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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챠우
read 1766 vote 0 2020.01.07 (03:46:32)

이런 얘기는 위험하다. 대강 들은 걸로 대강 말하는 것이다. 초보 주제에 질입힘운량에 맞추어 이론을 현실에 맞추어 전개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는 알게모르게 학교의 귀납 교육을 철저히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환경은 구조론 창시자와 같지 않다. 그는 뇌에 특별한 고장이 난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학교다닐 때 공부 같은 건 안 했다고 한다. 들어보니 고졸이라는데, 정확한 건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그가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순종하지 않았다. 남의 사생활이나 털자고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그의 멋진 생각과 현란한 말솜씨가 아니다. 나는 그의 툴을 빼먹고 싶다. 그러려면 그가 커온 환경을 살펴야 한다. 그 환경이 특별했음으로 그의 툴이 특별해진 것일 테니깐.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10년 방랑을 떠날 수도 없고,(물론 20대라면 떠나볼 것을 추천) 지금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게 이 글의 취지다.

다시 말한다. 처음부터 우리가 그의 완성품을 취하려는 것이 꼼수다. 질입힘운량으로 사건을 해석하려는 행위다. 이런 식으로 분석하려는 구조론 회원을 몇명 보았는데, 대개 단어에 파묻히더라. 물론 나 포함이다. 말이 궁색해지자 나도 모르게 구조책에서 읽은 것을 가져다 쓰게 된다. 물론 이해는 하지 못한 상황이다. 근데 그렇게라도 하면 왠지 말은 할 수 있잖아. 그래서 망한다.

구조론의 본질은 질입힘운량의 전개가 아니라, 말의 시작을 어디서 할 것이냐다. 가령 내가 구조론의 말을 못알아 듣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첫째 그와 맥락이 다르고, 둘째 그와 내가 가리키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맥락이 다른 것은 관점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며, 보통은 인류 중심의 사고를 하라는 말로 구조론에서 표현된다. 이건 오히려 쉽게 느껴진다. 잘 보이니깐. 문제는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게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대상과 그가 말하는 대상이 다르다. 그런데 말은 똑같다.

한참 얘기하다보면 서로 딴 소리를 하고 있는 걸 발견한다. 여기서 '입자'와 '관계'가 어긋나는 것이다. 구조론은 어떤 둘의 관계를 말하는데, 나는 어떤 하나를 가리키니 서로 말이 꼬인다. 아무말대잔치가 벌어진다. 대화가 안 된다. 아무리 말해줘도 말귀를 못알아 먹는다. 왜냐하면 당신은 학교의 원자론을 너무나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김춘수의 꽃을 들으면 누구나 그 의미를 알지만, 그럼에도 그게 관계를 말하고 원자와 다른 것이라고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

당신이 알아들었다고 생각할 수록 더 못알아듣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가 말의 귀 코 눈을 못알아듣는다는 것부터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깊이 생각해야 이를수 있는 경지다. 너무나 기초적이고 당연하여 무신경했던 한가지 주제를 붙잡고 깊이 들어가보자. 우려도 우려도 또 우려지는게 말의 깊이다.

질입힘운량이라고 하니깐 입자가 다섯개 있다고 생각하면 이미 망해있다. 그거 아니라니깐. 저 이름에 속지말라. 저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 흐름이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 그것의 배경에 깔린 그것이 아닌 것이 중요하다. 둘 중 어느 것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3이 공존하는 하나의 모듈을 보는게 중요하다. 일단 그것을 발견하고, 에너지가 뭘 말하는 것인지 내 주변의 상황에서 느끼고

그러다가 한계를 느끼게 될 때 책 구조를 펼쳐보자. 그러면 글이 눈에 들어오고 말이 귀에 감길 것이다. 통할 수 있다. 물론 이때쯤이면 질입힘운량이 눈에 들어온다. 취하려면 취할 수 없고 파묻히면 취해진다. 그것이 아니라 그것의 이전에 다가가야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론의 진실이다. 맨날 하는 얘기지만 새로운 것을 얻으려 하지말고 자신이 이미 구조론으로 사유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다만 당신은 무엇인가 어긋났다. 


최초의 사유에서 어긋나버렸다. 어긋난 것을 기계적으로 복제한 것이 당신 전체의 모습이다. 우리는 돌아가야 할 입장이다. 내가 처음 맛 본 음식, 처음 했던 말, 처음 본 부모, 처음 학교에 갔던 기억 등 내가 시작했던 곳에 나의 원형이 있다. 그곳에서부터 나는 길들여졌다. 우리가 타인과 말이 통하는 이유도 그렇지 않은 이유도 그곳에서 우리가 모두 만났기 때문이다. 인간의 희망은 그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1.07 (08:24:14)

"구조론의 본질은 질입힘운량의 전개가 아니라, 말의 시작을 어디서 할 것이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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