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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아란도
read 4337 vote 0 2011.02.09 (18:32:33)

어제 PD수첩에서 군대에 적응을 못하고 고문관이 되어버려 정신적 고통이 심해지자, 군대에서 운영하는 자활정신프로그램인 그린캠프 다녀오고 나서 자살한 병사에 대한 얘기를 다뤘는데...

 

그 병사에 대한 얘기를 보고 있자니...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끄적여 본다.

 

그 병사가 그동안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많은 연극을 하며 살아온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라는 폐쇄된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마음의 병리를 조우해 버린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사회에서 잘 지내던 사람이 군대가서 고문관이 되고 적응을 하지 못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병이 되어버린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 많다.

사회는 군대보다 폐쇄성이 약하므로 다른걸로 풀 대체제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 마음의 병리를 자신이 숨기거나 극복하는 것에서 방법들이 어느정도 있다.

하지만 군대는 다른 길이 없다. 더이상 숨길 수도 없다.

진짜 자신의 마음의 병리를 자신이 스스로 알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될 때 도약하거나 절망하거나이다.

군대는 그런 면에서 도약이라는 것을 하기에는 너무나 개인을 규율화 시키기에 머릿속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자유롭게 뻗어가는 것이 아니라 해야할 것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캠프 다녀오고 나서 웃으며 생활했다는 증언들이 있다.

이 병사가 군대의 그린캠프를 마치고 나서 이 병사의 행동을 증언하는 군의관의 말은 곧 자신들은 책임 없다는 것이었다. 웃으며 생활했고, 그 후로는 별 문제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뛰어내려 자살했다.

왜?

생각해보면....그 병사는 자신을 보는 감시의 눈초리를 따돌리기 위해서 연극을 했을 수 있다.

목표가 생긴 것이다. 죽어야 겠다는....

그래서 온 힘을 다해 그 목표를 향해 갔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되어졌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모두 별다른 것 없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열심히 생활하고 상담도 받고 했다는 증언들이 있다.

이 역시 어느정도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연극을 했을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조금씩은 자신의 기분에 상관없이 좋은 것처럼 연극을 하고 산다. 그래서 큰 문제 될 것은 아니다.

다만...폐쇄된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고, 고립되면....아무것도 아닌 것이 커진다는 것이고, 그것이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고, 자신이 애써 숨겨왔던 마음들을 자신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보아버린다는 것이다.

거기서 인간은 두렵거나 자기자신이 무서울 수 있다고도 생각된다.

이럴때 마음의 병리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고 생각된다.

이미 모든게 엉켜버려 풀 수가 없을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병사에게 가장 필요한 환경은 어떤 환경이었을까...? 그냥 놓아두면 살 수도 있었을 것이나 갇아 놓으면 질식해서 죽는 것처럼....

 

사람에게는 누구나 조금씩 있는 마음의 병이 같은 상황에서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미미한데 반해 어떤 사람에게는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군대 혹은 정신과 진료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모르고, 심리를 꿰뚫어 보는 눈이 없고, 그것에 대한 적절한 처방이나 사회적인 제도 자체가 뒷받침이 안되니, 막상 자신의 마음을 보고 당황할 때 신뢰할만한 것이 없어서 그것을 풀어내지 못하면, 그것에 대한 대처가 안되면 모두 병리가 된다. 그런데 정신과 심리치료라는 것 자체가 이런 대처에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늘 연극을 한다. 늘 마음을 숨긴다. 절박할수록 더 숨긴다. 그러나 숨기면 숨길수록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병이된다. 그래서 병이라고 진단한다.그러나 사람들이 진짜로 마음이 가득 차오르고 뭔가에서 벗어나는 것은 마음에 어떤 의욕과 희망이 있을 때이다. 그리고 마음이라는 것 자체를 이해할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그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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