가겠다면 아프리카 국가는 찬성할까? 


    천만에. 맹렬히 반대한다. 동료를 상전으로 모실 수는 없다. 터키는 무슬림을 대표해서 상임이사국에 들어가고 싶지만 차마 그 말을 못 꺼낸다. 사우디와 이란이 반대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동쪽에서 갑자기 침략해온 투르크 건달놈들이 언제부터 무슬림이야? 


    농민은 농민의 대표자가 될 수 없고 노동자는 노동자의 대표가 될 수 없다. 이준석, 손수조를 청년 대표로 뽑아주면 청년들이 반대한다. 청년이 장년 섬기기도 힘든데 청년까지 섬겨야 되나? 일본이 아시아의 대표로 상임이사국 들어간다고? 절대로 반대한다. 


    동료가 내 머리꼭지 위로 올라가는 꼴은 못 본다. 국이와 시민이는 옛날부터 친구였는데 중권이가 자기 머리꼭지 위에서 놀도록 놔두지 않는다. 왜? 심술 때문이다. 인간의 본능이다. 커피클럽은 반대를 위해 반대할 뿐 찬성을 위해 찬성할 수 없는게 딜레마다. 


    춘추시대부터 합종책이 연횡책에 깨졌다. 네거티브만 할 수 있고 포지티브는 못한다. 도편추방만 할 수 있고 도편영입은 무리다. 유엔은 반대만 할 수 있는 조직이다. 구조론이 원래 그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자유? 평등? 박애? 인권? 이런건 포지티브 가치다. 


    천만에. 민주주의 원리는 첫째도 반대, 둘째도 반대. 셋째도 반대다. 그래서 우리가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뭘 몰라서 국힘당 찍는게 아니고 원래 반대만 할 수 있는데 야당인 국힘당 반대보다 여당인 민주당 반대가 더 먹히는 반대라서 반대하는 것이다. 


    법칙이 있다. 1. 발목을 잡을 수 있으면 잡는다. 2. 반대하는 나라가 있는 나라들끼리 서로 품앗이한다. 3. 자기가 하고 싶으면 남을 끌어내린다. 노무현도 나를 대통령 시켜달라고 말은 못하고 배신 9단인 이인제는 절대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돌려서 말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바보들이 민주당을 반대하지만 본질은 커피클럽이다. 원래 이런 것은 합의가 안 된다. 그래서 지구상에 여전히 허다한 독재국가들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태국도 미얀마도 러시아도 독재국가로 살살 넘어간다. 자민당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찬성하기는 어렵고 반대하기는 쉽기 때문에 반대한다. 분열은 정상이고 통합은 특별하다. 인류가 조금이라도 통합된 이유는 생산력의 증대 때문이다. 가만 놔두면 분열한다. 독재자에게 각개격파 된다. 인간은 언제나 본래의 바보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정의당은 태생적으로 남 잘되는 꼴을 못 본다. 반대할 수 있으면 일단 반대한다. 논리? 필요없다. 이유? 없다. 그냥 그렇게 한다. 할 수 있는게 반대니까 반대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할 뿐 최선의 선택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정이 어떻고 내로남불이 어떻고 말들 하지만 죄다 개소리다. 확실한 것은 악재가 연거푸 터졌다는 것, 코로나19 때문에 화가 나 있다는 것, 부동산이 갑자기 올랐다는 것뿐이다. 부동산은 저금리로 오를만해서 오르는 것이다. 누가 집권했어도 욕을 먹는다.


    문제는 민주당이 수요억제로 부동산 잡는다고 큰소리쳤다는 것이다. 그건 확실히 오판이다. 그린벨트 풀고, 재건축 풀고, 대출 옥죄고 별짓 다해야 부동산이 잡힌다. 그것도 조금. 코로나19가 없으면 몰라도. 그렇게 부동산을 잡으면 국민은 좋아할까? 천만에.


    그 과정에 피해자가 나온다. 선량한 무주택자가 유탄 맞는다. 젊은이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고 싶다. 비트코인 하고 싶다. 40대 지들은 집 사놓고 내가 집을 사려고 하니 투기꾼으로 몰아가네. 이렇게 된다. 어차피 누군가는 얻어맞게 되어 있는 시한폭탄이다. 


    수요억제만 하면 집값이 잡힌다고 뻥친 좌파들이 잘못했다. 무조건 반대만 하는 정의당과 시민단체 눈치보느라 집을 못 지은 것이 사실이다. 국힘당이 집값을 잡는다고 해도 그 과정에 많은 투기꾼은 이득을 본다. 불로소득을 올린다. 20대는 역시 화가 난다.


    혁명적 개혁을 하면 표가 올까? 천만에. 동서고금의 역사를 봐도 개혁하고 자빠진 정권이 매우 많다. 개혁의 성과는 나중에 평가된다. 그래서 세상은 51 대 49다. 절대개혁, 절대혁명, 절대선은 없다. 세상에는 균형자가 있어서 잘해도 성과를 원래로 되돌린다. 


    어차피 욕을 먹는다. 외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진보는 커피클럽을 벗어나야 한다. 한반도 안에는 답이 없다. 생산력 증대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반도체가 잘 되고, 자동차가 살아나고, 중국시장을 잡아먹고, 지방을 발전시켜 젊은이의 고통을 조금 완화할 뿐이다. 


    이것만 하면 된다니깐 하는 자들이 개새끼다. 커피클럽 회원국은 다들 그런다. 일본이 문제라니깐. 독일은 안된다니깐. 인도가 나쁘다니깐. 브라질은 깝치지 말라니깐. 유엔은 생산력이 없기 때문에 닫힌계 안에서 네거티브만 가능하다. 노무현주의가 포지티브다.


    밖에서 금덩어리를 가져오는 것은 노무현주의뿐이다. 진보팔이 하지만 다들 누군가의 발목을 잡기 위해서 커피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보수가 먹는 생산력 가치를 진보가 뺏어오지 않으면 답이 없다. 민주당이 국힘당보다 생산력을 더 잘 핸들링하므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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