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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51 vote 0 2019.07.12 (11:36:51)

    역사의 중대한 분기점에서는 언제나 한 명의 뛰어난 영웅에 의해 큰 방향이 결정되는 법이다. 영웅의 등장은 필연이다. 현명한 엘리트는 영웅을 키우고 어리석은 엘리트는 영웅을 죽인다. 영웅을 통제할 수 없음으로 죽이는 것이다. 통제하지 못한다고 좌절하는 순간 끝난 게임이다.


    통제할 수 있는가? 이것이 본질이다. 비열한 엘리트는 영웅을 암살하고 타락한 영웅은 근위대를 만들어 독재자가 되는 것이 역사의 반복되는 공식이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 정해진 궤도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위대한 영웅은 죽은 영웅뿐이며 산 영웅은 모두 타락하는 게 현실이다.


    http://blog.daum.net/nasica/6862455


    나폴레옹의 출세비결은 무엇일까? 이 블로그를 쓴 사람은 불굴의 의지 운운 개소리를 하고 있다. 의지나 신념과 같은 정신주의 들어가면 일단 똥이다. 역사는 객관적으로 봐야 하는 것이며 감상적 요소가 들어가면 넌센스다. 나폴레옹은 에너지를 다루는 감각을 타고난 기술자였다.


    그에게는 기술이 있었고 그러므로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기는 방법을 찾아 이기는 길로 가면 되는데 보통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왜? 내일 해도 되는데 왜 오늘 하지? 승부처에서는 올인을 해야 하는데 보통은 그게 잘 안 된다. 그것을 할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영웅이 되는 거다.


    “장군! 적의 대오가 무너졌습니다. 예비대를 투입해서 반격해야 합니다.” 

    “아냐. 적의 유인작전일지도 몰라. 아랫배가 살살 아프네. 군의관을 불러. 일단 치료부터 받고 이야기하자고.”


    천하의 나폴레옹도 워털루에서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배가 아프다고 잠시 막사로 들어갔는데 지휘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 용감하다는 근위대가 도주하기 시작했고 그걸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원래 위장병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절대 보이지 말아야 하는 모습이다.


    이순신이 적탄을 맞아 죽어가면서도 북을 쳤다. 승부처에서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알렉산더는 적의 보병 전열에 틈이 약간 벌어진 몇 초를 놓치지 않고 돌격하여 다리우스 황제를 도주하게 만들었다. 보통은 그 운명의 한순간에 우물쭈물 시간을 끌다가 망하게 되는 것이다.


    왜? 다음 단계가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알렉산더라고 치자. 적군의 대오에서 빈틈을 발견했다. 병사들을 쇄도시켰다. 그런데 아뿔싸. 따라온 병력이 30명밖에 없다. 나머지는 왜 안 따라오지? 시끄러워서 명령을 전달받지 못했나? 이렇게 망한다. 병력과 한 몸이 되어야 한다.


    징기스칸과 알렉산더와 전성기의 나폴레옹은 그게 되었다. 보통은 상대방의 패를 보고 자기 행동을 결정하려고 하다가 망한다. 상대의 이곳저곳을 집적거려 보다가 상대가 특정한 지점을 격렬하게 방어하면 그쪽에 화력을 집중한다. 이 경우 잘못되어도 상대방도 같이 잘못했다.


    책임추궁은 일단 면한다. 그렇게 간을 보다가 상대가 우리편의 기세에 눌려 알아서 도망가주면 고맙고. 상대가 버티면 우리도 지구전으로 나가면서 일단 시간을 벌고 그다음은 나중에 생각하자. 이것이 안철수와 김한길들이 망하는 정해진 공식이다. 답을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다.


    답을 알아도 올인을 못 해서 망한다. 알렉산더가 올인을 명령했는데 부하가 직계 30명만 따라오고 나머지는 ‘알렉산더 쟤 혼자 왜 저래? 돌았나?’ 하는 표정으로 눈만 멀뚱하게 뜨고 쳐다보고 있으면 어쩌지? 보통은 이런 걱정을 하다가 망한다. 부대를 장악하는 통제가능성의 문제다.


    진정한 리더라면 상대의 맞대응 여부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이쪽의 계획대로 가야 한다. 나폴레옹은 항구에 정박한 영국의 배를 포격한다는 한 가지 목적으로 일관되게 간 것이다. 보통은 아군의 사기를 진작하고 병력을 보존하기 위해 상대방의 가장 만만한 곳을 찾아 공격한다.


    적이 경계하지 않는 변두리 작은 진지 한 곳을 접수하고 이겼다고 선언하고 술잔치를 벌이며 부하들에게 아부하다가 망하는 것이다. 왜 부하들에게 아부할까? 부하들이 도망치거나 항명할까 봐 겁이 나서다. 제대로 된 지휘관은 대담하게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어야 한다.


    적의 급소를 때렸는데 방어가 완강해서 아군의 피해가 크면 사기가 떨어지고 부하들이 하극상을 저지르고 도망병이 넘쳐나고 군기가 개판되어 전군이 와해될 텐데 어쩔라고? 일단 안전하게 영국군이 쳐다보지도 않는 작은 진지나 하나 습격하자고. 이것이 군대가 망하는 공식이다.


    지휘관은 사기저하로 인한 내부붕괴를 걱정하고 그 심리를 들켜서 망한다. 부하들이 보기에 겁쟁이 지휘관 마속이 병사들이 도주할까 봐 도주가 불가능하게 산꼭대기로 병력을 몰아넣었구나 하고 의도를 알아채는 순간 촉군의 전멸은 확정된 것이다. 제갈량의 결정적인 오판이다.


    마속이 재주가 있지만 실전경험이 없어 군대를 장악하지 못할뿐더러 병사들이 도망갈 것이라고 지레 겁먹은 표정을 들킨 것이다. 지휘관은 이기는 공식을 알아내서 그것을 병사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대로만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통제가능성은 그곳에 있다.


    이 고지만 접수하면 사방에서 지원군이 물밀 듯이 들어올 것이므로 여러분은 휴가를 즐겨도 된다. 이렇게 이기는 공식을 알려주고 병사들이 납득하면 도망치는 병사는 없다. 지휘관의 카리스마는 이기는 공식을 공표하고 실제로 이겨 증명하는 경험의 누적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승부처를 장악하고 핵심을 거머쥐면 에너지의 관성력에 의해 일은 저절로 풀리게 되어 있으며 모든 악재가 갑자기 호재로 바뀌며 주변에서 미친 듯이 도와주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이기게 된다. 이것이 노무현의 방법이다. 한 번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모든 것이 일제히 바뀌는 거다.


    그것이 기세의 힘이고 에너지의 작동원리다. 그러나 보통은, 믿을 수 있어? 진짜로? 과연? 정말? 이러며 망설인다. 왜일까? 승부처에서 핵심을 장악했다고 바로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때부터 무척 바빠지며 24시간을 뜬 눈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만한 에너지가 자기 안에 없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스트레스를 받아 배가 살살 아파지며 몸에 탈이 난다. 머뭇거리고 시간을 끌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는 에너지가 넘치므로 그런 상황에 버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도 25살이 전성기고 30줄이면 촉이 죽어 은퇴해야 한다고.


    에너지의 기세를 읽는 능력이 촉이다. 22살의 나폴레옹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불굴의 의지는 누구나 다 있는 것이며 의지가 없어서 지는 것은 아니다. 병사들이 도주하고 부하들이 하극상을 저지르고 보급병이 물자를 빼돌리면 개판된다. 부대를 빈틈없이 장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부대를 장악할 수 있는 궁벽하고 안전한 위치에 부대를 포진시키고 그 위치는 사지인데 스스로 사지로 걸어 들어간 마속이 되는 것이다. 혹은 부하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적의 잔챙이만 잡고 핵심은 건드리지 않으며 응수타진하여 상대의 선공에 후수로 맞대응할 궁리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쪽의 계획대로 갈 때는 다음작전과 그 다음작전까지 대비되어야 하지만 상대방의 선수에 후수로 붙을 때는 그것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속 후수를 두다 보면 바둑은 이미 패배해 있다. 미국 남북전쟁도 그렇다. 북군은 여러 번 남군을 전멸시킬 찬스를 잡았다.


    그때마다 병사들 계약기간이 3개월이라 월급 주고 돌려보내야 한다며 재편성하고 병력충원하고 보급확보하고 하다가 시간 끌어서 망한 것이다. 왜? 부대를 장악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게 부하들에게 아부하는 짓이다. 통제가능성의 문제다. 통제가 안되므로 아부하다가 망한다.


    그랜트는 아부하지 않았다. 몇 번 졌지만 재편성 없이 계속 몰아붙였다. 김한길과 안철수는 국회의원들에게 아부하다가 망했고 노무현은 절대로 아부하지 않았다. 승부처에 올인해서 이기는 공식을 확보하고 병사들이 납득하면 신뢰가 형성되어 저절로 군대가 통제되는데 말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7.13 (03:27:44)

"지휘관의 카리스마는 이기는 공식을 공표하고 실제로 이겨 증명하는 경험의 누적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http://gujoron.com/xe/110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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