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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04 vote 0 2021.03.22 (11:44:04)

      

    유럽의 실패 한국의 성공


    유럽의 코로나 통제실패는 EU의 통합에 따라 다른 나라 눈치를 보며 경직된 자세를 고수하는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기레기는 진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EU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은? EU를 떠난 영국이라고 뭔가를 보여준 것은 아니다. 관료주의 탓인건 일단 맞다.


    뭐든 잘못된 것은 공무원 탓하고 국회의원 탓하면 된다. 그러나 진지하지 않다. 남 탓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서세동점의 시대가 다하고 동세서점의 시대가 열리려는 가운데 문명차원의 고찰이 필요하다. 답은 언제라도 의사결정구조의 차이에 있다.


    아시아와 서구는 의사결정구조가 다르다. 장단점이 있다. 18세기 청나라의 전성시대는 말을 잘 듣는 아시아의 관료제가 강점을 보였고 산업화 시대는 경쟁을 잘하는 서구가 강점을 보였다. 이번엔 아시아가 강점을 보이고 있다. 남의 장점을 배우는 자가 이긴다.


    서구는 볼테르의 계몽사상으로 아시아의 관료제도를 배웠다. 왕이 면접을 봐서 발탁하는 봉건방식으로 가면 아첨꾼만 모인다. 궁궐에는 광대, 어용시인, 궁중악사, 궁중화가, 난쟁이 같은 이상한 사람이 실권을 쥐고 있었다. 춘추시대는 중국도 사정이 비슷했다.


    관포지교의 관중과 포숙 덕에 성공한 제환공이 말년에 역아, 수초, 개방과 같은 이상한 사람을 주변에 두다 몰락한 것과 같다. 역아는 요리사고 수초는 게이다. 요리사나 스스로 거세한 미소년이 실권을 쥐는 것이 서구가 중세의 암흑기를 벗어나지 못한 원인이다.


    러시아의 괴승 라스푸틴이 대표적이다. 관료제도가 없으면 이상한 뜨내기 식객들이 모여들어 궁중음모를 꾸민다. 윤석열이 점쟁이에 휘둘리고 있는 사실만 봐도 대략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계명구도의 맹상군과 같다. 도둑이나 동물 울음소리 내는 자가 충신이다.


    봉건시대의 한계다. 관료제도가 없어서 망하나 관료제도 때문에 망하나 망하는건 매한가지다. 본질은 의사결정구조다. 서구가 멸망하는 이유는 타자성의 문화가 극대화된 때문이다. 민주제도는 사회를 만인대 만인의 투쟁으로 보는 홉즈의 성악설에 기반을 둔다.


    세상을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로 간주한다. 적절히 주체성의 문화로 갈아타지 않으면 유럽은 멸망을 피할 수 없다. 반대로 동양은 타자성의 부재 때문에 망한다. 성선설의 낭만주의적인 태도 역시 안이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문명중독의 착시현상이다.


    성선설은 배우는 학생에게 적용되는 것이고 성악설은 사회에서의 경쟁에 적용된다. 기업을 하든 정치를 하든 눈에 보이는 자는 모두 적으로 간주해야 한다. 일본 전국시대라면 부인은 당연히 적국 간첩이다. 거짓 정보를 흘려 이중간첩으로 역이용하는게 재미다.


    만인은 내게 적인가, 친구인가? 방향성의 문제다. 여기서 인생의 큰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세상을 적으로 보면 고립되어 죽고 세상을 친구로 보면 사기당해 죽는다. 정답은 일단 적으로 간주하고 조금씩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주체성
    - 타인을 가족으로 간주한다. 이웃을 신뢰한다.
    - 내가 계획을 세우고 내가 사건을 주도한다. 잘못되면 내가 책임진다.


    타자성
    - 타인은 모두 적이다. 이웃을 불신한다.
    - 자극하여 상대의 반응을 떠본다. 남의 계획을 뒷다리 잡는다. 잘못되면 남 탓한다.


    인생은 타자성 속에서 주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타자성은 남의 영토이고 주체성은 나의 영토다. 태어났을 때 세상은 모두 남의 땅이다. 내게는 요람이라는 반 평이 주어진다. 친구를 사귀고 동료를 얻어서 내 영역을 늘려간다. 도원결의하는 의로 가능하다.


    의리를 모르면 인생이라는 게임에 참여할 준비가 안 된 것이다. 타인은 일단 적이지만 설득하여 내 편을 만들어야 하므로 교육이 있고 의리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서구는 불신에 기초한 민주주의로 흥했고 아시아는 신뢰에 기초한 전제정치로 망했다.


    사실은 지정학적 구조 차이다. 중국처럼 가운데가 뻥 뚫려 있으면 의사결정이 힘들다. 너무 빠르게 양의 피드백이 일어나 금방 성장하고 금방 몰락한다. 순식간에 인구가 늘어난다. 인구가 늘고 있는 동안에는 모두가 만족하므로 브레이크가 없다. 폭주하게 된다.


    잘 되고 있는데 누가 멈춰 세우겠는가? 땅값이 오르면 모두가 만족한다. 은행도 좋고, 투기꾼도 좋고, 집주인도 좋고, 다 좋다. 거품경제를 멈춰 세울 주체가 없다. 한두 명이 브레이크를 걸려고 하지만 이미 다들 눈이 뒤집혀져 있다. 눈에 핏발이 서 있다. 돈을 봤거든.


    거품경제 일본의 몰락이유다. 15억 중국인들은 중국이 잘못된걸 알지만 이미 탄력을 받아버렸기 때문에 여기서 브레이크를 걸면 기차가 전복된다고 여긴다. 그런데 이 짓을 중국은 3천 년 동안 반복해 왔다. 치세의 인구폭발과 난세의 대멸망을 반복해온 것이다. 


    대박과 폭망의 무한반복이다. 조절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타자성과 주체성의 균형이 문명의 조절장치가 된다. 경쟁과 협력의 균형이다. 협력만 하면 몰려서 죽고 경쟁만 하면 흩어져 죽는다. 소년은 협력해야 살고, 청년은 경쟁해야 살고, 노년은 협력해야 산다. 


    계속 불신만 하는 집단은 불신하면서 신뢰를 만들어가는 집단을 이길 수 없다. 서구문화와 동양문화에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서구문화와 동양문화의 장점을 합친 집단이 최종적으로 승리하게 된다. 동양은 서양의 장점을 배우지만 서양은 동양을 배우지도 않는다. 


    왜 서양은 동양을 배우지 않는가? 앞에서 말했듯이 이미 탄력을 받아버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뭐? 시진핑의 독재를 배우라고? 김정은에게 배우라고? 이러면서 뻗댄다. 일본이 거품경제가 꺼지고 30년 지났지만 아직 반성이 없다.


    청나라도 망조가 들었지만 백 년 동안 서양을 지켜보기만 했다. 일본은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 막부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들고 일어났을 뿐 막부는 팔짱 끼고 관망했다. 서구도 망조가 들고 이후 백 년은 변하지 않는다. 방향성의 힘이다. 한번 정하면 못 바꾼다.


    기관차는 원래 핸들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화주의 오만 때문에 더 이상 배우지 않는다. 서구의 기술만 빼먹자는게 동도서기 중체서용이다. 일본은 열도에 고립되어 나타나는 갈라파고스 현상 때문에 서구를 조금 배우다가 더 이상 배우지 않아서 멸망이다. 


    전성기였던 1980년대 이래 서구로부터 배울게 없어졌다. 일본이 최고다. 좋은건 일본 안에 다 있다. 문제는 그게 맞다는 것이다. 치명적이다. 좋으면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는 바닥이 좁아서 운명적으로 서구와 상호작용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신세다.


    한국은 아무리 잘해도 뭔가 부족하므로 타인의 장점을 학습하는 개방적인 태도로 갈 수밖에 없다. 배우고 적응하는 자가 이긴다. 한국은 무역국가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이다. 불신자는 지고 맹신자도 진다. 불신 속에 믿음을 건설하는 자가 마지막에 이긴다. 


    막연히 믿는건 믿는게 아니라 포기한 것이다. 의사결정을 목사에게 위임하고 상사에게 떠넘기고 복잡한 관료제 시스템에 떠넘기고 안철수처럼 아무것도 결정하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는다. 인생에는 방향이 있다. 방향을 고정시키면 지고 바꿔주면 이긴다. 


    공격만 하면 지고 수비만 해도 진다. 경쟁만 하자는 보수도 지고 협력만 하자는 진보도 진다. 흩어져도 지고 뭉쳐도 진다. 상황에 맞게 고도의 전략적 대응을 하는 자가 이긴다. 뭉치기와 흩어지기를 자유자재로 하는 자가 이긴다. 먼저 흩어져야 제때 뭉칠 수 있다.


    흩어진 자는 뭉칠 수 있으나 뭉친 자는 흩어질 수 없다는게 딜레마다. 왜? 집단은 원래 방향전환이 안 되기 때문이다. 승용차는 뭉치고 흩어지는데 기차는 뭉쳐서 흩어지지 못한다. 보수는 단결을 주장하며 뭉쳐 있다가 흩어지지 못한다. 진보는 늘 분열되어 있다.


    진보는 흩어져 있다가 순식간에 모여서 역전시킨다. 정치가 언제나 왼쪽 깜빡이 넣고 정의당에 흩어져 있다가 오른쪽 깜빡이 넣고 민주당에 모이는 이유다. 몽골군처럼 흩어져 있다가 지휘관이 신호탄을 쏘면 일제히 모여드는 군대로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레벨:4]고향은

2021.03.25 (19:10:26)

우리는 모여서 sns로 소통하고 세계의 시스템을
창조하고 구축한다
세계의 시민으로서, 잘못된 것은 모여서 공격하여
변화시킨다
우리는 흩어져서 자신의 영역을 분명히 하고,
자존감을 가지고 자신을 대접하며 실력을 쌓고
방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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