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ㆍ“즐겁게 세상을 바꿔야지, 힘들게 혁명하면 힘든 세상만 와요”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 생활을 꾸려나가는 듯하지만, 뒤집어보면 현대인은 자본주의의 노예나 다름없다. 노동의 대가로 번 돈을 다시금 소비에 쏟아붓는다. 더 크고 좋은 TV를 사고, 새 자동차를 사고, 내 집을 마련한다. 이따금 해외여행도 필수. 그리곤 다시 다음달 돌아올 카드값을, 주택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죽어라 일을 해야 한다.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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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스트리트 게릴라’ ‘가난뱅이의 별’로 불리는 마쓰모토 하지메(35)가 현대인들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호세(法政)대학 재학시절, 노숙동호회에 가입해 갈고 닦은 노숙의 노하우를 비롯해 자신이 35년간 궁리해온 돈 없이도 유쾌하게 살 수 있는 비책과 기존의 체제와 권력에 맞선 통쾌한 투쟁의 역사를 기록한 <가난뱅이의 역습>(2008·이루)을 펴냈다. 그는 평범한 현대인들의 인생을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져버리는 자전거에 비유한다.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일을 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에서는 ‘가난뱅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해서 그는 체제로부터 탈주를 끊임없이 감행한다. 그렇다고 그를 아나키스트로 이해하는 것은 오해의 소치이다. 그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돈을 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느냐에 있다. 자본주의 체제가 강요하는 소비의 미덕을 거부하고, 이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그는 대학시절 학생식당의 음식값 인상에 반대해 ‘호세대학의 궁상스러움을 지키는 모임’을 결성하고 식당을 점거해 결국 밥값 인하를 단행하도록 주도했고 대학 졸업후에는 도쿄에 ‘가난뱅이 대반란 집단’을 결성했다. 2001년 크리스마스에는 일본 자본주의의 첨단을 보여주는 롯본기힐스에서 “롯본기힐스를 불바다로”라는 전단을 뿌린 뒤 길거리에서 찌개를 끓여먹었다. 2005년에는 도쿄 고엔지에서 재활용가게 ‘아마추어의 반란’을 열고 무모한 ‘축제’를 무시로 벌이고 있다. 2007년에는 길목 좋은 곳에서 데모를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도쿄 스기나미 구의회 선거에 입후보해 무도회와 콘서트, 토크 이벤트 등을 열어 따분한 선거판 문화를 바꿨다.

이 모든 행위에 앞서 그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자치(自治)이다. 그가 감행한 다양한 집회와 시위, 축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근대국가체제가 공고화된 이후 법의 이름으로 우리 일상에 얼마나 많은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지, 돈 없이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가 지난달말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한국을 찾았다. 지난달 한국에서 출간된 <가난뱅이의 역습>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차, 황금연휴를 맞아 무려 ‘자비’를 들여 3박4일간 서울을 방문한 것이다. 거침없고 통쾌한 글에 반한 독자들과 한국의 시민활동가들을 만나느라 바쁜 그를 출국 직전에야 겨우 만났다.

-활동의 거점이 재활용가게 ‘아마추어의 반란’인 것으로 압니다. 왜 재활용가게인가요.

“우연히 대학생 때 재활용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원래 벼룩시장이나 외국의 시장, 별난 물건 잡화를 좋아해서 시작한 아르바이트였는데 하다보니 재활용가게를 하고 싶어졌어요. 편의점은 다만 신상품을 팔 뿐이지만 재활용가게는 물건을 사고 팔고, 수리도 하면서 손님과의 관계가 친밀해져요. 또 기본적으로 가게 주변에 있는 이들이 이용하니까 새로운 관계들이 생겨나고, 가게도 그 동네에서 불가결한 존재가 되어가지요. 또 하나는 지금 세상이 철저히 소비를 해야 하는 사회잖아요. 대량 생산하고 그걸 다시 폐기해야 하는….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는 버리는 것을 강요하는 사회인 셈인데, 재활용가게를 통해 물건을 아끼는 것도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저항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껏 벌인 축제와 시위를 살펴보면 공공장소에서 찌개끓이기, 수백명이 모일 듯이 집회허가를 받아놓고서는 실제로는 아무도 나가지 않은 채 경찰 바람맞히기 등 기상천외한 시위를 벌이곤 했습니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기본적으로 술김에 하죠. 친구들하고 술 먹으면서 농담 따먹기 식으로 ‘이런 걸 하면 좋겠다, 저런 걸 하면 재밌겠다’고 하잖아요? 우스개처럼 나오는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에 옮겨봐요. 보통, 사람들은 이야기는 해도 실행하지는 않은데, 저는 정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해보여도 일단 시도해봐요. 아마 대학 노숙동호회 활동을 할 때, 친구들하고 술 먹으면서 농담으로 ‘나는 자전거 타고 100시간 동안 어디를 갈 수 있다’ ‘후지산을 맨발로 등산하겠다’ 등의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친구들이 ‘너 말했으니까 실행해’라고 했는데(실제로 그는 대학시절 겨울에 홋카이도를 원동기가 달린 자전거로 여행하며 노숙하다 얼어죽을 뻔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이 있다보니 지금도 이렇게 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웃음)”

-왜 그렇게 재미를 중요하게 여기나요.

“세상을 바꾸려 하는데, 재미도 없이 운동을 하고 있으면 운동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운동하는 분들이 전단지 나눠주고 있는 거 보면 되게 힘들어보여요. 그런 걸 보면서 사람들이 전단지에 나와 있는 대로 좋은 세상이 올 거라고 믿을 것 같아요? 당연히 안 믿죠. 물론 절박한 상황이 생기면 진지하게 운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상적인 차원에서는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즐겁게 하면서 세상을 바꿔야지, 힘들게 혁명을 하면 힘든 세상이 올 수밖에 없다고 봐요. 전 그런 답답한 사회를 꿈꾸는 게 아니거든요.”

-마쓰모토가 여태껏 벌인 축제와 시위의 이면을 살펴보면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면서 자본주의 체제 내부에서 변혁을 도모하는 듯합니다. 공산주의자들처럼 과격하게 자본주의 체제의 전복·타도를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뭐죠.

“제 경우, 자본주의 내부에서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소비를 강요하는 분위기, 시스템을 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시스템에서 이탈해야 한다고 봐요. 다양한 사람들이 색다른 공간을 자기멋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그런 것이 사회 내부에서 뭔가를 하려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한데 원래 좌파라는 것은 지금의 권력을 타도하고 새로운 권력을 만들려는 것이잖아요. 그걸 혁명이라고 한다면, 혁명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 과정은 힘들잖아요. 때를 기다려 혁명을 이루기보다는 참으면서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해나가는 게 좋지않을까요? 사실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잘 와닿지 않아요. 불가능한 이야길 하잖아요. 혁명정부가 수립되면 어쩌고 하는데, 듣고 있으면 ‘뻥치지 마라’는 생각이나 들죠. 그 대신 작은 거라도 쌓이고 확산되어가다보면 이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봐요. 그렇게 해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또 하면서 스스로가 즐거우니까요. 또 저는 성격이 급해서 마냥 혁명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요.(웃음)”

-당신은 고정관념을 깨고 기상천외하고 발랄한 시위와 축제를 기획해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보다 빨리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치판에 직접 뛰어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보는데요. 정치를 할 생각은 없나요.

“사실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도 왔고 정당에 들어오라는 제의도 하더군요. 제 개인적으로는, 조직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다 거절했습니다. 정치인이 된다는 건, 그야말로 눈앞의 과제를 미루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정치인이 되고, 입법을 한다는 것이 사실 저와 맞지도 않고 정치를 통해 세상이 얼마나 바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정치라는 게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하려 하는 건데, 그렇다면 자신이 즐겁게 살고 있는 걸 보여주는 게 오히려 더 빠른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 식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어가다보면 자신과 비슷하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봐요. 그러다보면 저처럼 이상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국회의원이 생겨나도 재미있겠죠? 아무튼 제 개인적으로는 먼저 다른 삶, 혁명 이후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세상을 꿈꾸나요.

“사실은 어떤 세상이 되면 좋을지, 체제에 대해선 생각 안해봤어요. 아무래도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봐요. 자기와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이 제 멋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이오. 아무리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건 재미가 하나도 없는 사회잖아요.”

-제멋대로인 세상을 꿈꾼다고 해도 그냥 두면 혼돈과 방종이 난무할 수 있을 텐데요? 최소한의 룰은 필요한 듯 보이는데요.

“저는 자치(自治)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자신과 맞지 않는 이상한 사람들과도 잘 지내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룰은 갈등의 타협,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잖아요. 그게 자치의 첫걸음이라고 봐요. 그런 점에서는 갈등이 일단 많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없으면 답답한 세상이 되는 것이죠.”

-당신이 벌이는 시위나 축제는 낙천적인 성격, 긍정적인 자신감, 뻔뻔함이 없이는 힘들 것 같아요. 원래 성격이 그런가요.

“에, 스스로 무리를 하고 있는 것 같진 않으니까, 원래 성격이 그런 것 같아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장난꾸러기이긴 했어요. 혼도 많이 났죠. 장난치다 동네 아줌마들에게 많이 맞기도 했어요.”

-당신의 성격이나 사고관을 보자면, 대학을 무사히 졸업한 것 자체가 신기해 보입니다. 비싼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끝까지 다닌 이유는 뭔가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는데 수업은 별로 듣지 않았어요. 난리를 쳐가면서 7년간 학교를 다녔는데 좋아하는 교수의 수업은 들었지만 나머지 수업은 듣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총장동상을 파괴하고 여러 가지 사건을 일으켜서 문제학생으로 찍혀서인지, 수업도 듣지 않았는데 저절로 졸업학점이 채워졌더라고요. 그래서 강제졸업을 당했죠. 대학을 계속 다닌 건, 야간학부여서 등록금이 절반이었어요. 한달에 3만~4만엔만 내면 됐죠. 그래서 학교에서 살았어요. 학비를 집세라고 생각한 거죠. 샤워도 공짜로 하고 전기도 맘대로 쓰고…. 강제졸업당했을 때 사실 집을 잃은 거라서 아쉬웠죠.(웃음)”

-일본의 하류층이나 한국의 88만원 세대 등 요즘 20대가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 몸소 확인하시고 계실 텐데요, 출구가 막혀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다면요.

“일단 남의 말을 안듣는 게 중요해요. 주변사람들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 말은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듣지 마세요. 자기 인생이니까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야죠. 또 자기가 있을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것, 거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것이 가게이든 술집이든 간에, 돈으로 연결된 인간관계 말고 돈과 무관한 인간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읽어봤나요.

“하하. 제가 그걸 읽어봤겠어요?”

공허한 프로파간다의 시대는 갔다. 거창한 이론에 대한 학습 없이도 운동은 이뤄질 수 있다. 마쓰모토 하지메는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일상의 영역에서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유쾌한 반란과 탈주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그는 가난해서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이들에게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방법 대신 공짜로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준다. 마쓰모토의 유쾌한 반란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레벨:15]오세

2010.10.01 (12:16:52)

우리에겐 이런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6]지여

2010.10.01 (14:23:53)

좋은 정보 감사 제곱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10.10.01 (15:04:28)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는데~ 별로 재미는 없네요~^^ 속시원하지는 않은걸~

[레벨:6]폴라리스

2010.10.01 (17:06:42)

재미있는 사람이 좋죠...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이렇게 살아도 안죽는다...살아보니  괜찮더라... 하는 얘기를 해줄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10.10.01 (20:34:02)

^^ 심사가 뭔가에 뒤틀리고 꼬여 그랬었나 봅니다~ 내마음이 거지같았네~ 왠지 미안하네요.
이제 바람 솔솔 붑니다.ㅋ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안단테

2010.10.01 (19:02:51)

"다양한 사람들이 색다른 공간을 자기멋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 이말이 왜 좋을까!
[레벨:12]부하지하

2010.10.01 (21:31:01)

제목이 너무 거슬림.  정치 입문생같은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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