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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51 vote 0 2021.03.01 (11:18:06)


    먼저 말 걸면 지는 거다. 


    상대가 먼저 내게 다가와서 질문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이기면 상대가 질문한다. 어떻게 이겼지? 내가 성공하면 상대가 질문한다. 어떻게 성공했지? 꼭대기에 있으면 쳐다본다. 거기에 어떻게 올라갔지? 출발점에 서 있으면 질문한다. 여기가 터미널인가요? 


    내가 핸들을 쥐고 있으면 물어온다. 이 버스 노량진 가나요? 그럴 때 내가 주도권을 쥔다. 비로소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보석jewelry의 어원은 작다는 뜻이다. 하찮은 것이라는 뜻도 된다. 하여간 별거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별거다. 역설적 표현이다. 


    보석을 갖고 있으면 질문한다. 그거 뭐야? 그거 어디서 났어? 이때 적절히 뜸을 들이는게 기술이다. 뭐? 이거? 별거 아냐. jewelry야. 쪼매한 거라고. 내겐 하찮은 거지. 말을 돌리며 애간장 태우는 거다. 이게 기술이다. 주도권 쥐고 나의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보석은 상대방이 먼저 내게 말을 걸게 하는 수단이다. 명품을 걸치고 있으면 질문한다. 그 옷 어디서 파냐? 그 신발 구경시켜 주라. 내가 주최측이 된다. 남의 게임에 선수로 뛰며 인정받으려 들지 말고 내 주최측이 되고 내가 주도권을 쥐는 내 게임을 일으키자.


    노예는 주인의 인정을 받으려고 한다. 칭찬을 받아봤자 노예다. 칭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원자론의 원자는 작은 것이다. 일은 작은 데서 시작하여 점점 커진다. 유교의 사단칠정이든 불교의 고집멸도든 도교의 음양오행이든 플라톤의 이데아든 매우 작다. 


    극단의 것이고 꼭대기의 것이며 완전성의 것이다. 거기가 터미널이고 출발점이고 운전석이다. 극단의 첨단에서 단서를 얻으면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별들의 운행은 북극성이 단서고, 기차는 기관차가 단서고, 자동차는 운전석이 단서다. 거기서 시작된다. 


    거북이는 평생 등껍질을 벗을 수 없고, 물고기는 평생 물을 떠날 수 없고, 인간은 주어진 팔자대로 살아야 한다. 만약 생존이 인생의 목적이 된다면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왜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그것은 게임에 뛰어든 선수에게 주어진 핸디캡이다.


    검투사가 갑옷을 입는 것은 갑옷에 의지하여 살아남으라는 뜻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시간을 끌며 관중에게 눈요기를 시켜달라는 거다. 검투사는 내가 살기 위해 싸우는게 아니라 관중의 눈요기를 위해 싸운다. 너무 빨리 끝나면 싱거우니 죽음의 공포가 있다.

    

     인류가 벗어던질 수 없는 거북이 등껍질은 진보다. 인간을 피곤하게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는 것은 계절의 변화이고 환경의 변화다. 계절이 없는 곳으로 갈 수도 없고 변화가 없는 곳으로 갈 수도 없다. 내가 가만있어도 계속 게임을 걸어오는 데는 당해낼 장사가 없다. 


    게임을 이기거나 게임에 지고 투덜대거나뿐이다. 게임에 이기는 방법은 파도가 오는 것을 예측하고 파도를 타고 넘는 것이다. 그게 진보다. 입시든 취업이든 결혼이든 사업이든 게임이다. 내가 게임을 걸지 않아도 상대가 지분대며 다가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내가 게임을 설계하는 것이다. 내가 게임의 주최측이 되어 나만 아는 워터 해저드와 벙커를 곳곳에 배치해 놓는 것이다. 세상이 변화라면 내가 변화를 설계하고, 세상이 게임이라면 내가 게임을 설계하고, 세상이 운명이라면 내가 운명을 설계한다.


    그것만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나머지는 죄다 허당이다. 내가 성공했네, 출세했네, 마누라가 예쁘네, 자식이 서울대 붙었네 해봤자 누가 물어봤냐고? 인생은 죽거나 아니면 이기거나. 죽거나 아니면 게임을 갈아타거나. 죽거나 아니면 게임을 설계하거나. 


    생존이 기준이 된다면 이미 남의 게임에 선수로 뛰는 것이다. 어차피 그건 내 게임이 아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호르몬은 유전자가 준 것이지 내가 발명한게 아니다. 신이 나를 경기장에 몰아넣으면서 씌워준 굴레이자 핸디캡이다. 자유를 얻은 검투사들이 맨 먼저 했던 짓은 로마인을 잡아다가 검투경기를 시킨 것이다. 이 게임을 탈출하는 방법은 다른 게임을 만들어 사람들을 경기장에 가두고 튀는 것뿐이다.


     내가 보석을 쥐고 있으면 누가 말을 걸어온다. 게임은 시작된다. 내 페이스대로 끌고 갈 수 있다. 내가 단서를 쥐고 있으면 누가 말을 걸어온다. 게임이 시작된다. 내가 주도권을 쥔다. 내 게임에 내가 벙커와 지뢰와 워터해저드를 곳곳에 설치해놓고 행인을 낚는다.


    예수처럼 뻘쭘하게 혹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실 생각은 없나요? 하고 먼저 말을 걸어가면 베드로가 매몰차게 받아친다. 조까! 꺼져! 비켜! 에베레스트 꼭대기에 선 사람은 그런 공격을 받지 않는다. 버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그런 조롱을 당하지 않는다.


    단서가 돼라. 첨단에 서라. 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의예지 사단을 생각해본 것이다. 연역적 사유의 출발점이 되는 근본모형이 필요하다. 작은 보석 하나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상대가 먼저 말을 걸어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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