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지난번 글을 통해 가격이란 이미 이루어진 거래라는 사건의 량이라는 해석으로부터, 물가 역시 거래호가라로 표현하는 것이 실전에선 더 정확하다고 짚겠다. 물론 경매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거래로부터 생산되는 효율이 더 감소되는바, 생활 쇼핑 및 여타 고정가격이 거래의 용이함이라는 자체 관성력을 통해 가져오는 효율에 대해선 당근 인정하는 바 이다. 모든 시장이 동대문 판이면 귀찮으니까.


우리가 시장에 무언가를 사러 혹은 팔러 가는 걸 가정하자. 근데 대부분 그렇듯이 거기 걸려있는 호가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분명 만족하지 못하지만 내가 그 시장에 딱 발을 들이기 전에 상인들이 호구 잡으려고 가격표를 휘릭 바꿔버린 것이 아닌 이상, 그 호가가 시장 전체에서 현재 합의되고 있는 가치라는 것이 자연스럽다. 합의의 전제에는 엮임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합리적인 거래를 통한 수요측과 공급측의 상호이익의 균형만은 아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와 생산만을 학습해서 간과하는 것이지, 실전에서는 거래 당사자 입장에서 가격을 따질 수 없도록 심리적이지만 동시에 물리적인 혹은 권력적인 사정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과일 재베를 했더니 전국적으로 대풍작이어서 수확물을 돈들여 포장할 바에야 거름으로 쓰게 되는 경우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몇 가지 예시와 함께 그에 따른 통제의 결을 탐색한다.





***한국 부동산, 특히 주택 투기판의 경우***


수요공급---'아니 아파트가 웰케 비싸남?' VS '응 됐구, 너 말고도 사줄 사람 많거든' 

    >>>> 정부가 아파트 공급 물량을 겁나 늘려버리기.


자산 특성상 보통 기보유자 입김이 쎔---'아파트 팔리기도 힘든덴 왜 아직도 매도호가를 안 낮추니?' VS '한두푼 짜리도 아니고 내가 저걸 얼마 주고 샀는데 말이야! 전재산인 걸 어떻게 더 후려쳐 팔 수가 있겠어?' 

    >>>> 다주택자에게 보유세 올려버리기. 부동산 같이 덩치가 큰 자산의 고점에 물려버린 보유자는 어차피 이성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더 저렴한 집으로 이사가는 걸 용납 못하는 버티는 경우엔 냉정하게 시장 조성 차원에서 압박하는 겸 세수나 늘린다.




***국제규모 시장에서 노동가격의 경우***

수요공급---'스마트폰 제조마진 좀 화끈하지 높여보자' VS'야 애플, 너네 폰은 그렇게 비싸게 팔면서 미국 공장 생산 노동자들에겐 당연히 매출의 퍼센티지로 시급 줘야하는 거 아니냐?' 

    >>>> 짐 싸서 나가버리기. 글로벌 대기업 중에서도 애플의 해외 생산 하청 비율은 나이키 마냥 TOP급임(원천의 리스크 부담을 하청에 떠넘다든가의 부작용을 애플 브랜드 후광에 가려져 있지만). 물론 이 현상이 최저시급 폐지 주장하는 멍멍이 소리하는 자들의 근거로 잘못 인용되기도 하지만, 필자는 국민의 질이 국가 총 경쟁력의 전제가 된다는 시스템적 관점에서 자국민의 소득이 단지 노동 생산성의 보상으로서만 계산되어야 한다는 편협한 논리는 배제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저부가가치 부문에 한해서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의 막을 수 없는 이동이 있다.


귀족노조 혹은 노조불모지---전자, '현재 기업 사정과 사회 통념 상 월급을 너무 무리하게 요구하진 말아줘' VS '됐구 78회차 총파업 돌입!'

    >>>> 현기차에서처럼 노동자 가족 간에 일자리 세습을 시키면 안되었다. 이미 균형이 무너져 운동장이 한쪽으로 치우친 상황에선 바로잡기가 어려움.

----후자, '삼전아 반도체 노동자들 백혈병에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 VS '내일부터 나오지마'

   >>>> 마찬가지로 삼성이 너무 커지기 전부터 정부가 근로기준법 상 견제를 했어야 함.




***좀 철이 지난 감이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형성의 경우***

수요공급---'비트코인 그거 어따갔다 씀?' VS '금융기관 간 거래 시스템 상 툴 정도'

   >>>>소위 지식인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는 튜울립 투기라고 대중들에게 홍보한다. 돈 쓰려면 암호화폐 관련 기술 기업에나 투자하셔. 하지만 좁은 관점의 수요공급 측 조절은 실패. 이유는 아래 서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인 지하금융 관점---'비트코인은 특별한 뉴스 없이도 가격이 하루에도 몇프로씩 움직이던데?' VS '지하경제 주체들이 법정통화를 가지고 있으면 계좌제한되고 금붙이 같은 실물 땅에 뭍어놔도 도굴되거나 본인이 잊어먹음'

    >>>>비트코인 수요를 그림자금융이라는 닫힌계의 수급 논리에서 봐야함. 이들은 어차피 제도권 안의 정상적인 기관자산가가 아니며 자산의 최우선 전제는 자기네가 자기답게 즉, 비밀스럽고 자유롭게 다룰 수 있어야 함. 때문에 각 독재국가의 대빵이나 재벌급 사기꾼들은 부정축재 자산을 자국 통화가 아닌 기축통화로 선호해온 것이며 반대로 그들이 미국 정부에 밉보였을 시 금융재제를 당할까봐 일부는 실물 투자를 해온 것이고, 상대적으로 국경에 자유로운 비트코인은 지하금융의 포트폴리오 균형 상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필연이었던 거. 방구석이나 야산에 실물 달러를 몇 천억 묻어두는 남미 마약수장에게 있어서 예금이자율이나 시세 차익 같은 자잘한 수익률 포기는 그닥 리스크가 아니다. 어차피 더러운 돈, 원금만 건져도 남은 처지인 와중 자체 가치논리를 가졌으며 어느새 국제적으로도 유명해지기 시작한 비트코인을 검은자산으로서 충분히 채택 가능했던 거.




  가격의 방향성은 시장참여자의 맞대응이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즉 닫힌계 설정에 관한 문제이다. 가격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에 닿아있는 모든 것에 대하여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조절 장치를 알아야 통제를 할 수 있으니까.시장 주체는 기본적으로 외부 환경에 대응하여 결정을 하지만 참여자 자체의 내부 환경도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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