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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48 vote 0 2019.11.14 (13:49:02)

    
    생각의 역사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한 다리 건너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인간은 뇌 자원의 80퍼센트를 자기 몸 상태를 체크하는 데 쓴다고 한다. ‘박자세’를 이끌고 있는 뇌과학의 권위자 박문호 교수의 견해다. 뇌는 손이 어디에 있고 발이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다고.


    나머지 15퍼센트는 눈으로 들어온 이미지를 처리하는 데 쓰고,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데는 고작 5퍼센트만 쓴다고 한다. 그런데 지구에 생각이라는 것이 등장한 역사는 불과 10만 년 안팎이라고. 인류가 아프리카를 탈출하는 시점에 생각이란 것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박문호 교수가 말하는 생각은 의식적인 생각일 것이다.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궁금증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가는 생각 말이다. 박문호 교수가 폭탄을 던졌다. 인간 중에도 1퍼센트 정도만 의식적인 생각을 한다고. 대부분은 생각을 못 한다고.


    저절로 나는 생각은 꿈과 메커니즘이 같으며 질문을 던져서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인류 중에 1퍼센트가 안 된다고. 이건 확실히 오버다 싶은데 상당 부분 구조론과 맥락이 같다. 대부분의 생각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필자의 견해다.


    생각은 도구가 필요하다. 언어와 관점이 생각의 도구가 된다. 일정한 연역적 공식에 대입해야 생각을 진행할 수 있다. 관점을 파악하고 그 관점을 비틀어야 생각이 진행되는 것이다. 예컨대 상대가 A를 주장하면 나는 B로 받아쳐야지 하고 마음을 먹는 것이 곧 관점이다.


    저절로 나는 생각은 호르몬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관점을 모르면 무의식적으로 자기소개를 하게 된다. 도구가 있어야 생각을 하는데 그 도구를 상대방에게서 조달한다. 관측대상을 도구로 삼으면 자연히 자기소개가 된다. 칼로 깍두기를 썰어야 한다. 그것이 생각이다. 


    자기소개는 거꾸로 관측대상이 자신을 썰어버린다. 나는 햄버거가 좋더라고 말하면 내가 햄버거를 처리한 것이 아니라 햄버거가 나를 처리한 것이다. 햄버거에는 콜라가 어울린다고 말해야 생각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사람 사이에도 같은 방법이 적용된다. 그것이 대화다.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히 생각하게 된다. 대화의 주도권이 도구가 된다. 관점을 비틀어야 말빨을 세울 수 있다. 상대방이 '나는 손흥민이 좋더라!'고 하면 '뭐야? 류현진의 인성과 매너가 낫지! 팬서비스도 잘하고.' 하고 받아치는 식이다. 상대는 손흥민의 실력을 말한 거다.


    나는 류현진의 매너와 인성으로 범위를 확장시켰다. 이것이 관점 비틀기 기술이다. 보통은 이렇게 생각을 한다. 그런데 대화하지 않고 혼자 생각을 하려면? 구조론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생각은 논리의 공식에 맞춰 풀어내는 것이다. 사건의 기승전결에 맞춰 풀어낸다.


    6하원칙에 맞추어 조리있게 풀어내는 것이다. 제대로 생각하는 인간은 전체의 1퍼센트라는 말은 박문호 교수의 오버가 되겠고 인간은 대화하면서 자연히 생각을 하게 된다. 자문자답할 수도 있다. 나 자신과의 대화다. 시험문제를 풀어야 한다면 당연히 생각을 하게 된다.


    시험문제가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필자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 계기는 형에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면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나도 이야기를 지어내서 동생에게 해줘야 했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거짓말을 해도 6하원칙에 맞추어 그럴듯하게 꾸며대야 한다. 조리가 있어야 상대가 속는다. 그것이 생각이다. 사실이지 그런 점에서 생각은 누구나 잘한다.

 

    거짓말은 누구나 하니까. 단 제대로 된 도구가 있어야 한다. 생각은 관점이라는 칼을 가지고 사건이라는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을 치는 것이다. 첫째, 사건을 알아야 하고, 둘째, 관점을 알아야 한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간다. 6하원칙에 맞추어 원인에서 결과까지 진행한다.


    이야기의 소재를 사건의 기승전결이라는 도마에 올려놓고 칼로 토막내어 연결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 자신이 관점이라는 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풍성해지려면 그 관점을 비틀어야 한다. 동일한 대상을 다른 각도에서 본다.


    보통은 상대방의 말을 받아치는데 급급하다. 황교안이나 나경원이 하루종일 떠들어도 독창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그것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생각나는 것이다. 안철수라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기계적인 조건반사다. 도마도 없고 칼도 없고 생선도 없다.


    호르몬의 작용이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면 무조건 반대로 해석한다. 박문호 교수가 인간 중에 1퍼센트만 생각을 한다고 말한 것은 황교안, 나경원, 안철수들의 조건반사적인 무뇌행각은 제대로 된 생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주도권 때문이다.


    창의에는 저작권이 있다. 내가 오른쪽으로 가는데 상대가 반사적으로 왼쪽으로 갔다면 권리는 내게 있다. 나의 행동에 놀아난 것이기 때문이다. 낚시꾼이 미끼를 던졌는데 생선이 그 미끼를 물었다면 권리는 낚시꾼에게 있다. 낚시에 걸린 붕어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생각은 일정한 공식에 맞춰내는 것이며 그 공식이 있어야 하고 도구가 있어야 하고 관점을 비틀어 변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은 자유주의 사상에 빠져 막연히 풀어놓고 자유롭게 생각하라고 닦달하지만 아프리카의 부족민이 10만 년간 실패한 방법이다.


    노자의 방법은 가짜다. 그렇다고 너무 정답에 맞춰내려고 해도 안 된다. 일단 정답을 확보하고 다시 그것을 비틀어야 한다. 원형을 얻어낸 다음 변형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려면 그냥 자유롭게 그리지 말고 소실점에 맞추어 그려야 한다. 다음 그것을 비틀어 보이기다.


    다른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종이는 평면이므로 무의식적으로 그리면 평면적인 그림이 된다. 의식적으로 입체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입체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고 둘 이상을 배치해야 한다. 핵심된 소재와 배경화면을 적절히 배치해야 입체감이 살아나 준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열심히 그려도 평면적이다. 배경을 안 그려서 그렇다. 원경과 근경을 충돌시켜야 입체감이 도드라진다. 이건 밑줄 그어가며 배워야 한다. 정답을 외어야 한다. 거기에다 동적인 흐름을 가미해야 한다. 바람이 분다거나 안개가 끼거나 물이 흐르거나다.


    조선시대 산수화에 물을 그리는 이유는 그래야 시간의 진행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수화는 평면적인 그림이다. 생각을 안 하고 그렸다. 산수화를 그리는데 점점 지도로 변한다. 의식적으로 탈출해야 한다. 인간의 99퍼센트는 생각을 못하므로 자연히 망하게 된다.


    조선시대 화가 백 명이 그리면 백 명 다 망한다. 질서를 찾고 다음 그 질서를 재편하려는 야망을 가져야 한다. 대칭과 호응을 찾아야 한다. 칼라를 발견하면 초급반에 들고 형태를 발견하면 중급반에 들고 에너지를 발견해야 고급반에 든다. 칼라는 색을 충돌시키는 것이다.


    그냥 색을 칠하면 곤란하고 예리하게 충돌시켜 화음을 끌어내야 한다. 형태는 역시 원경과 근경, 주경과 배경을 충돌시키는 것이다. 이미지의 충돌을 성공시켜야 한다. 에너지는 시간적인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가속도를 그려야 한다. 빠름과 느림이 공존해야 한다.  


    생각은 테니스와 비슷하다. 대부분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기 급급하다. 의도적으로 판을 설계해서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공을 보내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호르몬의 작용이나 상대의 공격이다. 그런 것이 없어도 생각하려면 도구가 있어야 한다.


    에너지가 있어야 하고 사건이 있어야 하고 관점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할 줄 아는 것이 깨달음이다. 그렇게 본다면 박문호 교수가 깨달음 근처에 가 본, 혹은 살짝이라도 깨달음의 맛을 본 사람은 백에 하나라고 하는 말이 이해된다. 마음껏 연주하는 사람이 몇이겠는가?


    활을 쏘려면 활과 화살과 과녁이 필요하다. 생각을 해도 그렇다. 관점이 활이고 사건의 기승전결이 과녁이고 그 관점을 비틀어 보이는 것이 화살이다. 칼과 생선과 도마가 있어야 요리할 수 있다. 대부분 그것을 다른 사람의 질문이나 대화에 맡기므로 생각을 하지 못한다. 


    구조의 발전은 밖에서 일어나는 것을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나와 환경, 나와 상대방, 나와 관측대상 사이에서 벌어지는 핑퐁게임을 뇌 안에 집어넣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쪽에서 보수를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둘을 통일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 선과 악, 나와 타자, 원인과 결과의 대칭이 공유하는 토대를 발견하고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대개 에너지의 공급원이다. 선과 악이 있기 전에 집단이 있다. 집단이 공유하는 가치가 없는 동물에게는 선악이 없다. 개인이 집단과 보조를 맞추면 선이다.


    진보와 보수가 공유하는 토대를 발견하기 전에는 진보를 논할 자격이 없다. 진보가 전략이면 보수는 전술이다. 둘은 함께 가는 것이다. 단 진보가 먼저다. 원인측을 통제하면 진보이고 결과측을 통제하면 보수다. 통제가능성을 높이는게 진보, 실제 통제하는 것은 보수다.


    대립된 둘을 동시에 통제하는 토대의 공유와 그 범위를 정하는 닫힌계와 이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향성 개념을 얻어야 생각을 술술 풀어낼 수 있다. 그것을 얻었을 때 작가는 글을 쓰고 시인은 노래하고 화가는 그린다. 대상을 도마에 올리고 칼질하여 대량생산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르네

2019.11.14 (16:05:09)

https://youtu.be/bfCwSX4T-pM  언어와 생각의 관계성


https://youtu.be/Qqa0FXmnSrQ  언어의 출현 생각의 출현



뇌상태 

① 몸상태 모니터링 80%

② 이미지 15%

③ 생각 5%


생각의 출현은 10만년 밖에 안되었다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생각은 언어다

생각은 내가 말하고 내가 듣는 것이다 쌍이다

생각은 오래 기억 남는다 언어이기 때문이다

상상, 공상, 꿈은 오래 기억남지 않는다 언어가 아니다

생각은 생각이 불러온다

생각에는 두가지 ① 생각나기 ② 생각하기가 있다

생각나기는 상상, 공상 따위다 별도움 안된다

생각하기는 질문이다 질문은 자기에게 묻기다

남에게 질문하지 말고 자기한테 물어라

문자언어생활을 하는 사람은 전인류의 1%도 안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11.14 (17:43:41)

남에게 질문하지 말고 자기한테 물어라는 말은

제가 왕년에 여러 번 했던 말이지만 제가 너무 오버했나 싶어서


요즘은 자중하려고 하는 중에 나와 비슷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니 반갑네요.

그러나 툴이 없는 상태에서 그래봤자 의미있는 성과가 나올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스님들이 하안거니 동안거니 하며 난방도 안 되는 토굴에서

하루종일 용맹정진 생각만 하고 앉아있다지만 그래봤자 거의 백퍼센트 맹탕입니다.


그러나 이미 촉이 왔다면 내가 알아챈 그것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여 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씨앗이 있어야 그 싹을 키울 수 있는 것이며 맹탕은 백날 해봤자 맹탕입니다.

그 씨앗은 언어감각에서 오는 것이므로 간화선이 의미가 있지만


자연의 패턴을 관찰하는 능력이 없으면 역시 맹탕입니다.

살이 붙지 않고 뼈가 굳지 않아 그냥 주저앉게 됩니다.


뛰어난 화가는 그리기 전에 뭔가 본 것이 있고

뛰어난 음악가는 노래하기 전에 무언가 들은 것이 있습니다. 


세상을 어떤 둘의 충돌과 그에 따른 질서로 바라보는 시선만 얻어도

대상을 디자인하여 굉장한 진보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 것 없이 어떤 단어 도니, 공이니, 무니, 허니, 진여니 하는 

단어놀음에 빠진 자는 백퍼센트 허당으로 보면 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1.15 (03:48:52)

"진보와 보수, 선과 악, 나와 타자, 원인과 결과의 대칭이 공유하는 토대를 발견하고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대개 에너지의 공급원이다. 선과 악이 있기 전에 집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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